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무용단이 5년 만에 내놓은 무용극 '리진'

조선시대 궁중무희 '리진' 이야기

국립무용단(예술감독 김상덕)이 신작 무용극 ‘리진’을 오는 28일부터 7월 1일까지 해오름극장에서 공연한다.

‘그대, 논개여’(2012) 이후 국립무용단이 5년 만에 내놓는 무용극으로, 김상덕 예술감독이 직접 안무를 맡았다.

작품의 소재는 조선시대 궁중무희 리진의 이야기다. 리진은 1890년대 초 조선에 주재했던 프랑스 공사 이폴리트 프랑댕이 쓴 ‘앙 코레’(En Corée, 1905)에 등장하는 인물이다.


오랜 기록 속의 궁중무희 리진은 김탁환(2006)·신경숙(2007)의 소설을 통해 대중에 널리 알려졌지만, 지금까지도 여전히 리진의 실존과 기록의 진위 여부에 대한 논쟁이 남아 있다.

사실 이번 신작의 안무를 맡은 김상덕 예술감독의 마음을 가장 크게 움직인 부분은 리진이라는 이름을 지닌 궁중무희에 대한 기록의 존재, 그 자체였다.

김상덕 국립무용단 예술감독이 7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극장 국립무용단 리허설룸에서 열린 국립무용단 신작 ‘리진' 제작발표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국립극장 제공)
화려한 궁중연희를 채우는 ‘일부’가 아닌, 하나의 독립된 인간이자 여성으로서 조선시대 궁중무희의 삶을 서술한 당대의 기록이 존재한다는 점은 그 스스로 한국 전통무용수인 김상덕 예술감독에게 큰 영감으로 작용했다.

극은 조선 궁궐을 배경으로 한 1막, 플랑시와 함께 떠난 프랑스에서의 리진의 행복한 삶과 이를 방해하려는 원우·도화로 인해 비극적 최후를 맞는 2막으로 구성된다.

리진·플랑시 외에도 궁중무희의 지배자로서 리진에게 집착하는 원우, 리진과 함께 궁중무희로 자라며 권력에 대한 욕망을 키워온 도화가 등장하며 입체감을 더한다.

김상덕 예술감독은 관객들이 무용수의 춤사위만 보고도 각 인물의 복잡다단한 심리를 이해할 수 있도록 안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사진=국립극장 제공)
음악은 작곡가 김성국이 맡았다. 국악관현악 ‘공무도하가’, 바이올린 협주곡 ‘이별가’를 비롯해 창극 ‘코카서스의 백묵원’, 뮤지컬 ‘파우스트’의 음악 등을 작곡한 감성국은 서정적이고 애잔한 선율, 대중적이면서도 섬세한 음악적 전개로 주목 받는 작곡가다.

이번 작품의 음악은 리진의 테마 선율을 중심으로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편성 면에서는 서양악기 중심의 관현악을 바탕으로 조선시대 가창음악인 정가, 각 배역을 표현하는 효과음 등을 더할 계획이다.

무대는 뮤지컬 ‘레베카’ ‘베르테르’ ‘황태자 루돌프’ 등 다양한 작품에서 자신만의 스타일을 보여주고 있는 무대디자이너 정승호가 맡았다. 곡선 형태의 거대한 LED 패널을 무대 세트로 활용해 무용수의 움직임에 따라 자연스레 시공간의 변화가 이뤄지도록 디자인했다.

이외에도 의상디자이너 한진국, 조명디자이너 마선영, 영상디자이너 조수현 등이 참여해 기존 무용극에서는 볼 수 없던 세련된 미장센을 만들어낼 예정이다.

왼쪽부터 장윤나, 이의영, 이요음, 박혜지. (사진=국립극장 제공)
궁중무용수의 삶을 다루는 무용극인만큼 어떤 무용수가 주역을 맡을지 제작 초기부터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지난 3월, 국립무용단은 내부 오디션을 통해 능숙한 춤 실력은 물론 연기력까지 갖춘 실력파 무용수를 발탁했다.

리진 역에는 이의영과 이요음, 도화 역에는 장윤나와 박혜지가 더블 캐스팅됐다. 플랑시 역은 황용천과 조용진, 원우 역은 송설이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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