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이영훈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우병우 전 민정수석에 대한 직권남용 혐의 공판에서 우 전 수석은 피고인이었지만 동시에 본인이 직접 '셀프 변호'에 나서는 등 국정 농단 사건의 다른 피고인들과는 완전히 다르게 행동했다.
그는 재판 중간중간 자신의 변호인에게 귓속말로 '뭔가'를 전달하고 계속 '코치'를 했으며 심지어는 재판 중 증인을 상대로 직접 신문에 나섰다 재판관으로부터 제지를 받기까지 했다.
우 전 수석은 첫번째 증인인 강모 전 문체부 과장에 대한 변호인 신문때는 본인이 직접 강 씨의 검찰 진술기록을 찾아 변호인에게 전달해줬고, 증인 신문 질문지를 꼼꼼이 체크하며 변호인에게 지속적으로 주문사항을 전달하는 모습이었다.
또 때로는 턱을 괴고 곰곰이 증인 진술을 듣다가도 증인이 자신의 판단과 다른 얘기를 할 때는 고개를 들고 '어이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지었다.
특히 변호인 질문 도중 재판관이 "38번 질문은 그 정도로 하라"고 하자, 우 전 수석 변호인은 우 씨의 눈치를 살폈고 우 씨 얼굴을 살펴본 변호인은 이내 "39번 질문하겠습니다"라며 곧바로 넘어갔다.
강 전 과장에 대한 증인 신문이 끝난 뒤 법정 안팎에서는 "누가 증인이고 피고인인지, 누구 재판인지 모르겠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왔다.
우 전 수석 변호인들이 증인인 강 전 과장을 상대로 문체부 시절 비위 혐의와 관련된 국무조정실 조사 내용을 집중적으로 캐묻는 바람에 오히려 증인이 피고인처럼 비쳤기 때문이다.
검찰 측은 "우 전 수석 변호인 측이 증인을 상대로 재판의 본질과 관계없는 질문을 백개나 준비했다"며 제지해줄 것을 재판부에 요구하기도 했다.
우 변호인측은 민정수석실이 문체부 국과장급 6명을 좌천시키도록 당시 김종덕 문체부 장관에게 요구한 것은 '문체부 내부의 인사 난맥상' 때문이었다는 것을 집중 부각시키려고 애를 썼다.
우 전 수석 변호인측은 김종 전 문체부 2차관에 대한 증인 신문을 놓고도 재판부와 실랑이를 벌였다.
재판부는 "증인 신문 시간이 너무 길어 김종 전 차관에 대한 신문을 7월 하순으로 연기하자"고 제안했지만 우 변호인 측은 "김종 증인에 대한 신문을 지금 곧바로 해야 한다"고 맞섰다.
잠시 휴정한 뒤 속개된 재판에서도 재판부가 다시 김종 전 차관에 대한 증인신문 연기를 요청했지만 우 전 수석 변호인은 재판부와 한동안 맞서다 결국 우 피고인의 허락을 받고 김 전 차관에 대한 증인 신문 연기에 동의를 표했다.
재판을 지켜본 한 인사는 "본인 재판인 만큼 절박한 사정은 당연하지만, 재판을 변호인에게 맡기지 않고 하나하나 '지시'와 '관여'를 하는 모습을 보면 우씨가 상당히 초조하고 전전긍긍해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인사도 "검찰에서는 '황제 소환'이라고 했지만 재판에서는 '주사급' 피고인처럼 행동하는 것 같다"고 촌평했다.
재판 끝 무렵 재판부는 우 전 수석에게 장씨에 대한 직접 신문 기회를 부여했다.
우 전 수석은 장씨에게 "'최순실씨가 영재센터와 관련 민정수석실이 보고 있으니 조심하라'는 얘기를 했다고 하는데 '민정(수석실 관계자와) 전화를 한 번 하거나 만난 적이 있냐'"고 물었다.
장씨는 아서 "최씨가 영재센터와 관련된 민정수석실 자료를 보여주면서 '민정이 주의하고 있으니 (너도)주의해서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장씨는 또 "최씨가 K스포츠재단 직원으로 채용하려 했던 김수현에 대한 민정수석실의 세평(세간의 평가) 자료를 보여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장씨는 특히 진술에서 "박 전 대통령이 우 전 수석을 경질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최순실씨가 박 전 대통령의 약점을 많이 알아 어떻게 하지 못하는 것처럼 박 전 대통령과 우 전 수석도 그런 관계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우 전 수석은 직접 신문을 통해 "저를 아느냐"고 물었고 이에 대해 장씨는 "모른다"고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