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고법 행정1부(부장판사 이창한)는 A씨의 유족이 "국가유공자 및 보훈보상대상자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결정을 취소해달라"며 광주지방보훈청을 상대로 낸 소송의 파기환송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18일 밝혔다.
1976년 7월 입대한 A씨는 그해 10월 전남지방경찰청 전투경찰대 소속으로 전남 고흥의 해안초소에 배치됐다.
한달 뒤 불침번 근무 중 내무반에서 소총으로 자신의 머리에 실탄을 발사해 자살했다.
유족은 2012년 선임들의 가혹행위가 있었다는 동료들의 진술을 근거로 유공자 및 보훈보상대상자 신청을 했으나, 보훈청은 "진술의 신빙성이 없고 사망과 직무수행에 인과관계가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에서는 A씨의 사망과 직무수행에 인과관계가 증명되지 않는다며 원고 패소했으나 2심과 대법원은 원고 승소 판결하고 사건을 광주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A씨가 초소 배치 한달만에 자살했고, 사망 며칠 전 휴가를 간다는 편지를 집에 보낸 점, 정신질환 경력이 없는 점 등을 들어 가혹행위 외에 자살할 만한 동기가 없다고 봤다.
당시 군 문화 특성상 가혹행위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고, 가혹행위가 있었다는 동료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며 A씨가 가혹행위로 자살에 이르렀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불침번 근무를 하다가 힘든 복무 생활, 가혹행위 등을 견디지 못하고 극도의 불안감과 절망감에 빠져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태에서 자살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사망과 직무수행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불침번 근무 중이었다는 사실은 국가 수호, 안전보장과 관련 있는 직무수행으로 인정할 수 있지만, 자살의 원인이 가혹행위로 인한 스트레스이므로 국가 수호나 안전보장과 직접 관련 있는 직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유공자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군인이 국가의 수호 또는 안전보장과 직접 관련 있는 직무수행 중 숨졌다고 인정되면 유족은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국가유공자법)에 따른 보상을 받는다.
직무 중 숨졌더라도 그 직무가 국가 수호나 안전보장과 직접 관련이 없으면 보훈보상대상자 지원에 관한 법률(보훈보상자법)이 적용되고 보상 폭이 좁아진다. 보훈보상 대상자는 현충원 안장 등 국가유공자와 비슷한 혜택을 받지만 연금액이 국가유공자의 70%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