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는 2004년과 2011년 병역법 관련 조항에 대해 두 차례 합헌 결정을 내렸고, 현재까지 대체복무제 도입에 대한 입법 부작위 사건을 포함해 모두 32건을 심리중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대체복무제 도입 필요성을 언급하고, 국가인권위원회도 국방부에 도입을 권고하기로 최근 의결해 헌재의 결정 시기도 주목된다.
일부 하급심에서 무죄가 선고되는 이유는 병역법상 처벌이 예외 되는 '정당한 사유'에 종교적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도 해당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대체복무제의 빈자리를 지적하기도 한다. "대안 마련이 필요하고, 그것이 가능한 데도 국가가 최소한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국가의 안전보장이라는 헌법 가치만을 실현하고자 양심의 자유를 제한한다면 헌법의 과잉금지 원칙에 반한다"는 게 하급심 판결의 요지다.
2004년 이후 종교적 병역거부자에게 무죄를 선고한 하급심 판결은 전국적으로 33건인데, 이 가운데 절반인 16건이 올해 쏟아져 시대적 변화 요구도 힘을 받는 모습이다.
"우리나라가 가입한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규정에서 병역거부자들이 병역법 조항을 면제받을 수 있는 권리가 도출되지 않고,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 권고안이 법률적 구속력을 갖는 것도 아니다"라고 대법원은 판단한다.
이런 대법원의 '결국 유죄' 선고 직후에도 하급심에서는 '일단 무죄' 판결이 다시 나오는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대체복무제 관련 법안에 잇달아 발의돼 도입 논의가 활발해졌다.
이 때문에 헌재도 병역거부 관련 결정을 조만간 내놓기보단 입법 부작위 해소 여부를 관망할 것으로 보인다. 재판관 공석 상태도 이어지고 있어 서두를 이유도 없다.
대체복무제 입법 부작위 여부를 떠나 법령의 제정이나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과정을, 경우에 따라 입법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는 판례도 있다.
앞서 헌재는 2011년 합헌 결정에서 대체복무제 도입에 대해 "허용하더라도 국가안보에 아무런 지장이 없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의 문제로 귀결된다"고 밝혔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징역형을 감수하는 상황이 바람직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분단이라는 특유한 안보상황 ▲병력자원의 손실 ▲심사의 곤란성 ▲사회통합의 문제 ▲남북한의 평화공존 관계 정착 등의 선행조건 충족 등을 고려해봐야 한다는 거였다.
양심적 병역거부 허용이 국방력을 약화시키고 국방의 의무를 회피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것을 우려한 것이다.
그러나 최근 판결문들이 강조하 듯 대체복무제가 병역기피자를 양산한다거나 전투력 손실을 가져온다는 보고나 확인된 사실은 없다.
인권위에 따르면, 국민인권의식 조사에서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해야 한다는 여론이 2005년 10.2%에서 지난해 46.1%까지 늘어 사회적 공감대도 확산되는 추세다.
김이수 헌재소장 후보자는 이달 7일 인사청문회에서 "너무 오래된 사건이기 때문에 검토를 시작해야 될 시기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저는 대체복무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는 9월 퇴임하는 양승태 대법원장의 후임 인선을 비롯해 대법관 14명 가운데 13명을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하게 되면서 '달라질' 대법원이 또 한번의 전원합의체 논의를 할 가능성이 전혀 닫힌 것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