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료폐지 난항 속 분리공시제 탄력…삼성의 선택은?

LG 찬성 선회·이통사 '기본료 폐지'보단 현실적… 알뜰폰 업계도 분리공시 촉구

(사진=자료사진)
통신 기본료 폐지를 두고 국정기획자문위원회와 주무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가 접점을 찾지 못하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의 다른 공약이었던 '분리공시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LG전자가 분리공시제에 찬성 입장을 밝히고 이동통신사들도 당장 직격탄을 맞게 될 '기본료 폐지'보단 분리공시 취지에 공감을 나타내면서 오입에 탄력을 받는 것이다.

◇ 제조사·이통사 지원금 따로 표시 '가격 투명' …단말기 거품 없애 출고가↓

13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최근 "분리공시제 도입에 찬성한다"는 의견을 방송통신위원회에 전달했다. 제조사가 이동 통신 유통점에 직접 지급하는 '제조사 판매장려금'을 공개할 것도 요구했다. 분리공시제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분리공시제는 단말기 구매 시 고객에게 지급되는 제조사의 지원금과 이통사의 지원금을 '분리'해 '공시'하자는 것이다. 지금은 이통사의 공시지원금에 제조사 지원금이 포함돼 표시된다.


분리공시제의 도입 목적은 '스마트폰 출고가 인하'다. 제조사와 통신사지원금이 따로, 투명하게 공개되면 고가 단말기 거품을 제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제조사가 프리미엄 단말기를 출고가보다 높게 책정한 뒤, 이로 생긴 이익을, 이통사들의 공시지원금이나 판매장려금으로 돌려 마치 할인해주는 것처럼 실구매가를 낮춰주는 식으로 관행처럼 판매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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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5~60만원에 팔아도 되는 스마트폰을 8~90만원으로 높여 값을 매긴 뒤 30만원을 지원금이나 판매장려금으로 돌리는 식이다. 그러나 분리공시제가 도입되면 이게 고스란히 드러난다.

분리공시제는 앞서 2014년 단통법 도입 때부터 논의됐지만 "장려금이 영업비밀에 해당한다"는 제조사들의 반발로 결국 무산됐다. 그중에서도 특히 삼성전자가 강하게 반대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외에도 해외 이동통신사들도 같은 조건을 요구할 수 있어, 수출가격에 악영향을 미치는 점, 마케팅 공개 부담에 정작 소비자 혜택만 줄어들 수 있다는 점 등이 부작용으로 꼽혔다.

지금은 분위기가 달라졌다. '기본료 폐지'에 초강수를 든 국정기획위 기조에 비해 분리공시제는 가계통신비 방안 중 '비교적 현실적'이라는 분석이 많아진 것이다.

이통사 한 관계자는 "통신사 입장에선 크게 나쁠 것도 없고 단말기 출고가 인하 측면에서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단말기를 공급하는 제조사 눈치를 보지 않을 순 없다"고 조심스레 입장을 내비쳤다.

증권가에서는 분리공시제가 도입되면 통신사는 수혜를 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리베이트 중심의 유통구조에서 가격경쟁 위주로 시장이 재편돼 통신사들은 보조금 부담이 경감되고 요금인하 압력이 줄어든다"는 설명이다.

◇ LG "분리공시, 삼성 독점 뒤집을 '카드'"…알뜰폰 업계도 "분리공시제 촉구"

이런 가운데 최근 LG전자가 분리공시제 도입에 찬성했다. 이는 정부 정책에 동참한다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뿐 아니라, 애플과 삼성전자에 크게 밀리고 있는 LG전자로선, 판을 뒤엎어 볼 카드로 '분리공시제'를 꺼내 들었단 분석이다.

LG전자 MC사업부는 지난 1분기까지 8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강도 높은 비용 효율화 작업에 들어가면서 스마트폰 판매에 투자할 마케팅 비용이 없다. 분리공시가 도입되면 마케팅 부담도 덜고, 삼성도 견제할 수 있다. 분리공시제를 "반등의 기회로 삼겠다"는 전략이 읽힌다.

삼성전자는 곤혹스럽단 표정이다. 글로벌 점유율이 높은 삼성전자로선, 영업비밀이 노출되거나 전 세계 이통사에서 보조금 지급 압박이 들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삼성전자는 단통법이 도입될 때부터 "국내 이통사에 지급하는 보조금이 공개되면 해외 통신사에서도 같은 수준의 조건을 요구할 수 있다"며 꾸준히 반대 입장을 내비쳐왔다.

이재용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의 국정농단에 연루돼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어떤 입장을 밝히기조차 부담스럽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정부 정책에 공식 입장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증권가에서는 "분리공시제로 삼성전자가 가장 타격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실제 단말기 판매가가 정확히 노출돼 국내산 휴대폰과 외국 제조사들 사이 가격경쟁이 심화되고 점유율이 높은 삼성전자의 피해가 가장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리베이트 위주의 영업을 해온 대형도매상과 온라인판매점의 수익성 악화도 불가피하다.

다만 진입까지는 진통도 예상된다. 국내 최대 두 제조사의 입장이 엇갈리는 데다 이달 임시국회에서도 추경 예산안과 장관 청문회 등 다른 이슈가 산적한 상태다.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기본료 폐지에 비해 이통사 반발이 적은데다 줄곧 반대해왔던 LG전자가 적극적인 찬성입장을 밝히면서 분리공시제 도입은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전날인 13일 알뜰폰협회도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앞에서 열린 기본료 폐지 기자회견에서 "분리공시제 도입"을 촉구했다.

윤석구 알뜰폰협회장은 "현재 제조사와 통신사의 보조금이 명확하지 않아 알뜰폰 사업자가 신형 LTE 단말기 수급이 어려웠다"며, "LTE 도매대가가 인하되면 신형 LTE 단말기를 수급할 수 있는 역량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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