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계 무릅쓴 '사장 퇴진' 요구에 MBC '어긋난 충고'

"정치집회"로 재단…"노조 본연의 의무에 충실하라"

지난 9일 서울 마포구 상암MBC 사옥에서 벌어진 '김장겸은 퇴진하라' 페이스북 라이브 현장 (사진=유튜브 캡처)
MBC가 기자·PD를 중심으로 구성원들 사이로 번지고 있는 '김장겸 사장 퇴진 요구' 목소리를 "정치적"이라고 재단하고, 노조에게 "노조 본연의 의무에 충실하라"고 충고했다.

MBC는 14일 공식입장을 내어 "정치적 집회를 중단하고 노동조합 본연의 의무에 충실하라"며 "정치적 사내 집회에 대해서는 법과 사규에 따라 엄정대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MBC는 지난 9일 진행된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본부장 김연국, 이하 MBC본부) 조합원들이 사옥 1층에서 김장겸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페이스북 라이브 1인 방송을 동시다발적으로 한 것을 문제삼았다.

최근 MBC에서는 MBC 콘텐츠제작국·시사제작국 PD, 기술 부문, 경영 부문, 각 기수별 기자들로부터 김장겸 현 사장의 퇴진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 사장은 이명박-박근혜 정권 때 정치부장, 보도국장, 보도본부장을 거쳐 지난 2월 신임 사장에 취임한 인물로 MBC의 '불공정 보도'를 이끌어 온 장본인으로 꼽힌다.

MBC는 "노동조합의 조합 활동은 '근로조건의 유지·개선과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의 향상'을 목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특정인에 대한 인신공격성 피케팅이나 대표이사 퇴진을 집단으로 외쳐대는 것이 근로조건의 유지·개선과 무슨 연관이 있는가? 최근 일부 정치권 인사의 회사 대표이사 사퇴 요구 발언과 맥을 같이하는 사실상 '정치집회'"라고 말했다.

MBC는 대법원이 2008~2009년 당시 MBC본부에서 진행한 '회사 대표이사 퇴진', '언론관계법 폐기'를 목적으로 한 쟁의행위의 정당성을 인정하지 않았다며, "이러한 불법 조합 활동 판결의 전례가 있음에도 MBC본부는 다수 조합원을 동원해 과거와 동일한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한 MBC는 MBC본부가 회사의 단체교섭 요구(5월 17일, 6월 5일)와 노사협의회 개최 요구(4월 11일)를 특별한 사유 없이 거부하고 있다며 "이제는 단체교섭·노사 협의 등 법이 인정하는 공식적인 노사 협의 창구를 통해 노사 대화를 우선시하는 노동조합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것을 거듭 촉구한다"고 밝혔다.

◇ MBC의 '정치 집회', '방송장악 시도' 주장 얼마나 맞을까

MBC 김장겸 사장 (사진=MBC 제공)
MBC는 사내 구성원들이 징계의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실명을 걸고 사장 퇴진을 외치는 맥락을 짚지 않고, 단지 '사장 퇴진'이라는 구호에만 매달리며 '정치 집회', '방송장악 시도' 등의 주장을 하고 있다.

MBC 노사는 2013년 이후 '무단협' 상태다. '공정방송'의 주체를 노사 양쪽으로 두어야 한다는 MBC본부와, 사쪽에만 두어야 한다는 MBC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기 때문이다.

MBC는 MBC본부가 '근로조건 개선' 등 본연의 목적에 충실하지 않고 '정치 집회'에 몰두한다고 지적했으나, '공정방송'은 언론노동자의 '근로조건'이라는 판례가 이미 2014년에 나온 바 있다.

법원은 MBC본부의 170일 파업에 대해 "공정방송은 노사 양측의 의무임과 동시에 근로관계의 기초를 형성하는 근로조건에 해당하고, 공정성을 실현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과 준수 여부는 노조법에 따른 단체교섭 사항"이라며 MBC본부의 손을 들어줬다. 2심까지 같은 결론이 나왔고 대법원의 최종 선고만 남아 있다.

단체교섭 요구와 노사협의회 파행의 책임을 MBC본부에 돌리는 MBC는 '공정방송 주체'를 어떻게 두느냐 하는 '쟁점'을 외면한 채 '만남'의 자리만 만들자고 하는 셈이다.

더구나 현재 MBC 노사는 신뢰 하에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MBC 정상화 목소리를 낸 구성원들을 계속 징계하고 있고 이는 현재진행형이다.

편성국 TV편성부 김민식 PD를 자택 대기발령 조치한 것이 불과 하루 전(13일)의 일이다. 김 PD는 '김장겸은 퇴진하라!'는 구호 외치기를 처음으로 제안한 인물로, 이를 페이스북으로 중계해 화제를 모았다. 지난 9일 MBC본부 조합원들이 개최한 집단적 '페이스북 라이브'는 김 PD에게서 모티프를 딴 것이다.

MBC는 "사내에서 사장퇴진의 고성을 수십차례 외쳐 업무방해 및 직장질서 문란 행위를 했다"며 "동일한 행동을 앞으로도 반복할 경우 업무 방해, 직장질서 문란은 물론 주조 근무 중 방송에 심각한 차질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 징계 심의 전 일단 업무에서 배제하고자 한다"고 징계사유를 밝혔다.

◇ 국민 여론과 상반된 MBC의 '마이웨이'

지난 8일, 9일 방송된 MBC '뉴스데스크' 보도 (사진='뉴스데스크' 캡처)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KBS-MBC 등 건강한 공론장을 형성해야 하는 공적 책무를 지닌 공영방송은 지속적으로 그 위상이 추락했고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최근 10년 간 각 언론사에서 가장 길었던 파업은 MB정권(언론노조 KBS본부 95일, 언론노조 MBC본부 170일) 때 이루어졌다. '낙하산 사장'으로 지목되는 김인규, 김재철 사장 시절이다.

지난 2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서치뷰'가 발표한 설문조사(5월 28~31일, 전국 만 19세 이상 휴대전화 가입자 1050명 대상, ARS 자동응답시스템 이용한 임의걸기,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0%포인트, 응답률 5.5%)는 박근혜 정권 때 역시 제 역할을 하지 못한 두 공영방송의 현실을 보여준다.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KBS와 MBC가 박근혜 정부 4년 동안 공영방송 역할에 충실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충실하지 않았다는 응답이 74%로 충실했다는 응답 21%의 3배를 뛰어넘었다.

충실했다는 답은 70대 이상(54%), 자유한국당 지지층(64%)에서만 높았고, 이들을 제외한 모든 계층에서 부정 응답이 나왔다. KBS-MBC 사장과 이사진 거취에 대한 질문에도 '공영방송 위상 회복을 위해 퇴진해야 한다'는 답이 67%로 임기를 보장해야 한다는 응답 18%보다 압도적으로 높았다.

하지만 MBC는 내·외부의 비판을 '정치적 행위'로 매도하는 일관된 길을 걷고 있다. MBC 메인뉴스 '뉴스데스크'도 '자사 이익'에 동원돼, [野 반발, "전례 없는 '꼼수'…文 정부 방송장악 의도"](6월 7일), ["與, 집권 한 달 만에 노골적 인사개입" 방송장악 논란](6월 8일), [한국당 "공영방송 경영진 사퇴 압박은 방송 장악" 비판](6월 9일), [자유한국당 "정부의 방송장악에 단호히 대처"](6월 11일) 등의 리포트를 연달아 내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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