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4일 ICBM 화성 -14형을 시험 발사해 성공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북한은 "시험발사가 최대 고각 발사체제로 진행됐고, 정점고도 2,802㎞까지 상승해 933㎞의 거리를 비행했다"고 설명했다.
정상 각도로 쐈다면 적어도 8천㎞ 이상을 날아가는 셈이니 ICBM, 대륙간탄도미사일에 해당한다.
그러나 북한이 사거리 8천㎞ 이상의 탄도미사일을 손에 넣었다고 해서 ICBM을 실전 운용하는 단계까지 갔다고 볼 수는 없다. ICBM이 실질적으로 표적을 타격하려면 대기권에 다시 진입하는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 교수는 북한의 ICBM 시험발사에 대해 "재진입 기술이 증명되지 않았다"며 "80% 정도는 완성이 됐지만 마지막 단계가 아직 남았다"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ICBM과 핵탄두를 결합시키는 북한의 핵능력이 거의 완성 단계를 향해 가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북한의 ICBM 개발은 결국 '시간문제'로 보이기 때문이다.
북한이 미국 독립기념일(7월 4일)에 맞춰 "세계 그 어느 지역도 타격할 수 있다"며 "미국의 핵전쟁 위협을 근원적으로 종식시킬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것이니, 미국을 향해 매우 강한 전략적 메시지를 보낸 셈이다.
북한의 핵능력이 완성 단계를 향해가고 있고, 또 이를 적극 공식화함에 따라 북핵 문제의 해법도 더욱 어려운 국면을 맞고 있다.
먼저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한미정상회담을 갖고 제재 속에서도 대화를 통해 북핵문제와 남북관계를 개선해나가는 국면을 어렵게 조성하고 있지만, 북한의 무력도발로 위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통일연구원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은 "물론 북한의 ICBM이 실전에 사용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전략적 무기의 개발이라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설정한 레드라인을 넘은 것"이라며, "미국이 강경한 모드로 전환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대북 정책에서 강경모드로 전환하면 문재인 정부의 대화 중심 해결 방식과 이를 위한 한미공조도 어렵다는 얘기이다.
결국 북한이 도발을 하면 할수록 북핵문제는 북미간의 문제로 고착화되면서 한국정부의 역할도 좁아질 가능성이 높다.
한 북한 전문가는 "과거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는 대화를 통한 남북 주도의 해결방식에 북한이 일정 정도 호응을 해 성과가 있었지만, 김정은 시대의 북한은 그 때와 상황이 판이하게 다르다"며 "북한은 일단 자체 개발 일정에 따라 핵무기와 ICBM을 결합한 핵 무력을 완성한 뒤에야 대화를 해도 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세종연구소 정성장 실장도 "북한이 ICBM을 보유하려는 의도는 결코 자위적인 목표를 추구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며, "한반도에서 전쟁 발발 시 미국 본토를 ICBM으로 위협함으로써 1950년 한국전쟁 때와 같은 미군의 개입을 막겠다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미국만을 상대하겠다는 북한의 전략적 도발로 문재인 정부의 남북주도 접근정책도 시험대에 오르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