흠결의 질적인 차이는 있었을지 모르지만 두 내정자 모두 국회와 의회의 동의를 얻지 못한 채 임명된 건 마찬가지. 협치를 강조해온 두 임명권자 모두 반대하는 야당을 설득하기 위해 직접 나섰다.
결과는 문 대통령은 실패했고, 남 지사는 성공했다. 이번 강행 임명으로 문 대통령은 야당과의 협치에서 한 발짝 더 멀어졌다. 반면 남 지사는 사태를 수습하고 다시금 의회와의 '연정'을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됐다.
어찌 보면 취임과 동시에 '연정'을 하겠다며 야당과 정치적 신뢰를 강조해온 남 지사의 이번 사례는 문 대통령에게 좋은 본보기가 될 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남 지사의 속내가 편하기만 할까. 결론은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남 지사 입장에서는 꿈에 조차 듣기 싫은 '권력누수'의 단면이 또다시 적나라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 남경필의 '엄중한' 경고 "도시공사 역할, 원점 재검토할 수 있다"
5월 마지막 째 주의 시작과 함께 경기도시공사 핵심 간부인 네 명의 본부장이 도지사 집무실로 불려갔다. 이유는 분명했다. 남 지사는 직접 이들이 거부할 수 없는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던졌다.
남 지사는 직접 야당 대표들을 설득해야 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보면 같은 식구라 믿었던 도시공사 노조가 '반기'를 들면서 뒤통수를 얻어맞았다.
집안 단속도 못하면서 무슨 할 말이 있느냐는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 상황.
남 지사의 한 측근은 "노조가 비서실에 메시지를 보내 사장 임명을 강행하면 지사 측근을 고발하겠다는 등 협박성 문자를 보낸 것이 지사의 심기를 건드린 것 같다"며 "더욱이 사장 공백기에 직원들을 잘 다잡아야 할 본부장들까지 나서서 지사의 인사권에 반기를 드는 모습을 그냥 두고 볼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도시공사 네 명의 본부장 중 공사 내부에서 자체 승진한 정동선 본부장을 제외하면, 이부영 부사장과 김기봉·송상열 본부장 등은 경기도에서 명예퇴직을 하고 내려갔다. 다시 말해 남 지사의 '보은'을 입은 공무원들이다.
도시공사 한 관계자는 "남 지사가 본부장들에게 '도시공사가 제대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검토할 수도 있다'는 등 분명하게 경고의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후 본부장들은 바로 다음날 각 처장들을 소집해 지사의 의중을 전달했으며, 전세는 찬성쪽으로 급격하게 기울었다.
◇ 손톱 밑 가시를 어떻게 해야 할까
의회 청문회가 끝나고 사장 임명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시작하면서 도시공사 내부에서도 수시로 임원 대책회의가 열렸다. 이 회의를 주도했던 인물이 바로 남 지사 측근인 A 간부다. A씨는 지사의 측근으로 사장 공백기 여러 정무적 판단의 중심에 섰던 실세 중 실세였다.
하지만 지사의 의중을 파악하고 본부장들을 이끌어야 할 위치에 있던 A씨가 역할을 제대로 못했다는 게 측근들의 판단이다.
또 다른 남 지사의 한 측근은 "지사의 상황과 앞날을 생각했다면 (A 간부가) 그렇게 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며 "사장 공백기가 오래 지속되면서 욕심이 많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도시공사 내부에서는 A 간부와 본부장들이 김 내정자가 '자진 사퇴'하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A 간부는 18일 노조의 반대 성명이 발표되자, "어차피 지사가 NO(노) 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었는데, 왜 성급하게 성명서를 냈냐"며 서운한 감정을 내비친 것으로도 전해졌다.
공사의 또 다른 한 관계자는 "사장이 오지 않는 게 자신들에게 유리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취임 초기인 문 대통령에 대해 외교부 노조는 강경화 내정자에 대해 일찌감치 환영 입장을 표명했다. 하지만 임기를 꼭 1년 남긴 남 지사에 대해 경기도시공사는 반기를 들었다.
내정자, 개개인의 자질의 문제로 치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남 지사의 손톱 밑 가시는 계속 신경쓰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