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연장의 꿈 '닥터 AI'에게 맡긴다

인공지능, 생체 데이터 분석 예측 정확도 97% 육박

스마트이미지
인간과 바둑 두던 인공지능(AI)이 의료 서비스와 만나 '스마트 헬스케어' 시장에서 몸집을 키우고 있다. 주요 병원들도 앞다퉈 인공지능 가술을 도입하고 주목받는 생체 분석 스타트업이 수백억원에 인수되는 등 의사 대신 컴퓨터에게서 진단과 치료, 수술까지 받을 날이 머지 않았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의 글로벌 헬스케어 시장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인공지능 결합 헬스케어 시장은 연평균 40% 이상 성장해 2021년에는 67억달러(약 7조6천억원)를 상회하고 향후 2년 안에 미국내 병원에서 35% 이상, 5년 안에 50% 이상이 인공지능 기술을 도입할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IBM,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기술기업들이 인공지능, 스마트 플랫폼을 앞다퉈 내놓으며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웨어러블 기기를 통한 단순한 건강관리 차원을 넘어 인간이 극복하지 못한 질병 진단과 치료, 재활까지 인공지능의 활용폭이 확대되고 있다.

◇ 인공지능, 생체 데이터 분석 예측 정확도 80~97%25

기술 전문가들은 미래의 의사는 인간을 대신한 봇(Bot 자동화된 프로그램)이 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인공지능은 급속도로 의료계로 보폭을 확대하며 치료하기 어려운 질병과 질환에 대한 치료법을 찾는데 핵심적인 역할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UCSF)는 알고리즘 전문업체 카디오그램(Cardiogram)과 협업 심방세동을 진단하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으로 애플워치와 연동되는 카디오그램 심전도 측정 앱 이용자 6158명의 심전도 데이터를 학습시켰다. 그 결과 97%의 정확도로 심장 부정맥을 감지해 뇌졸중 위험을 조기에 감지해냈다.

하버드대와 버몬트대 공동연구팀은 인스타그램의 게시물을 분석해 우울증을 임상적으로 진단하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개발해 우울증 조기 선별 및 정신질환 조기 탐지의 가능성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영국 노팅엄대학 연구팀은 지난 10년 동안의 영국인 37만 8256명의 의료 데이터를 활용해 현행 예측 모델과 인공지능 알고리즘으로 비교 분석한 결과 인공지능은 실제 심장마비나 뇌졸중이 발생한 7404명 중 4998명의 발병을 예측해냈다. 반면 기존 예측 모델은 인공지능보다 더 적었다.

그동안 기술의 발달이 의료 분야에 끼친 영향을 지대했지만 최근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거센 파도와도 같은 물결은 이들 기업들의 스마트 기기와 플랫폼으로부터 쌓은 엄청난 빅데이터가 더 큰 혁신을 자극하고 있다.

포레스터 리서치의 케이트 맥카시 애널리스트는 과학기술 전문 매체 Phys.org와의 인터뷰에서 "애플이 '리서치 킷'을 발표했을 때 커다란 변곡점을 가져올 것이라 예상했다"고 말했다.

리서치 킷(Research Kit)은 애플이 2015년 내놓은 앱 도구로 의사와 과학자들이 의료 진단 앱을 이용해 건강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맥카시는 "인공지능의 발전은 개별 유전학에 적응된 '맞춤형 의학'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면서 "사람들이 이전에는 할 수 없었던 속도로 임상 연구를 통해 결합하고 짜임새 있게 만들 수있는 환경을 갖추게 됐다"고 덧붙였다.

◇ 애플의 리서치 킷, 구글 알파고 인공지능 진단 서비스

인간 바둑계를 평정한 구글 딥마인드의 데미스 허사비스 CEO는 "이제 알파고를 이용해 인류에 도움이 되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겠다"며 의료·과학·에너지 연구·소재 개발 등으로 활동 폭을 넓히겠다고 밝혔다.

최근 영국 국립보건서비스(NHS) 등과 함께 인공지능 진단 서비스도 시작했다. 사용자가 증상을 입력하면 학습된 3억 건의 의료 데이터를 분석해 사전 진단 결과를 알려준다. 정확도는 의사가 73.5%에 그친데 반해 알파고는 90.2%로 크게 앞섰다.

인공지능의 기술 분야는 주로 자율주행이나 바둑·체스 같은 보드게임에서 활약을 펼쳤지만 디지털 건강 기록과 연구 실험 등의 기존 데이터를 활용해 새로운 가능성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100개 이상의 복잡한 의학적 조건에 대한 예측 분석에 관한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뉴욕대 랜곤 메디슨 스쿨(Langone School of Medicine)의 나르게스 라자비안 교수는 "우리는 연구 진행상황을 지켜보고 있으며, 이 연구는 6개월 이후의 질병을 예측하여 사태가 악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팀은 제 2형 당뇨병, 심장병이나 신부전, 뇌졸중을 비롯한 수십 가지 질병과 증상의 발병을 정확히 예측하기 위해 각종 의학 데이터와 실험 기록을 분석했다. 이 소프트웨어는 다른 의료 시설에도 보급될 수 있도록 개발됐다.

기술 기업들의 행보는 더 적극적이다. 질병으로부터 생명 연장의 꿈은 인류의 존엄적 가치와 더불어 엄청난 부가가치 효과를 생산하기 때문이다.

구글 딥마인드는 증상 진단 서비스 외에도 알파고를 이용해 의사가 조직 샘플을 분석하면 유방암이나 기타 암이 퍼질 확률을 예측하고 최상의 방사선 요법을 개발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등 주요 기술 기업들도 인류가 극복하기 어려웠던 폐암, 유방암 등 악성 종양을 분석 하고 치료하기 위해 인공지능 및 데이터를 활용해 다양한 연구팀과 협력에 나서고 있다.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의 생명과학 연구팀인 베릴리(Verily)는 지난 4월 의료용 스마트 워치인 '스터디 워치'(Verily Study Watch)를 출시했다. 여러 개의 생체 센서와 환경 센서를 탑재해 심혈관이나 운동장애 등의 질병 연구를 위한 데이터를 수집한다.

이미 파킨슨병의 진행 과정과 패턴을 밝히기 위한 '개별 파킨슨 프로젝트'(Personalized Parkinson 's Project)에 적용되고 있으며, 듀크대와 스탠포드대 공동연구팀이 협력해 스터디 워치 착용자 1만 명을 대상으로 생체 데이터를 4년간 수집해 연구에 활용된다. 수집되는 데이터 심박수, 소변, 혈액, 침, 눈물 등 매우 방대하다.

생활 속에서도 이미 인공지능 헬스케어 서비스가 진행되고 있다. 아마존은 인공지능 스마트 스피커 알렉사를 통해 의학적인 조언을 제공하고 있다.

da Vinci Robot

◇ 알고리즘이 수술하는 시대…사람은 거들 뿐

IBM의 프로젝트는 훨씬 깊다. 인공지능 왓슨(Watson)은 암이나 다양한 질병을 이해하기 위해 '인지 컴퓨팅' 기술을 활용한다. 추론과 학습은 물론 인간과 상호작용을 통해 거듭 진화하는 방식으로 헬스케어의 과정을 이해하기 때문에 의사들과 흡사한 진단 과정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생물 분석 전문가인 아닐 자인 미시간주립대학교 교수는 "인지 컴퓨팅은 첫 날 아무런 치료법도 찾지 못하지만 사람들의 행동과 습관을 이해하는 학습과정에서 질병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공지능이 의료기관이나 제약회사와만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리서치 분석 기관인 CB Insights는 2017년 6월 현재 기계학습 및 예측분석을 적용하는 미국내 디지털 보건 분야 스타트업이 106곳이나 된다고 밝혔다. 이들 스타트업은 약물 검색 시간을 줄이거나 환자에게 가상 도우미를 제공하고, 의료 영상 처리를 통해 질병을 진단하는 등 폭넓은

메릴랜드에 기반을 둔 스타트업 인실리코 메디슨(Insilico Medecine)은 10~15년이 걸리는 약물 실험과 승인 시간을 줄이기 위해 딥러닝 기술을 사용한다. 이 외에도 근위축성 측삭경화증(ALS), 암, 노화 관련 질병 치료제 개발 등 맞춤 치료법을 개발하고 있다.

우울증 분야에서도 인공지능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전문가에게조차 명확하지 않은 패턴을 찾아내 우울증이나 기타 정신 질환을 탐지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플로리다 주립대 제시카 리베이로(Jessica Ribeiro) 연구 논문에 따르면, 인공지능을 이용하면 누군가 2년 내 자살을 시도할 것인지 80~90%의 정확성으로 예측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세계적으로 40초에 한 번 꼴로 자살 시도가 이뤄지고 15~29세 사이의 청소년·청년층의 사망원인 중 자살이 두 번 째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페이스북 라이브 자살 생중계, 자살 예고 포스팅이 크게 늘어나는 등 소셜 미디어 자살 중계가 전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

페이스북은 최근 자살 방지 캠페인 그룹들과 공동으로 인공지능으로 소셜 네트워크 게시물을 분석해 자살을 방지하는 노력에 집중하고 있다. 페이스북의 인공지능은 자살 징후가 보이는 사용자를 식별하고 쉽게 신고할 수 있도록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 바이오에 뛰어드는 스타트업…질병 치유 속도 혁신적으로 앞당 길 것

워봇 랩스(Woebot Labs)는 정신질환 치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두려워 하는 사람들을 위해 최초로 페이스북 메신저를 통해 '인지행동 치료법' 대화방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스타트업 FDNA는 전세계 129개국 의료센터와 데이터 및 분석정보를 공유해 8000가지가 넘는 희귀 질환 및 유전 질환과 관련된 데이터베이스와 일치하는지 안면 인식 기술을 활용해 확인할 수 있는 있는 'Face2Gene' 앱을 서비스 하고 있다.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사람과 제도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자조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방대한 공공 의료 데이터에 접근하기 쉽지 않아 기술 기업들이 다음 스텝으로 나아가는데 한계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의료 데이터는 각국마다 강력한 개인정보 보호 규제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텍사스 대학 부총장 겸 수석혁신책임자인 린다 틴찬 교수는 phys.org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은 도구들은 매우 흥미롭지만 이 기술만으로는 광범위한 의료 혜택을 얻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친 교수는 "개인정보보호 및 관련 규제로 인해 의료 기록을 스마트 밴드와 같은 다른 기기와 연결하기 어렵다는 문제점이 있다"면서 "더 큰 문제는 의사들이 이러한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을 모르거나, 사용할 줄 모르는 새로운 툴에 의료 데이터를 통합시키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