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노동연구원이 내놓은 '노동리뷰 6월호'에 실린 '소득계층 이동성 실태와 동적 변화' 보고서는 국내 최장기 패널자료인 한국노동패널조사(KLIPS) 제1차(1998년)∼17차 (2014년)의 17년에 걸쳐 축적된 자료를 이용해 소득 계층의 세대 간 이전 또는 대물림 현상이 분석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선 20세 이상 성인이 된 자녀가 소득을 벌어들이는 시점에서 부모와 자녀의 소득을 확인한 결과 부모의 소득이 높으면 자녀의 소득도 높고, 반대의 경우인 자녀의 소득 역시 부모와 마찬가지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각각 소득에 따라 5구간으로 나눠보면, 가장 소득이 낮은 1분위에 속한 부모의 자녀들은 장성한 뒤 1분위에 머무른 경우는 21.2%로, 자녀 소득이 5분위로 뛰어오른 경우(19.0%)보다 2.2%p 높았다.
반면 가장 소득이 높은 5분위 부모의 자녀들이 5분위에 속한 경우는 25.2%에 달한 반면, 이들이 1분위 소득 구간으로 이동한 경우는 16.1%에 불과했다.
특히 부모 소득이 1분위에 속한 경우 직장을 구해 소득을 얻는 자녀의 수는 911명이지만, 5분위 가정의 자녀들 중 소득을 올리는 이들은 575명에 불과했다.
이에 대해 이 연구위원은 "저소득층 부모의 자녀들이 평균적으로 노동 시장에 더 빨리 진출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며 "고소득층 부모의 자녀들은 좋지 않은 노동조건을 감수하더라도 서둘러 일자리를 구하기보다는 더 좋은 일자리를 준비할 가능성이 더 높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자녀들이 대학을 다니며 아르바이트 등 시간제 노동을 많이 하는 20대 초반 시절보다 본격적으로 직장을 다니는 30대에 접어든 시점에 부모-자녀 소득 대물림 현상이 더 뚜렷하게 관찰됐다.
자녀의 학생 시점으로 가정한 14~16세 시절로 시점을 바꿔 이 시점의 평균 부모 소득과 이후 성인이 된 자녀의 소득을 비교하면 위와 같은 소득의 대물림 현상이 훨씬 더 뚜렷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학생 시절 부모 소득이 1분위인 자녀들의 현재 소득이 5분위가 될 확률은 5.5%에 불과한 반면 부모 소득 5분위인 자녀의 현재 소득이 5분위가 될 확률은 약
11%로 2배 정도 높았다.
또 1분위 부모의 자녀들은 어른이 된 후에도 절반 이상인 61%가 1, 2분위에 머무른 반면, 4, 5분위로 올라선 이들은 14.3%에 불과했다.
즉 부모-자녀 소득 대물림은 교육에 대한 투자를 통해 이뤄져서 이미 자녀의 학생시점부터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이다.
이 연구위원은 "자산, 유산은 바로 자녀에게 줄 수 있지만, 부모의 소득은 자녀의 근로소득으로 곧장 줄 수 없다"며 "교육이 부모의 소득이 자녀의 소득으로 내화되는 역할을 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소득의 대물림이 갈수록 심해진다는 점이다.
자녀의 출생연도에 따라 조사대상을 나누어 분석한 결과 부모 소득 수준이 자녀 소득 수준에 미치는 영향이 점차 증가해서 1971~80년생 그룹부터는 이러한 영향을 알려주는 '추정계수'가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지난 9일 임명된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강조하듯 교육 등이 공정한 경쟁을 벌여 사회적 계층 이동 가능성을 높여주는 '사다리' 역할보다 오히려 개인의 노력으로 넘을 수 없는 계층간의 '벽' 역할이 점차 더 강해지고 있는 셈이다.
이 연구위원은 "학령기 학생들의 교육 기회를 어느 정도 보장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며 "교육의 기회를 균등히 보장하는 정책을 활용한다면 소득 계층이 부모에서 자녀로 이어지는 대물림 현상의 부작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