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서 혼수상태로 돌아온 美대학생, 결국 숨져

심각한 뇌손상 입고 송환 6일만에 사망...북미관계 급랭, 한미정상회담에도 악영향

지난해 3월 북한에서 15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받기 전 울먹이며 호소하는 오토 웜비어의 모습 (조선중앙통신 영상 캡쳐)
지난해 1월 북한에 억류됐다 17개월 만에 혼수상태로 석방됐던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22)가 끝내 사망했다. 북미관계가 급격히 냉각되고, 다음주에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도 악영향이 예상된다.

웜비어 가족들은 19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오토 웜비어가 이날 오후 2시 20분,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숨을 거뒀다고 공식 발표했다. 북한에서 석방돼 지난 13일 미국에 도착한지 불과 6일 만이다.


오토 웜비어는 지난해 1월 북한 평양 관광 도중 숙소에 있는 정치 선전물을 훔친 혐의로 북한 정권으로부터 15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 받고 복역 중이었다.

그러나 최근 알려진 바에 따르면, 웜비어는 지난해 3월부터 북한에서 줄곧 혼수상태로 지냈으며, 미국에서 정밀 검진을 받은 결과 심각한 뇌 손상이 드러났다.

웜비어를 정밀검진한 신시내티 대학 병원 의료진은 웜비어가 자가호흡을 하고, 눈을 깜빡이는 정도일 뿐, 말을 못하는 것은 물론 주변의 자극조차 의식하지 못하는 상태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어느순간 호흡 정지가 일어나 뇌세포가 파괴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웜비어가 식중독인 보툴리누스 중독에 걸렸다가 수면제를 먹고 혼수상태가 됐다고 설명했지만, 미국 의료진들은 근거가 없다고 일축했다.

이후 어떤 경위로 웜비어가 의식불명에 빠졌는지에 대해 북한은 자세한 경위는 밝히지 않고 있다. 그저 웜비어의 송환은 인도주의적은 조치였다는 입장만 내놔 미국 사회를 분노케 하고 있다.

웜비어의 가족은 이날 성명에서 아들이 북한의 손에 맡겨져 끔찍한 부당대우를 받았으니 이런 일이 생기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며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북한에 관광차 갔던 20대 대학생이 알수 없는 이유로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뒤 결국 숨지면서, 북한에 대한 미국 사회의 여론은 크게 악화될 수밖에 없게 됐다.

앞으로 북미 관계는 급격히 냉각되고 미국 내 대북 강경론은 더욱 힘을 얻을 것으로 전망된다.

존스홉킨스대 한미연구소 김연호 선임연구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스티브 스컬리스 공화당 하원 원내총무가 괴한의 총격을 받고 중태에 빠졌다는 빅뉴스가 터졌지만, 웜비어 뉴스는 여기에 묻히지 않고 언론의 지속적인 관심을 받았다"며 "웜비어 사망은 전혀 예상치 못한 변수"라고 설명했다.

앞서 웜비어가 혼수상태로 미국으로 돌아왔을 때도 미국의 여론은 심상치 않았다. 미 의회에서 북한 비난 성명이 있따른 것은 물론 에드 로이스 하원 외교위원장은 틸러슨 국무장관을 직접 만나 대북 제재의 고삐를 더 죌 것을 요구했다.

경우에 따라서는 다음주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에도 상당히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어, 웜비어 사망 소식의 여파가 어디까지 미칠지 우려를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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