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여사는 이 곳에 안장 돼 있는 윤이상 선생(1917~1995)을 기리기 위해 해당 묘지를 찾았다. 올해는 윤이상 선생이 태어난지 100년이 되는 해다.
발터 볼프강 슈파러 국제윤이상협회 회장과 피아노 연주자 홀거 그로쇼프, 박영희 전 브레멘 음대 교수 등 윤이상 선생의 독일 내 제자들이 김 여사를 반겼다.
김 여사는 이들과 묘역을 거닐면서 "저도 음악을 전공해서 윤이상 선생의 음악을 잘 알고 있다"며 "음 파괴가 낯설긴 했지만 작곡했던 선배들은 물론이고 관심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선생이 살아생전 일본에서 배로 통영 앞바다까지만 와보시고 정작 고향땅을 못 밟으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저도 많이 울었다"며 "그래서 고향 통영에서 동백나무를 가져왔다. 선생의 마음도 풀리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윤 선생은 유럽의 평론가들에 의해 '20세기의 중요 작곡가 56인'에 선정되고 1995년에는 독일 '자아브뤼겐 방송'이 선정한 '20세기 100년간을 통틀어 가장 중요한 작곡가 30인'의 한 사람으로 선정되기도 했지만 조국 통일을 염원하며 남북한을 오갔다는 이유로 대법원에서 징역 판결을 받아 복역한 뒤 고향땅을 밟지 못하고 이국땅에서 숨졌다.
윤 선생의 묘지에 한국의 역대 대통령 부인이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980년대 초 대학에서 윤 선생에게 작곡을 배운 그로쇼프는 "한국의 대통령 부인이 윤이상의 묘를 찾는 날이 올 줄은 몰랐다"고 감격스러워 했다.
그로쇼프는 이어 "윤이상은 내 음악 세계 전반에 영향을 준 선생이면서, 우리로 하여금 한국에 대해 알고 싶게 만든 인물"이라며 "윤이상에 대해 한국 내에 정치적 논란이 있는 것은 알지만, 그의 음악은 음악대로 평가해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여사는 독일로 오는 대통령 전용기 편으로 윤 선생의 고향 통영에서 가져온 작은 동백나무 한그루도 심었다.
김 여사는 "묘지에 동백나무를 심었는데 원래 식물 통관은 굉장히 힘들다. 병충해가 같이 들어올 수 있기 때문"이라며 "그런데 그 까다로운 통관을 모두 잘 마치고 윤이상 선생 묘소에 잘 심겨졌다. 아마도 저랑 윤이상 선생이랑 뭔가 잘 통했나보다"라고 말했다.
사람 어깨 높이쯤 되는 이 동백나무 앞에는 "대한민국 통영시의 동백나무. 2017.7.5 대한민국 대통령 문재인 김정숙"이라는 글이 한글과 독일어로 병기된 석판이 놓였다.
김 여사는 이어 "선생이 살아생전 일본에서 타신 배로 통영 앞바다까지만 와보시고 정작 고향땅을 못 밟으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저도 많이 울었다"며 "그래서 고향 통영에서 동백나무를 가져왔다. 선생의 마음도 풀리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영희 전 교수 등 윤 선생의 제자들은 독일에 있는 윤이상 생가를 윤이상 재단에서 2008년에 매입했지만 예산 부족 등의 이유로 현재 활용 방안을 찾지 못해 기념관을 만들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고 설명하며 김 여사에게 이 문제를 해결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김 여사는 노력해 보겠다고 답했다.
윤 선생은 일제 말부터 한국전쟁 직후까지 통영과 부산에서 음악 교사를 했고 유럽으로 유학했다. 1967년 동백림(동베를린) 간첩단 조작 사건'에 연루돼 대법원에서 징역 10년형을 확정 받고 복역 중 1969년 석방돼 독일로 돌아갔다.
이후 휴전선상에서 남북 음악가들이 공동으로 공연하는 아이디어를 제의하기도 했으나 무산됐다. 1995년 베를린에서 숨을 거둘 때까지 한국을 방문하지 못했다.
11년 뒤인 2006년 1월, '국가정보원 과거사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는 당시 정부가 단순 대북접촉과 동조행위를 국가보안법과 형법상의 간첩죄를 무리하게 적용하여 사건의 외연과 범죄사실을 확대·과장했다며 사건조사 과정에서의 불법 연행과 가혹행위 등에 대해 사과할 것을 정부에 권고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