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운 교수는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지하철을 타고 오면서 읽은 글 하나가 내 평정심을 깨트렸다. 어느 유명대학 교수란 분이 젊은이들에 대해 쓴 글인데 SNS상에서 상종가를 치고 있었다"고 운을 뗐다.
"그의 이야기를 내가 아주 짧게 요약해서 말하면 이렇다. '너희들이 대한민국을 헬조선이라 욕한다지? 이 나라가 어떤 나라인줄 너희들이 아니? 너희 선배들이 피땀 흘려 만든 곳이야. 너희들 우리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알아? 이 철없는 것들아, 제발 징징대지 마라.' 거기에 수많은 사람들이 '옳소!'를 외치고 있었다."
앞서 이병태 교수는 지난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젊은이들에게 가슴에서 호소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면서 "이 땅이 헬조선이라고 할 때, 이 땅이 살만한 정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욕할 때 한번이라도 당신의 조부모와 부모를 바라보고 그런 이야기를 해 주기 바랍니다"라며 글을 이었다.
"대기업이 착취를 한다구요? 한국에 일자리가 없어서 대학을 나오고도 독일의 광산 광부로 갔고 간호사로 갔던 그래서 국제미아가 되었던 당신의 할아버지 할머니 시대의 이야기를 물어 보고 그런 이야기를 하시라."
이 교수는 "고맙고 미안하고 그렇지 않나? 앞세대의 성취와 피땀을 그렇게 부정하고 폄하하고도 양심의 가책이 느껴지지 않나?"라고 물으며 "나는 부모 모두 무학의 농부의 아들"로 시작해 "무책임한 노조가 망가뜨리는 회사를 보와왔다"로 마무리되는 자신의 성장담을 풀어놨다.
"제발 응석부리고 빈정거릴 시간에 공부하고 너른 세상을 보라. 우리 사회가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그 이유를 알뜰하게 공부하고 나서 비난해도 늦지 않다. 사람 값이 싸다고 투덜 대기 전에 누구 한 번 월급 줘보고 그런 철없는 소리를 하고, 월급보다 더 가치있는 직원이라고 증명해라. 그런 직원 찾으려고 기업주들은 눈에 불을 켜고 찾는다."
그는 글 말미에 "나는 당신들의 그 빈정거림과 무지에 화가 난다. 그러니 나보다 더 고생하고 생존자체를 위해 발버둥쳐야만 했던 나의 앞세대, 내 부모님 세대는 오죽하겠나?"라며 "당신들이 아프다고 할 때, 나는 그 유약하고 철없음에 화가 머리 끝까지 난다"고 비난했다.
◇ "후세대의 아픔을 함께 하지 못하는 것은 부모세대의 자세가 아니다"
"이분은 70년대 후반 학번으로 나와 비슷한 연배다. 그는 어린 시절 어렵게 살았지만, 굴하지 않고 열심히 공부해 좋은 대학에 들어갔고, 미국 유학을 해 박사가 되었고, 드디어 국내 유수대학의 교수가 되었다. 이분과 나를 비교할 필요는 없지만 굳이 한다면 내가 크게 꿀릴 것은 없다. 가정형편 어려운 것은 내가 심하면 심했지 이분이 더하진 않았을 것이다. 대학에 들어가 열심히 공부한 것도 마찬가지다. 나는 그 시절 고시공부를 했으니 동시대 사람이라면 누구나 내 노력을 인정할 것이다. 나 또한 외국물을 먹었고 학위를 땄고 마침내 대학교수가 되었으니 그것도 유사하다. 그렇지만 지금 우리의 생각은 전혀 딴판이다."
박 교수는 "우선 이분 자신은 인정하지 않을지 모르지만, 우리 세대 중 상당수(이 땅에서 어느 정도의 사회적 지위를 누리는 사람들)는 한민족 5천년 역사에서 가장 행복한 세대라는 점을 인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대학 학번으로 이야기하면 70년대 학번과 80년대 초반 학번을 대체로 베이비부머 세대라 부른다. 이들은 어린 시절 대부분 어려운 가정에서 자라면서 공부했다. 그래서 이름께나 있는 사람 누구에게나 소싯적 애절한 이야기는 하나씩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들은 성장의 대가를 톡톡히 받고 산 사람들이다. 경제성장이 매년 10% 가까운 고도성장기에 대학을 다니지 않았는가. 이 시절 제대로 된 대학 나와 직장을 갖지 못한 사람이 없었다. 나만 해도 요즘 신의 직장이라 불리는 공기업마저 안중에도 없었다. 지금이야 교사가 각광을 받지만 내 시대엔 그렇지 않았다. 누구나 공부를 하면 금수저가 될 수 있다는 꿈을 안고 살았던 것이다. 이 시대 학번은 이미 은퇴를 했거나 조만간 본격적으로 은퇴를 하게 된다."
박 교수는 "그럼에도 그들의 삶은 다른 세대와 뭔가 다르다. 주변을 돌아보라. 70년대 초 중반 대학을 다닌 분들이 지금 어떻게 사는지. 그들 중 상당 수는 은퇴 후에도 큰 걱정이 없다"라며 "강남의 집은 이미 십 수 억으로 불어났고 연금은 혼자 쓰기 어려울 정도다. 이런 세대는 과거에도 없었지만 앞으로도 나오기 힘들다. 생애 초반 20년 고생하고 그 이후 60년을 남부럽지 않게 살 수 있는 세대니 젊은 시절 고생담은 그저 추억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이제 오늘의 젊은 세대를 보자. 이들은 물론 유복한 생활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설명을 이어갔다.
"그것은 부모세대가 5천년 역사에서 가장 행복한 시절을 보냈기에 받는 반사이익일 뿐 삶은 온통 불투명하고 우울하다. 도통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이게 이들의 노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외국 유학을 갔다 와도, 영어를 완벽하게 해도, 부모세대가 누린 기회와는 비교가 안 되는 곳에서 일할 수밖에 없다. 부모세대는 유학을 다녀오지 않아도, 영어를 못해도 신의 직장에 들어갔는데, 지금은 어림 반푼도 없는 말이다. 잘난 부모 밑에서 하루하루 눈치 보며 사는 데도 이제 지쳤다. 그 마음을 5천년 역사 최고 행복세대가 어찌 헤아릴 수 있을까."
박 교수는 "나도 멋모를 때는 학생들에게 자랑스럽게 옛날이야기를 했다. 가난했던 내 삶을 말하면서 희망을 갖고, 용기를 갖고, 공부하라고 다그쳤다. 하지만 지금은 그리 말하지 않는다"며 "가급적 그들의 입장에서 이해하고 미래를 찾아보려고 노력한다. 그렇게 해도 자식들로부터 밥상머리에서 항상 비난을 듣는다. 왜 자신들의 처지를 그리도 모르냐는 것이다"라고 전했다.
이어 "어느새 우리 세대는 이 나라의 중심이 되었다. 받아들이고 싶지 않지만 헬조선이라고 말하는 젊은이들의 말에 귀 기울려야 할 이도 우리 세대일 수밖에 없다"며 "열심히 살았고 아이들 제대로 가르치려고 노력한 죄밖엔 없는데 왜 자식들은 그것을 몰라주는지… 반성하고 또 반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장을 제1의 가치로 여기면서 불철주야 일한 게 오히려 독이 된 것은 아닌지, 미래세대의 몫까지 우리세대가 다 앞서서 빼앗아 먹은 것은 아닌지, 경쟁의 가치를 과신한 나머지 사회를 온통 운동경기장으로 만든 것은 아닌지, 성찰하고 또 성찰하지 않으면 안 된다. 따지고 보면 자신이 행복세대이었음에도 그것을 모르고 후세대의 아픔을 함께 하지 못하는 것은 부모세대의 자세가 아니다. 만일 젊은이들의 미래를 위해 마땅히 해줄게 없다면 가만히 입이나 다물고 있는 게 예의다. 더욱 그들에게 징징댄다고 타박하는 것은 오만 중의 오만이다. 그분은 달리 생각하겠지만… 나는 그리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