반구대 암각화 '생태제방안' 부결…보존 대책 또다시 원점

세 번째 도전도 실패한 제방 축조안 사실상 퇴출…갈등 재현될 듯

대곡천 수위에 따라 침수와 외부 노출을 거듭하고 있는 울산 반구대 암각화(국보 제285호)를 보존하기 위해 제방을 쌓는 방안이 또다시 무산됐다.

문화재청은 문화재위원회가 20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회의를 열어 울산시가 제시한 반구대 암각화 생태제방 축조안을 심의해 부결했다고 밝혔다.

생태제방 축조안은 문화재청과 울산시가 2013년부터 반구대 암각화 보존 대책으로 3년간 추진한 '가변형 임시 물막이'(카이네틱 댐) 설치가 기술적 결함으로 실패 판정을 받은 뒤 10개월 만에 대안으로 나왔다.

이 안은 암각화에서 30m 떨어진 지점에 길이 357m의 기다란 둑을 쌓는다는 것이 골자다. 제방의 폭은 하부가 81m, 상부가 6m다.

다만 제방을 쌓으려면 바닥은 시멘트와 같은 충전재를 강제로 주입해 다지고, 암각화 반대편은 땅을 파서 새로운 물길을 조성해야 해 환경이 변화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게다가 거대한 인공 건축물이 반구대 암각화를 가로막으면 울산시가 추진하는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가 불가능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문화재위원회는 심의 이후 "생태제방의 규모가 지나치게 크고 역사문화환경을 심각하게 훼손할 가능성이 있으며, 공사 과정에서 암각화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고 부결 이유를 밝혔다.

앞서 문화재위원들은 지난 6월에도 반구대 암각화 현장조사에서 "인공 생태제방이 주변 자연환경을 해치고 너무 높아 접근성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며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울산시는 2009년과 2011년에도 생태제방과 유사한 임시제방 설치안을 문화재위원회에 제출했으나, 두 번 모두 경관 훼손에 대한 우려로 부결됐다. 문화재위원회의 이번 결정으로 세번째 도전에서도 부결된 제방 축조안은 사실상 퇴출당하게 됐다.

문화재위원회가 대규모 토목 공사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함에 따라 반구대 암각화를 보존할 방법은 실질적으로 문화재청이 제안한 사연댐 수문 설치만 남게 됐다.

하지만 울산시는 사연댐에 수문을 만들어 수위를 낮추면 물 부족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서 갈등이 다시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대곡천 하류에 사연댐이 건립된 1965년 이후 50여 년간 서서히 훼손돼 가고 있는 반구대 암각화는 선사시대 인류의 생활상을 생생하게 표현한 바위 그림이다. 특히 고래를 묘사한 그림은 미술사적으로 귀중한 사료로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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