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수는 '슬쩍'…대학원생 급여는 반토막
검찰에 따르면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한모(54) 교수는 지난 2008년 4월부터 최근까지 국가보조금으로 지급된 연구비 12억 8천만 원을 받아 챙겼다.
석사과정 몫으로 180만 원, 박사과정 연구원 몫으로는 250만 원씩의 인건비가 나랏돈에서 나왔으나 학생들에겐 절반씩만 지급한 것. 심지어 연구원을 허위로 등록하고 그 돈을 슬쩍 가로채기도 했다.
이렇게 챙긴 돈은 주식투자나 한 교수 자신이 운영하는 벤처기업의 자산을 증식하는 데 이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경희대 의과대학 박모(59) 교수와 고려대 식품공학과 우모(59) 교수는 연구원들의 통장을 직접 관리하면서 각각 인건비 3억 5천만 원, 1억 9천만 원씩을 받아 챙겼다.
서울북부지검 국가재정·조세범죄 중점수사팀(양인철 부장검사)는 한 교수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구속 기소하고 박 교수와 우 교수를 사기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23일 밝혔다. 또 이들을 포함해 최근 연구비를 가로채 북부지검에 적발된 교수는 모두 15명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 반복되는 피해에도 "참고 지낼 뿐"
최근 서울대 인권센터 조사 결과 A 교수가 대학원생들에게 개인적인 심부름을 수시로 시켜왔다는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갑질 사례로는 자택 냉장고 청소와 세탁물 맡기기, 자동차 정기점검과 내비게이션 업데이트까지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갑질이나 횡령 사건이 끊이지 않으면서 교수 사회를 향한 불신은 더욱 커지고 있다.
대학원생 B 씨는 "교수님이 업무적인 일이 아니라 자기 개인적인 일들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화를 내거나 심각하게 인격모독을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며 "이를 막아줄 만한 법도 제도도 없다 보니 다들 그냥 참고 지낼 뿐"이라고 토로했다.
이처럼 피해 사례는 수십 년째 반복되고 있으나 뚜렷한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