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원이 적다보니 9급 시험이 끝나고 7급 시험 채용을 준비하는 등 순차적으로 시험을 치렀다. 인력 보강을 전제로 하게 되면, 병렬적으로 시험을 실시할 수 있기 때문에 1년 동안 시험 실시기간이 줄어들게 된다. (인재 충원은 언제부터 어떻게 할 계획인가?) 증원을 해 나갈 계획이다" (6월 20일 이정민 국정기획위 정치행정분과 전문위원)
국정기획위는 201개의 공약을 추려내 향후 5년간 이행해야 할 '100대 국정과제'를 선정, 정책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 주까지 100대 국정과제의 큰 틀을 만들었고, 이번 주부터 분과별 종합토론을 벌여 검토한 것들을 하나씩 풀어놓고 있다.
실제로 국정기획위는 이번 주부터 '형사공공변호인 제도' 도입(19일),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 위원회' 8월 출범(20일), 공정위의 전속고발권 단계적 폐지(20일), 공무원 시험기간 두 달 단축(20일), 실손보험료 인하 유도 방안(21일) 등 사법·경제 분야에서 굵직굵직한 국정과제들을 발표했다.
국정기획위가 소관 부처와 상당 시일 동안 협의해 내놓은 결과물이지만 구체성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장 100개에 이르는 국정과제 모두 세부적인 이행안까지 나올 순 없지만, 먼저 발표한 국정과제인만큼 중요도가 높은 사안일텐데도 공약 이행을 위한 로드맵이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국정기획위는 계획 단계에서부터 지출 소요·재원 대책·입법 계획 등 실행을 담보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역대 인수위와는 달리 '깜깜이 국정과제 보고서'를 탈피하겠다고 공언한 것. 그러나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마감 시한 안에 제대로 된 재원 조달 방법 등을 제시할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이 나오는 상황이다.
현재 국선변호인 제도에 투입되는 예산은 약 450억원. 미국식의 형사공공변호인 제도를 도입하게 되면 10~20배까지 더 소요될 전망이다. 국정기획위는 내년에 관련 입법을 마무리하고 내후년에 적용한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현실적으로 적용하기 위해 필요한 재원 조달 계획이나 국선변호인 제도 적용 범위 등에 대해선 "검토 중"이란 말만 반복했다.
공무원 시험 기간 단축의 핵심은 현재 '순차적'으로 교수들이 채점하는 방식을 '병렬적'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방식을 바꾸기 위해선 인력 충원이 필수다. 하지만 이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국정기획위 관계자는 "인재 충원을 할 것"이라고만 두루뭉술하게 답했다.
공정위의 전속고발권 폐지의 경우, 대통령 공약대로 '폐지' 방향은 유지하지만 일괄 폐지할 경우 부작용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폐지하기로 했다. 이를 위한 TF를 운영한다. 그러나 TF 구성원이나 활동 시한 등도 정해지지 않았고 명확히 어떤 시점부터 전속고발권을 폐지하겠다는 방침도 정해진 바가 없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아무래도 현재 인수위 역할을 하고 있는 국정기획위가 정권이 출범한 뒤 가동되는 것이기 때문에 시간적 여유가 없을 것"이라면서도 "당초 국정기획위가 말했던대로 대강의 재원 조달이나 인력 충원 계획까지 제대로 밝혀야 국민들이 실제로 공약이 정책으로 만들어지겠구나 하고 와닿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