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군사회담은 오는 21일 판문점 북측지역 판문각에서, 남북적십자회담은 다음 달 1일 남측지역 평화의 집에서 열자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에 대한 북한의 반응은 과거에 비해 늦었지만, 정부는 발 빠르게 움직이면서 북한에 대한 유화 공세를 본격화했다.
두 회담 중에서도 남북군사회담이 적십자 회담보다 시기적으로 앞서 있는 만큼 당장의 관심이 여기에 쏠리고 있다.
특히 북한은 분사분계선에서 적대행위를 중지하는 문제에 평소 많은 관심을 보인 만큼 회담 성사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더 높다는 관측이다. 북한으로서는 대북확성기 방송 중단과 전단 살포 중단 등 챙길 이익이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은 2016년 5월 7차 노동당 대회에서 “조선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 우선 북남군사당국사이의 대화와 협상이 필요하다”며, “북남군사당국 사이에 회담이 열리면 군사분계선 일대에서의 충돌 위험을 제거하고 긴장상태를 완화하는 것을 비롯해 호상 관심사로 되는 문제들을 포괄적으로 협의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언급한 “호상 관심사의 포괄적 협의”를 이번에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사실상 그대로 반복했다.
조명균 장관은 군사분계선 적대행위 중지를 위한 남북군사당국회담과 이산가족상봉 등 인도적 문제 해결을 위한 적십자회담을 제의하면서 "남북이 마주 앉는다면, 상호 관심사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장관은 "상호 관심사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논의한다는 측면은 문 대통령이 베를린 구상을 통해서 상당히 포괄적인 대북정책 구상을 언급한 바가 있고, 그 동안 아주 오래 남북 간에 대화나 접촉이 없었고 그래서 만약 북측이 호응해 온다면 새 정부 들어서 첫 번째 남북대화가 되는 만큼 거기에서 상호 관심사들을 자연스럽게 논의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설명했다.
조 장관은 '탈북 종업원 12명과 김연희 씨에 대한 북한의 송환 요구도 남북적십자 회담에서 논의될 수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도 "이산가족 상봉 외에 서로 제기할 수 있는 것들이 있겠지만 일단 구체적인 것들과 관련해서는 북측의 반응을 봐가면서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두 회담 의제에 국한시키기는 했지만 북한의 반응에 따라서는 ‘상호관심사의 포괄적 협의’가 가능하다는 얘기이다.
세종연구소 정성장 실장은 “김정은 위원장의 발언을 토대로 할 때 북한이 이번에 정부의 제안을 거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제는 북한이 회담에서 더 많은 것을 원할 때이다.
북한 노동신문은 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에 대한 논평에서 "제2의 6·15시대로 가는 노정에서 북과 남이 함께 떼여야 할 첫 발자국은 당연히 북남관계의 근본문제인 정치군사적 대결 상태를 해소하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아울러 조선신보는 최근 베를린 구상에 대해 언급한 기사에서 “조선반도(한반도) 긴장격화의 주된 요인인 미국과의 합동군사연습을 중지할 결단을 내릴수 있는가”를 물은 뒤 “북측은 남조선당국의 관계개선의지를 귀에 듣기 좋은 말이 아니라 가장 긴요하고 근본적인 문제를 풀어나가는 각오와 행동을 근거로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맥락에서 북한이 8월 한미 을지훈련 중단을 회담에서 근본문제로 다룰 것을 수정 제의할 경우에는 회담 개최에 난항이 예상된다.
남북 상호관심사의 허심탄회한 논의를 강조한 조 장관도 ‘한미연합 을지훈련에 좀 더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그런 사항들에 대해 구체적으로 검토된 것은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부도 북한이 다양한 형태로 수정 제의를 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대응책을 궁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제의에서 군사당국회담의 급이나 형식을 특정하지 않은 채 회담을 제안한 만큼, 북한의 다양한 수정 제의에 대해서는 회담의 형식이나 급을 조정함으로써 대응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