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약집 펴들자 뜨끔한 야3당, '80억' 실타래 풀릴까

여당의 "명분없는 반대" 지적에 야3당 "본예산서 하자" 한발 물러서

윤창원 기자/자료사진
공무원 증액 관련 비용인 80억원 때문에 전체 11조 2천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 처리가 꽉 막히자 불똥이 대선 공약으로 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뿐 아니라 자유한국당 홍준표, 국민의당 안철수,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도 모두 소방, 경찰, 사회복지사 등 공공일자리 증원을 공약으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여당은 대선 공약을 상기하며 '반대를 위한 반대'라고 공격했고 야당은 본예산에서 제대로 심사해야 한다며 맞섰다.

◇ 홍준표 안철수 유승민 공약집 뜯어보니… 소방 경찰 사회복지사 증원약속

추경 협상을 주도해온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지난 19일 공무원 증액 비용 80억원 때문에 추경안 처리가 불발되자 야3당의 대선 공약을 상기시켰다. 당시에는 안철수, 유승민 후보는 물론 홍준표 후보도 공무원 증원을 약속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홍준표 후보는 대선 공약집에서 경찰 인력과 소방공무원 인력 확충을 강조했다. 공약집에 따르면 치안 수요 증가에도 불구하고 경찰 인력은 주요 선진국에 비해 부족한 실정이라며 약 1만명을 증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소방공무원도 기준인력 대비 정원 부족으로 현장업무 수행에 애로가 있다며 연 3,400명씩 5년간 1만7천여명을 확충하겠다고 공약했다.


안철수 후보와 유승민 후보도 마찬가지이다. 안 후보는 2022년까지 읍면동 사회복지담당공무원 1만3000명 추가로 증원하겠다고 공약했다. 유 후보도 공약집에서 "소방 현장인력 보강으로 양질의 청년 공공부문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면서 "부족인력 1만7천명을 5년간 나눠 연 3천5백여명의 일자리 창출 효과를 거두겠다"고 밝혔다.

규모는 다르지만 경찰, 소방인력, 사회복지사 등 인력이 부족한 공무원 증원에 대해서는 정파와 상관없이 모두 필요성을 공감한 것이다.

홍준표, 안철수, 유승민 의원. 좌로부터. 자료사진
이에 민주당은 야당이 대선 공약으로까지 내세웠던 것을 명분없이 반대하고 있다며 공격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여야 합의로 통과된 예산안에서 공무원 증원을 위한 목적 예비비로 500억원을 편성했을 뿐 아니라, 국회가 정부에 공무원 채용을 1만명 확대하라고 권유한 것을 상기했다.

▷ 물러서는 야3당 "공무원 증원 그 자체 반대 아냐, 본예산서 제대로 하자"

이에 야3당은 공무원 증원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 본예산에서 제대로 심사하자는 것이라며 한 발 물러서는 분위기다.

한국당 이현재 정책위의장은 CBS와의 통화에서 "꼭 필요한 공무원 일자리를 늘리는 것은 찬성한다"면서도 "숫자를 맞추기 위해 추경에서 급하게 하는 것은 반대다. 그 일자리가 정말로 필요한지, 불필요한 공무원 감축 계획은 있는지 구체적인 안을 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바른정당 김세연 정책위의장도 통화에서 "꼭 필요한 사회서비스 일자리는 증원해야 하지만 이번 추경의 80억원을 반대하는 것"이라며 "문재인 대선 공약으로 매년 4만개씩 공무원 일자리를 추가하려 할텐데 그것과는 별개로 추경으로 1만2천여개를 또 늘리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설명했다.

국민의당 김동철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공약을 다 지키냐. 공약 가지고 다 너무 얘기하면 안된다"면서도 "내년 본예산에서 차분하게 준비해서 하면 된다. 마치 공무원 추경을 안하면 나라가 거덜날 것처럼 하는데 그럴 것 하나도 없다"고 본예산으로 넘기자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을 중심으로 80억원의 용처를 세밀하게 따져 예결위에서 재심사를 하려는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대선 공약 등으로 논란이 확산되자 여야가 나름의 절충안을 찾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80억원 때문에 전체 11조원의 추경이 막히는 것에 대해 여론이 좋지 않은 것도 야당으로서는 부담이다. 7월 국회 마지막날인 8월 2일 이전까지 시간이 남아 있어 막판에 극적 타결을 이룰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이번 추경을 둘러싼 신경전은 공무원 증원을 둘러싸고 정부여당과 야당 사이 줄다리의 전초전에 불과하다.

임기 내에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81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공약은 이미 대선 전부터 뜨거운 찬반 논쟁을 일으켰다. 문 대통령은 17만4천여개 공무원 일자리를 새로 만들고, 34만개의 사회서비스 공공기관 일자리, 근로시간 단축 및 간접고용 노동자의 직접고용 등으로 30만개 내외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이번 추경안 심사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문 정부의 1호 일자리 공약인 공무원 증원은 본예산 심사 뿐 아니라 임기 내에도 여야가 부딪히는 주된 이슈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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