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용노동부의 정책사업 수행…통계에도 안 잡히는 비정규직 고용
A씨는 자신을 비정규직 굴레에 가둔 것이,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데 앞장서야 할 고용노동부 산하 기관이라는 것이 가장 이해할 수 없다고 한다. 산학협력단은 폴리텍대의 별도 법인이기 때문에, 여기 소속인 A씨는 공공기관 비정규직 통계에도 잡히지 않는다. 스스로를 '유령'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A씨는 "재계약을 따내는 것이 중요하다 보니 생사여탈권을 모두 맡긴 신세"라며 "계약 종료에 대한 두려움과 정규직 학교 교원의 차별과 멸시에도, 가장으로서의 책무 때문에 하루하루를 연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어린 딸이 무럭무럭 크는 게 겁이 날 정도다.
낮은 연봉에 만성적 고용 불안에 시달리는 폴리텍대 산학협력단 비정규직은 전국에 400여 명. 캠퍼스에 3~4명씩 흩어져 있기 때문에, 노동조합을 조직하기도 어려워 각자도생 중이다. 이 중 운 좋게 무기계약직으로 신분이 바뀐다 해도, 규정 상 사업폐지나 부서폐지 등 담당업무가 없다고 하면 해고가 가능하기 때문에 기간제 비정규직과 크게 다르지 않다. 때문에 대부분 직원의 근속연수가 1~2년에 불과하다.
폴리텍대 측은 비정규직 '유령'으로 산학협력단을 운영하는 이유에 대해 "사업의 영속성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산학협력단은 2006년에 설립됐다. 개개 사업이 구분되긴 하지만, 근로자 능력 개발이라는 관련 업무 자체가 중단 없이 이어져 왔단 의미다. 기간제 사용이 대부분이다 보니, 인수인계에만 지나친 업무 역량이 투입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 별도법인이라며 책임회피…하청 파견업 쓰는 재벌과 비슷
심지어 폴리텍대는 ‘근로자 직업능력개발법’에 따라 설립된 기능대학이다. A씨가 하는 업무가 곧 기관의 존재 목적 중 하나라는 의미다. 직업훈련 교육을 제공함으로써 노동자에게 안정적 일자리를 확보하고 지위를 향상시키는 게 목표다. 정작 이를 위해 일하는 A씨가 업무 전문성을 쌓지 못하고 고용 불안에 시달리는 것은 아이러니다.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목소리를 어디를 향해 내야 할지도 애매한 실정이다. 비정규직들은 산학협력단장과 고용 계약을 맺지만, 실제 업무 지시와 임금은 파견 캠퍼스로부터 받는다. 산학협력단장과 캠퍼스 내 산학협력처장이 노동자의 작은 요구사항에도 "저 쪽에 가서 말하라"고 책임을 미루는 배경이다.
폴리텍대 측은 "산학협력단은 폴리텍대 별도의 특수법인이기 때문에 정원과 예산은 단 차원에서 정한다"고 책임 소재가 고용노동부까지 향하는 데 선을 그었다. 그러나 단장의 임명권은 대학이 쥐고 있고, 대학은 또 고용노동부 산하기관으로써 관리감독을 받는다. 사기업들이 값 싼 노동을 부리면서도 책임을 덜기 위해 인력파견 하청 업체를 끼고 비정규직을 채용하는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