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위원은 29일 전북 무주 티롤호텔에서 열린 세계태권도연맹(WTF) 주최 만찬에 앞서 취재진과 만나 바흐 위원장의 발언을 전해들은 뒤 남북 단일팀 가능성에 대해 "그건 나도 물어봐야 한다"면서 "내가 (바흐 위원장의 의견을) 받은 건 아니다"고 즉답을 피했다.
바흐 위원장은 이날 만찬을 위해 인천공항에 입국해 "지난 24일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개막 축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남북 단일팀) 제안이 인상적이었다"면서 "곧 문 대통령을 만나서 남북 단일팀 구성과 관련한 협의를 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장 위원의 부정적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 일단 장 위원은 "사실 남북 협상 문제는 두 나라의 NOC(국가올림픽위원회) 소관"이라면서 "나는 IOC 위원으로 위원장의 편에 서야 한다"고 한 발 물러섰다. 이어 "(NOC끼리) 무슨 안이 있겠죠"라고 덧붙였다.
장 위원은 그러나 곧이어 남북 단일팀 가능성에 대해 "굉장히 쉽지 않다"고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장 위원은 "오늘 오전 서울에서 오찬을 했는데 1991년 지바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단일팀 구성 때 2년을 협상했다"면서 "그렇게 힘든 것이고 지금은 (정치 상황이 이렇게) 엄혹한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IOC가 만약 내년 평창올림픽 출전권을 준다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이 나왔다. 이에 장 위원은 "그것은 여러 기관과 부서들이 관련돼 있다"면서 "가정일 뿐인데 'If'는 그만 두자. 난 대단히 어렵다고 본다"고 답했다. 이어 "정세균 국회의장이 대회 축하 연설에서 '남북관계가 살얼음을 걷고 있다'고 했는데 아주 잘 얘기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바흐 위원장과 담소를 나누기 위해 이동하면서 마지막으로 했던 말도 부정적인 의견이었다. 장 위원은 "IOC 위원장이 힘을 실어주면 단일팀이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의지와 실행은 다른 것 같습니다"는 말을 남기고 총총히 취재진과 멀어졌다. 이후 장 위원은 바흐 위원장, 조정원 총재, 유승민 IOC 위원 등과 만찬에 나섰다.
만찬 뒤에도 두 인물의 인터뷰는 앞선 것과 다른 점이 별로 없었다. 장 위원은 "바흐 위원장이 (현재 상황을) 말짱하니 알고 오셨을 것"이라고 했고, 바흐 위원장은 "(남북 단일팀과 관련해) 문 대통령과 논의할 것"이라면서 "이미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는 지난 2월 북한 NOC에 권유했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