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프로야구는 당초 스트라이크존이 확대되면서 최근 기승을 부렸던 타고투저 현상이 다소 완화될 조짐을 보였다. 하지만 타자들이 존에 적응하는 가운데 차츰 존이 예년처럼 넓어지면서 타고투저가 슬그머니 리그를 지배하는 모양새다.
12일까지 KBO 리그 전체 타율은 2할8푼6리로 지난해의 2할9푼에 거의 근접했다. 전체 평균자책점(ERA)도 4.97로 지난해 5.17을 따라잡을 태세다. 날씨가 더워지면서 이런 현상은 더욱 두드러질 전망이다.
예를 들어 리그 정상급 마무리로 꼽히는 손승락(롯데)은 직구 피안타율이 무려 3할9푼(이하 기록은 7월11일 기준)에 이른다. 컷패스트볼 피안타율이 그나마 2할4푼1리로 낮지만 최근 잇따라 공략을 당했다. 지난 5일 삼성전에서 조동찬에게 끝내기 안타를 맞고, 11일 한화전에서 손승락에게 블론세이브를 안긴 김태균의 홈런도 커터였다.
그럼에도 투수들이 이런 타고투저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한 주무기는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다. 타자들의 허를 찔러 위기를 넘기는 필살기는 그래도 있다는 것이다. 과연 전반기를 앞둔 올 시즌 최고의 구종은 무엇일까.
해커는 올 시즌 16경기 등판, 8승3패 ERA 2.93을 기록 중이다. 다승은 5위지만 ERA와 전체 피안타율(2할5푼1리)은 3위다. 이런 해커의 기록에 힘을 주고 있는 구종이 커브인 셈이다. 피안타율이 1할도 되지 않는 마구였다.
2015년 해커는 다승왕(19승5패)에 피안타율 1위(2할3푼1리)에 오른 바 있다. 독특한 투구폼에 따른 직구 구위도 일품이지만 낙차 큰 커브에 홀린 타자들이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올해 피안타율 2위 구종도 커브였다. LG 주장 류제국도 커브 하면 둘째 가라면 서럽다. 피안타율이 1할2푼5리에 불과했다. 올해 LG 투수 중 최다승(7승5패)을 달리는 류제국을 지탱하고 있는 구종이다. 류제국의 전체 구종 피안타율은 2할5푼4리로 7위다.
LG의 잠실 라이벌 두산 투수의 커브도 만만치 않다. 좌완 에이스 장원준의 커브도 피안타율이 1할2푼9리밖에 되지 않았다. 장원준의 피안타율은 2할5푼3리로 전체 6위다. 류제국과 같은 7승5패를 기록 중인 장원준에게 빼놓을 수 없는 구종이다.
문승원의 팀 동료이자 떠오르는 잠수함 투수 박종훈의 주무기도 맹위를 떨치고 있다. 역시 커브다. 피안타율이 1할5푼3리로 전체 투수들의 구종 중 '톱5' 안에 들었다. 박종훈은 올해 8승4패 ERA 3.84를 기록하며 SK 마운드의 핵심으로 활약 중이다. 피안타율은 2할5푼7리. 지면에서 5cm 위에서 뿌리는 공이 위력을 보이는 데는 커브도 톡톡히 한몫을 한 셈이다.
피안타율 '톱5'에 든 구종은 4개가 커브였다. 슬라이더와 포크볼, 특히 최근 컷패스트볼 등 다양한 변화구들이 투수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역시 커브가 변화구의 대명사임을 다시금 입증한 셈이다.
물론 낙차가 커 원바운드 등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지만 역시 타자들을 현혹시키는 데는 커브만큼 효과적인 구종도 없다. 과연 후반기에도 커브가 투수들의 숨통을 트이게 하는 효자 구종이 될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