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보다 못한…" 마필관리사 처우 개선 촉구

노조 "마사회가 마필관리사 직접 고용해야…"

민주노총 부산지부 노조원들이 8일 한국마사회 부산동구지사 간판에 투쟁 구호가 적힌 종이를 붙이고 있다. (사진=부산CBS 강민정 기자)
지난달 27일 마사회가 운영하는 부산경남경마공원 렛츠런파크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마필 관리사의 유족과 직장동료·노동조합원들이 장례식까지 미루며 비정규직 처우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 故박경근 마필관리사 장례식 13일째 못치러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와 공공운수노조 부산경남경마공원은 8일 오전 11시 한국마사회 부산 동구지사에서 지난달 29일에 이어 두 번째 기자회견을 열고 "이윤추구에 눈이 먼 마사회의 착취구조가 박경근(38) 마필관리사를 죽이고 말았다"면서 "비정규직인 마필관리사의 정규직 전환"을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노조는 "마필관리사는 마사회가 관리하는 사업장에서 일하고, 경주마를 다루는 핵심 업무를 맡고 있다"면서 "마사회가 이들의 처우와 업무 등 모든 것을 사실상 관리하고 있지만, 고용주는 개인 마주와 조교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박 조합원은 은퇴 직전의 말을 우승으로 이끌고, 국내 1호 말마사지사라는 타이틀을 거머쥘 정도로 촉망받던 마필관리사였다"면서 "하지만 아무리 전문지식으로 무장해도 개인사업자인 조교사의 비정규직으로 고용되는 불안정한 구조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노조의 한 관계자는 "근본적인 문제는 매달 조교사가 마음대로 마필관리사에게 배분하는 성과급과 투명하지 못한 임금구조에서 비롯됐다"면서 "공기업인 마사회의 묵인과 방조 속에 조교사들이 마필관리사의 용역비 13%를 유용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때문에 마필관리사들의 작은 소망이 '이번 달 내 월급을 알고 싶다'는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결국 마필관리사의 불합리한 고용구조가 박 조합원을 죽음으로 내몬 것이라고 노조는 보고있다.

노조에 따르면, 박 씨는 지난 5년 동안 노조 대의원 활동을 하며 마필관리사의 고용 구조 개선에 앞장서 왔다. 그럴 때마다 마사회는 마필관리사의 노조 활동을 물론 노조비를 내는 행위 자체도 탄압해왔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와 공공운수노조 부산경남경마공원은 8일 오전 11시 한국마사회 부산 동구지사에서 비정규직 처우개선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사진=부산CBS 강민정 기자)
박씨의 직장 동료들과 공공운수 노조원들은 살아생전 박씨의 유지를 받들어 지난달 31일부터 김해의 한 병원 예식장에 마련된 고인의 빈소 앞에서 마필관리사들의 열악한 처우 문제 개선을 요구하는 선전전을 이어가고 있다.

박씨의 유족도 고인이 숨을 거둔 지 13일이 지났지만, 마사회의 진정한 사과와 마필관리사의 처우개선이 있을 때까지 장례를 미루고 있다.

◇ 마사회 "마필관리사 고용 안정화 적극 검토, 노조활동·임금체계 투명성 보장"

노조는 박씨의 죽음이 다시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한국마사회가 마필관리사를 직접 고용하는 것만이 해결책이라고 내놓고 있다.

이를 관철할 때까지 무기한 장기 투쟁에 돌입하는 한편, 오는 10일 오후 2시 한국마사회 부산 동구지사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 계획이다.

이에 대해 한국마사회는 "직접 고용과 관련해서는 마필관리사의 고용안정화 방안을 적극적으로 이야기 하기로 했다"면서 "이외 마필관리사 노조 활동, 임금체계 투명성 보장 등 관련 요구는 마필관리사 노조와 조교사, 마주 마사회가 협의체를 구성해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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