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은 2일 김승영 구단 대표의 사과문을 배포했다. 이날 언론 보도를 통해 불거진 한국야구위원회(KBO) 심판원과 부적절한 돈 거래 의혹에 대한 사과였다.
김 대표는 "불미스러운 일로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하여 두산 베어스 팬 여러분을 비롯한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를 드린다"고 일단 고개를 숙였다. 이어 "2013년 10월 KBO 소속 한 심판원에게 개인적으로 금전을 대여한 일은 사실이었다"면서 "그러나 어떤 대가를 바란 행동은 전혀 아닌 개인적 차원이었으며 이후 KBO의 조사에 성실히 임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런 해명에도 팬들의 시선을 곱지 않다. 무엇보다 경기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심판원에게 돈을 준 데다 시기적으로도 민감한 때였기 때문이다. 김 대표가 돈을 건넨 때는 두산이 LG와 2013년 플레이오프(PO) 1차전 전날인 10월 15일이었다. 해당 심판은 1차전 구심을 맡았고, 두산이 LG에 4-2 승리를 거뒀다.
더욱이 KBO는 이 문제를 다룬 상벌위원회를 비공개로 열면서 더욱 논란을 부추겼다. 2013시즌 직후 KBO는 퇴출당한 해당 심판과 김 대표를 조사한 뒤 심판 개인의 일탈 행위로 결론지었다. '리그 관계자들끼리 돈을 빌려주거나 보증을 서는 행위를 금지한다'는 야구규약 제 155조 '금전 거래 등 금지' 조항 위반이었지만 지난 3월 28일 김 대표의 제제 사실은 공표하지 않았다.
최근 두 시즌 연속 KS를 제패한 두산의 업적은 큰 흠결이 남게 됐다. 더욱이 올해 두산은 주축들의 부상과 컨디션 난조 등으로 '디펜딩 챔피언'의 위세를 잇지 못하고 있다. 특히 최근 10경기 2승8패로 37승37패1무로 5할 승률과 5위를 턱걸이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구단 대표의 '돈 거래' 파문까지 불거진 악재까지 맞았다.
▲LG, 믿었던 마운드 붕괴 '5할 승률도 무너져'
2013년 당시 불의의 피해자라고 볼 수 있는 LG도 다른 의미에서 상황이 심각하다. 도덕성 여부와는 관계 없이 경기력에서 최악의 위기를 맞았다. 특히 팀의 자랑이던 마운드가 와르르 무너지면서 가을야구에 적색 경보가 켜졌다.
지난주 LG는 10개 팀 중 유일하게 무승을 기록했다. 5경기 1무4패에 허덕였다. 5할 승률이 무너져 6위(37승38패1무)로 처졌다. 주간 팀 평균자책점(ERA)은 무려 8.44나 됐다. 주간 팀 타율 3할2리였음에도 무승에 그친 이유다. 실책도 10개로 가장 많았다.
LG는 올해 팀 ERA 1위를 놓지지 않았다. 4월 ERA는 2.96으로 단연 발군이었고, 5월에도 3.78로 두산(3.53)에 이어 월간 2위였다. 슬그머니 고개를 든 타고투저 현상에도 3점대 ERA를 찍으며 5할 이상 승률을 이어갔다.
하지만 날이 더워지면서 LG 마운드도 뜨거워졌다. 6월 ERA는 4.85까지 상승했다. 5월보다 1점 이상 상승한 수치였다. 물론 월간 성적에서 SK(4.23), NC(4.66) 다음으로 나쁘진 않았다. 그러나 최근 3주 연속 불안했다. 6월 둘째주 3.00이던 주간 ERA는 5.88, 4.85로 높아지더니 지난주에는 무려 8.44까지 솟구쳤다.
29일 우천 취소로 하루를 쉬었지만 후유증은 남았다. 30일 KIA와 홈 경기에서 LG는 선발 헨리 소사에 이어 불펜도 무너져 6-10으로 졌고, 다음 날은 에이스 데이비드 허프가 나섰음에도 7이닝 4실점했고, 불펜이 6점을 더 내주면서 역시 4-10으로 졌다. 2일에는 4-13, 7회초 강우 콜드패까지 안았다. 9회까지 갔다면 더 실점할 수 있었다.
가장 강하다는 LG 마운드는 KIA의 6경기 연속 두 자릿수 득점 신기록의 희생양이 돼야 했다. 3점대였던 팀 ERA는 4.00이 됐다. 팀 득점에서 하위권인 LG는 마운드가 버텨야 이길 수 있는 팀. 투수진이 무너지면 답이 없다.
구단 대표의 사려깊지 못한 처사로 도덕성에 흠집이 난 두산과 상승세의 두 팀을 만나 마운드가 무너진 LG. 과연 고난의 전반기 막판을 보내고 있는 잠실 라이벌이 혼란을 딛고 반등의 계기를 마련할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