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장·솜방망이·독점행정…공정위 고질병 개혁되나

재벌개혁에 앞서 공정위도 전속고발권 폐지 등 행정개혁 기로에 놓여

(사진=공정거래위원회 홈페이지 캡처)
문재인 정부는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를 위해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직과 권한을 크게 강화할 방침이다.

하지만 공정위 역시 전속고발권 폐지가 추진되는 등 재벌개혁에 앞서 행정개혁의 기로에 놓여 있다.

신고하면 1~2년은 기본인 늑장 행정과 대기업 봐주기 비난을 산 솜방망이 행정, 독점 행정으로 불신을 키우면서 전속고발권 폐지를 자초했다는 비판까지 받고 있다.

◇ 늑장 행정…늑장 조사·제재로 실효성도 떨어져

은행권의 CD 금리 담합 의혹은 지난 2012년 7월 처음 불거졌다. 당시 공정위는 9개 시중은행과 10개 증권사를 상대로 3개월 만기 CD 금리에 대한 조사를 벌였다.

국고채와 통화안정증권 등 다른 시중금리는 계속 떨어지는데 CD 금리는 요지부동이자 공정위가 담합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결정적인 증거확보나 입증을 하지 못하고 4년 넘게 질질 끌다가 '사실상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 담합 조사도 청와대 눈치를 보면서 1년 이상 미뤄졌다.

2009년 4대강 사업이 한꺼번에 무더기로 발주되면서 9월 국회에서 4대강 1차 턴키 공사 담합 의혹이 제기됐다.

공정위는 바로 건설사에 대한 현장 직권 조사를 실시했으나 2012년 5월에서야 전원회의에 안건을 상정했다.

감사원 감사결과 '사건처리 시점 결정을 위해 청와대와 사전협의 필요' 라는 내부 문건이 나오는 등 공정위가 청와대와 협의를 위해 본격적인 심사착수를 1년 이상 미룬 사실이 드러났다.

롯데와 신라 등 국내 8개 면세점들이 2007년부터 2012년까지 모두 14차례에 걸쳐 국산품 적용 환율과 적용 시기를 담합했지만 제재는 2016년 5월에서야 실시됐다.

신고를 하면 1~2년은 기본이고 공정거래조정원에서 조정이 되지 않아 공정위로 넘어올 경우 다시 조사에 6달에서 1년 이상 걸리는 경우도 많다.

조사가 끝나도 위원회 상정에서 판결까지 몇달이 더 걸리고 판결이 나서 의결서 작성에 한두 달이 더 소요된다.

이같은 뒤늦은 제재로 제재의 실효성이 떨어지고 중소기업,자영업자 등 경제적 약자들은 고사위기를 맞거나 부도가 나는 등 속만 타는 일이 많았다

◇ 솜방망이 행정…대기업 봐주기 비판

공정위는 CJ제일제당이 2011~2014년 전국 대리점들에 할인판매 금지와 영업구역 밖 거래제한 등 횡포를 부리며 8천억원대의 부당매출을 올린 사실을 적발했으나 지난해 11월 과징금 10억원의 솜방망이 제재만 내렸다.


공정거래법상 최대 160억원까지 부과할 수 있었지만 솜방망이 과징금만 부과해 '대기업 봐주기'라는 비난을 받았다.

가격할인과 관련해 소비자를 속이고 거짓·과장 광고를 한 이마트·홈플러스·홈플러스·롯데쇼핑 등 대형 유통마트 4개사에 대해서도 지난해 과징금 6,200만원 처분에 그쳤다.

'4대강 사업' 담합 건설업체에 대해서도 공정위 전원회는 사무처가 요구한 과징금보다 헐씬 낮은 1,115억원의 과징금만을 부과하고 담합 업체에 대한 검찰 고발도 하지 않았다.

대형건설업체들이 대형 국책사업마다 줄줄이 나눠먹기식 담합을 하고 대형 제지업체들이 2014년,2015년 등 연례행사처럼 담합을 실시하는 것은 담합으로 얻는 부당이득에 비해 공정위 과징금이 턱없이 적기 때문이다.

◇ 독점 행정…공정거래사건 독점, 이미 한계 넘어

전국의 각종 프랜차이즈 가맹 본부는 2013년 2,973개에서 2015년 3,910개, 지난해 4,844개로 해마다 크게 늘고 있다.

지난해 가맹점은 20만 8,104개, 가맹점 종사자수는 70만명을 넘고 있다.

이렇다보니 가맹 본부와 가맹점의 분쟁은 10년 사이 3배 가까이 증가했다.

공정위 가맹과와 유통과의 20여명의 공무원이 4천 8백개가 넘는 가맹 본사와 20만개 넘는 가맹점, 수만여개의 백화점, 홈쇼핑 등 대형유통점 납품업체, 입점업체의 불공정 거래를 관리,감독한다지만 한계가 있다.

하도급과도 전국에 산재한 제조업체,건설업체의 '하도급 갑질'을 해결한다지만 어려움이 많다.

2013~2015년 하도급법 위반 신고사건 가운데 공정위가 고발이나 과징금,시정명령 등의 제재를 내린 건수는 전체의 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공정위가 공정거래사건을 독점하고 있어 검찰이나 지방자치단체와의 역할 분담이나 협조 체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서울시와 경기도에서 불공정피해상담센터를 운영하는 등 일부 지자체에서 공정거래 관련 업무 극히 일부를 돕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미국의 경우 연방차원에서 독점, 담합 등은 법무부 독점국이 맡고 있고 불공정 문제는 연방 공정거래위원회가 담당하는 등 역할을 나누고 있다.

공정위는 강제조사권이 없어 대기업들이 공정위 조사에 노골적으로 방해를 하거나 비협조적으로 나오는가하면 담합 등 각종 불공정거래 관련 불법 행위는 날로 지능화되고 복잡해지고 있다.

이때문에 적절한 조사시기를 놓치고 증가확보에 애로를 겪거나 사건처리가 늦어지고 결국 솜방망이 처분으로 불신을 키워왔다.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 요구는 공정위의 이러한 늑장, 솜방망이,독점 행정에 대한 국민적 불만과 불신이 고조된 결과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참여연대 안진걸 사무처장은 "공정위가 불공정위원회,재벌대기업비호위원회라는 비판을 벗고 온 국민이 골고루 잘사는 국민 경제를 만들기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그래야만 청년,중소기업,내수가 살아난다"고 밝혔다.

홍익대 경제학과 전성인 교수는 "김상조 공정위원장 후보자가 크게 나아가야할 목표도 달성해야 하지만 당장 할수 있는 일부터 차근차근하는 실용적 태도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김상조 공정위원장 후보자도 "공정위의 조직과 인원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민들의 신뢰가 낮다면 공정위 정책이 성공하기 어렵다"며 "국민신뢰를 높이기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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