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安 숨기고 秋 나가라…'몽니' 먹힐까?

민주당 "추경 볼모 잡으면 안돼" 강경 대응…지지율 4% 속타는 국민의당

국민의당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이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장이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의 '머리 자르기' 발언과 관련 대표직 사퇴와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당은 전날 추미애 대표 발언에 강력 반발해 국회일정을 전면 보이콧 했다. (사진=윤창원 기자)
잔뜩 독이 오른 국민의당이 모든 국회일정을 전면 보이콧하면서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이에대한 여론은 좋지 않은 상황이어서 '대립각 세우기' 전략이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당은 지난 7일 긴급 의원총회를 개최한 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진정어린 사과와 대표직 사퇴를 요구하며, 납득할만한 조치가 있을 때까지 국회일정에 협조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는 공식 입장을 전했다.

대선 패배 이후 구심점을 찾지 못하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해 쇄신을 모색했지만, '문 대통령 아들 증거조작 사건'이 터지면서 더욱 수세에 몰린 국민의당이 추 대표의 '머리 자르기' 발언을 계기로 국면 전환을 시도하는 모양새다.

국민의당의 강경 모드 선회로 정부·여당과 청와대는 곤란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


속도를 낼 것 같았던 추경심사에 비상이 걸린 데다, 정부조직법 개편안은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또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와 송영무 국방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보고서 재송부 기한이 3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야3당은 요지부동 상태다.

국민의당 입장 선회 발표에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가 기자들에게 "곤혹스럽다. 머리가 아프다"며 "추경 논의를 해야 하는데, 갑작스러운 상황이 생겨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만큼 정국이 꼬였다는 것이다.

문제는 국민의당이 국회에서 존재감을 드러낸 것과 다르게 여론의 시선은 곱지 않다는 점이다.

최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도 국민의당 지지율은 4%를 기록해 주요정당 5개 중 꼴찌를 차지했다. 서울과 대구.경북 지지율은 2%, 부산.경남권에서는 1% 지지율이 나왔다. 핵심 기반 지역인 호남과 충청권에서도 6%에 그쳤다.

국민의당 홈페이지에도 비난성 게시글이 줄을 잇고 있다.

악화된 여론은 2018년 6월 지방선거가 1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국민의당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호남지역의 한 군의원이 탈당하면서 하위 조직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당황스러운 기색을 보였던 민주당은 반격 카드를 꺼내 들었다. 당장 민주당은 국민의당이 정쟁을 빌미로 민생을 볼모로 잡았다고 비판했다.

강훈식 원내대변인은 7일 오후 현안 브리핑에서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을 인선하면, 섭섭한 소리가 들리면, 추경이 볼모가 되는 안타까운 현실이 이어지고 있다"며 "정당의 문제는 정당이 해결하고, 국회의 문제는 국회가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추경과 다른 사안을 연계하지 말라. 지금과 같은 야당의 모습이라면 국민의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익표 민주당 정책위 수석부의장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각 정당 간의 대치와 갈등은 국민들이 관련된 문제와 분리해서 얘기해야 한다"며 "국회가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것이나 추경예산을 다루는 문제는 국민과의 약속이고, 국민을 위한 당연한 의무"라고 말했다. '민생'이란 명분을 앞세워 국민의당을 압박한 것이다.

또 추 대표의 사퇴 요구가 무리수라는 비판도 나온다. 지난 대선 당시 조작된 증거로 문 대통령의 아들 취업특혜 공세를 퍼부었던 선거캠프의 안철수 당시 대선 후보는 정작 이번 사건에 대해 함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벼랑 끝에 몰린 국민의당이 국회일정 전면 보이콧으로 국면전환을 꾀하고 있지만, 민주당과 추 대표는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여론도 좋지 않아 국민의당의 강경 모드가 효과를 거두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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