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 6월25일에 조작사실 보고받아…이준서 면담땐 이유미 얘기안해"
'문준용씨 의혹제보 조작' 파문과 관련해 국민의당 진상조사단이 3일 자체 파악한 사건의 전말을 공개했다.
이번 사건은 이유미 씨의 단독 범행으로, 이씨가 당 관계자들에게 이를 알린 것은 지난달 24일이 최초였다는 것이 김관영 진상조사단장의 설명이다.
김 단장은 이 과정에서 안철수 전 대표나 박지원 전 대표 등 고위층의 개입은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박 전 대표의 경우 핵심 관계자인 이준서 전 최고위원과 한 차례 통화했다는 점이 드러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김 단장이 밝힌 이번 사건의 전말이다.
◇ 조작된 제보, 어떻게 전달되고 발표됐나
김 단장의 발표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4월 26일 오후 이유미 씨와 이준서 전 최고위원의 술자리에서 시작됐다.
김 단장은 "이 전 최고위원이 이 씨에게서 '파슨스에 지인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문준용 씨에 대한 정보 수집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이 술자리에서 이 씨는 문 씨의 파슨스 동료 얘기를 꺼낸 것으로 보인다.
이후 이 전 최고위원은 신빙성을 판단하기 위해 추가 증거자료를 요청했고, 이 씨는 5월 1일 조작된 카카오톡 대화 캡처 화면을 이 전 최고위원에게 전달했다고 한다.
이 전 최고위원은 이런 제보 내용을 일부 언론사 기자들과 박지원 전 대표에게 알렸다.
이와 관련해 박 전 대표는 "구체적 내용을 보고받은 바 없다"고 조사단에 진술했고 이 전 최고위원과의 통화가 기억에 없다면서 기록을 확인해도 남아있지 않다고 했으나, 이 전 최고위원과 박 전 대표의 비서관이 주고받은 문자 내용으로 미뤄 5월 1일 오후 6시 20분∼37분 사이 간단히 통화를 했음이 확인됐다고 김 단장은 설명했다.
이후 박 전 대표는 조사단과 만나 "지금은 (통화사실을) 기억을 한다. 전화를 받은 것 같다"면서 "(이 전 최고위원이) 보내놓은 SNS 메시지를 확인해달라고 하길래 알았다고 하고 끊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김 단장은 전했다.
5월 3일에는 이유미 씨가 음성녹음 파일을 이 전 최고위원에게 전달했다.
녹음파일까지 넘겨받은 이 전 최고위원은 이튿날인 5월 4일 공명선거추진단장이었던 이용주 의원, 김인원 당시 부단장 등과 함께 이 의원 사무실에 모여 제보자의 신뢰성에 대해 검증에 돌입했다.
이 자리에서는 등장하는 사람들이 실제로 파슨스 동문이란 점이 확인된 데다 이 전 최고위원이 '이메일 인터뷰 가능' 얘기까지 꺼내 신원확인이 충분히 됐다고 판단을 했고, 결국 다음날인 5월 5일 기자회견으로 공식 발표가 됐다는 것이 조사단이 파악한 사건의 개요다.
◇ "이유미가 처음 당에 조작 사실 얘기한 건 6월 24일"…5인 회동서 대책 논의
진상조사단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씨는 5월 8일께 이 전 최고위원에게 '사실대로 털어놓자'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이 전 최고위원은 "언론의 관심이 높아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보낸 것으로 이해했다"고 조사단에 진술했다.
그러던 중 6월 21일 이씨가 검찰의 소환통보를 받으면서 사태는 급변한다.
이 씨는 곧바로 이용주 의원에게 면담 신청을 했고, 사흘 뒤인 24일에는 조성은 전 비대위원에게 전화로 이번 의혹은 조작됐다는 얘기를 털어놨다. 조 전 위원은 이를 박지원 전 대표와 손금주 송기석 이태규 이용주 의원에게 전달했다고 한다.
이 씨는 같은 날 이용주 의원 사무실에서 이 의원을 면담해 조작 사실을 거듭 알렸다.
'비상사태'가 된 당 관계자들은 다음날인 25일 심야 이용주 의원실에서 '5인 모임'을 가졌다.
공명선거추진단장이던 이용주 의원, 김성호·김인원 전 공명선거추진부단장, 이준서 전 최고위원, 이유미 씨가 참석자였다.
오후 11시 30분에야 시작된 이 모임에서 이들은 최종적으로 이 씨의 조작 사실을 확인, 비대위에 보고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녹음파일 조작에 가담한 이 씨의 동생과도 통화했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이 씨는 "이 전 최고위원의 거듭된 자료요구 압박에 못 이겨 증거조작을 했다"고 진술했지만, '명시적으로 혹은 은유적으로라도 조작을 지시하란 얘기를 들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런 것은 없다"는 답변했다.
이 씨는 또 이 전 최고위원과 주고받은 카카오톡 메시지도 이 자리에서 꺼냈지만, 5월 5일 이전 메시지는 모두 삭제된 상태였다고 모임 참석자들은 진술했다.
참석자들은 이 자리에서 이 씨를 검찰에 예정대로 출석시키고, 이 전 최고위원을 서울에서 대기하도록 하는 '지침'도 결정했다.
◇ '윗선' 개입은 없었나…安 처음 인지한 시점은 언제
가장 관심이 모이는 안철수 전 대표의 개입 여부나 최초 인지 시점에 대한 조사 결과도 발표됐다.
김 단장은 "안 전 대표와 박 전 대표가 이 사건에 관여했거나, 조작된 사실을 인지했다는 것을 보여준 어떤 증거나 진술도 발견하지 못했다"며 이유미 씨의 단독 범행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특히 안 전 대표에 대해서는 김 단장은 "5월 5일 해당 보도가 나가기 전까지 당 내외에서 안 전 대표에게 관련 내용을 보고한 적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설명했다.
또 6월 24일 이준서 전 최고위원과 안 전 대표의 5분간 면담에서도 이 전 최고위원은 대선시기 고소·고발 건에 대한 검찰 수사에 당의 관심이 너무 없어 서운하다는 취지의 얘기만 했지, 이 씨에 대해 언급은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김 단장은 전했다.
다만 이 전 최고위원은 이 씨에게는 '안 전 대표와의 면담에서 이 씨의 고소취하와 관련한 얘기를 했다'는 취지의 거짓말을 했다고 김 단장은 전했다.
김 단장은 "이씨가 고소취하에 관심이 많고, 이씨가 불안해하고 있어 안심시키려고 거짓말을 했다는 것이 이 전 최고위원의 진술"이라고 말했다.
결국, 안 전 대표는 6월 24일까지 해당 의혹이 조작이라는 것은 인지하지 못했다는 것이 김 단장의 설명이다.
다음날인 25일 오전 7시에도 이씨가 안 전 대표에게 '고소 일괄취소를 부탁드린다. 죽고 싶은 마음이다'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보냈지만, 안 전 대표는 이를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김 단장이 밝혔다.
안 전 대표는 이후 이용주 의원이 유선으로 보고한 25일 오전 9시 47분께에야 처음으로 조작 사실을 접했다고 한다.
안 전 대표는 이 의원의 보고를 받고 나서야 이씨가 새벽에 보낸 문자를 확인했다는 것이 김 단장이 밝힌 조사 결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