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지난 3일까지 정씨를 모두 다섯 차례 불러 조사했다. 지난달 20일 두 번째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로는 두 번째 소환이었다.
검찰은 그러나 5차 소환으로부터 일주일이 지나도록 불구속 기소와 3차 구속영장 청구의 갈림길에서 정씨의 신병처리에 대한 선택을 유보하고 있다.
특수본 관계자는 "신병처리와 관련해 정해진 건 없다"며 "덴마크 당국의 동의 문제도 있고 추가 조사할 내용도 있다. 계속 수사중"이라고 말했다.
이는 검찰의 설명대로 추가조사 필요성 판단에 따른 것일 수 있지만, 정씨를 '수사중' 상태로 두며 심리적으로 압박하는 전략 역시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기존에 수사한 혐의에 새로운 혐의를 보태 영장을 청구하거나 기소하려면 범죄인 인도법에 따라 정씨를 구금했던 덴마크 사법당국의 동의가 필요하기도 하다.
구속 상태의 피의자가 아니기 때문에 검찰로서도 20일 안에 정씨를 재판에 넘길 이유는 없다.
어머니 최씨의 뇌물 재판이 계속 진행되고 있는데다, 정씨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 등에 증인으로 채택되면서 마냥 자유로운 신분은 아니다.
여기에 이미 이대 비리와 관련한 최씨와 최경희 전 이대 총장 등의 1심 유죄 선고 때 정씨의 공모관계를 법원이 일부 인정하기도 해 정씨가 재판행을 피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
한 검찰 관계자는 "정씨가 외출도 편하게 하지 못한 채 어머니 등의 재판 과정을 지켜보며 상당히 불안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구속영장 기각이 무죄를 의미하지 않기 때문에 초조한 쪽은 정씨일 것"이라고 말했다.
정씨는 12일 이재용 부회장 재판에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불출석 사유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정씨 변호인 측은 "정씨가 조사를 받은 이후 집에서 스트레스로 구토까지 하고 있다"며 "보모가 관두려고 해 사람을 찾고 있는 것도 힘들어 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씨는 현재 피의자 신분인 데다 어머니 최씨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증언을 거부하고 있다.
정씨가 계속 출석을 거부하면, 재판부는 강제구인 여부를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