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내에서는 대국민 사과 퍼포먼스와 함께 박지원 전 대표 등 대선 당시 선거대책위원회의 사과와 책임이 선행돼야 한다는 요구도 빗발치고 있다.
◇ 늦은 '사과'에 당 안팎에서 '실망'
문준용 씨 특혜 채용 의혹 증거 조작사건이 불거진 후 침묵을 지키던 안철수 전 대표는 12일 "이번 사건에 대한 정치적, 도의적 책임은 전적으로 후보였던 제게 있다. 모든 짐은 제가 짊어지고 가겠다"며 사과했다.
"다당체제가 유지될 수 있도록 국민의당에 다시 한 번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지만 여론은 여전히 싸늘하다.
박주선 비대위원장이 "조직적 개입이 있다면 당을 해체하겠다"며 당 차원의 사과가 나온 지 16일만에 이뤄진 사과인데다, 정치적 책임을 지겠다는 '약속'도 명확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당 핵심 관계자는 "이 정도 수준의 사과를 할 거였으면 사건이 터진 직후 입장을 밝혔어야 했다"며 "정치 일선에서 물러난 뒤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정계 은퇴까지 고려한다는 입장을 보여야 했는데 지금 수준의 사과로는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바른정당이 "안 전 후보의 발언은 사건이 불거졌을 때 나왔어야 했다. 그런 면에서 국민들이 얼마나 받아들이고 이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고개를 갸웃하는 등 안 전 대표 사과에 대한 다른 당들의 반응도 신통치 않다.
◇ "안철수 이어 박지원도 사과해야" 거세지는 책임론
국민의당은 12일 예정됐던 의원총회를 일단 연기했다. 김동철 원내대표는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의 면담 요청도 취소한 채 수습책 마련에 고심중이다. 당은 이날 의총을 다시 열어 국회 보이콧 여부와 검찰 수사와 관련한 대응 방안도 모색할 방침이다.
내부에서는 당 차원의 대국민 사죄 퍼포먼스를 주장하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당 핵심 관계자는 "지난 11일 의원총회에서 안 전 대표와 별개로 당 차원의 대국민 사과가 더 있어야 하는 의견이 나왔다"며 "방식과 시점을 고민중"이라고 전했다.
대선 당시 선대위원장을 맡았던 박지원 전 대표도 사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의원은 "선대위 차원에서 박지원 전 대표 또한 정치적,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과하는 것부터 우리 당이 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안 전 대표가 주장했던 '새정치'를 버리고, 새로운 목표를 설정하는 등 안철수 색깔을 빼야 한다는 입장도 나타냈다. "공허한 새정치라는 구호보다 바닥이 튼튼한 정당을 만들기 위해 재창당 수준의 개혁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이 국민의당이 처한 답답한 현실을 타개할 그럴싸한 대안은 아니다. 박지원 전 대표가 사과를 하고, 당 차원에서 이벤트를 한다고 해도 돌아선 민심이 돌아올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지극히 낮다.
◇ 민주당과 각세우기도 '부담'…검찰 수사만 바라보는 국민의당
궁지에 몰린 쥐가 고양이를 문 격으로 추미애 대표의 '머리 자르기' 발언을 빌미로 여권에 몽니를 부려봤지만 마냥 계속할 수는 없고 이제는 마무리를 해야 할 시점이다. 국정 발목잡기라는 비난만 남을 수밖에 없다.
검찰 수사가 마무리되는대로 빨리 당을 경선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당권 주자들이 당의 비전을 놓고 경쟁하면서 국민들의 관심을 불러 모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증거조작 사건이 언제 어떻게 종결될지 아직은 가늠하기 어려워 지금의 전투모드를 평시체제로 전환하는 것도 고민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 관계자는 "(제보의 진위 확인을 위한) 필요 최소한의 의무를 다했는지 면밀히 보고 있자"고 말했다. 수사가 윗선으로 계속 확대될 가능성이 열려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국민의당의 답답한 상황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 다선 의원은 CBS와의 전화통화에서 "조작된 증거로 상대방을 공격한 것이기 때문에 지금으로서는 검찰 조사를 지켜보며 협력할 부분은 협력하면서 거듭나고 혁신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