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고도 없이 팔리지만 판매자 "문제 있나요"
파인애플 식초는 강한 산성을 지녀 주의가 필요하지만 미신고 판매 상황에서 '성분 표시' 등 법적 규제는 무용지물이다.
또 다른 판매자 B 씨는 "기관지에 좋다"며 복숭아 발효액을 판매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역시 "집에서 담그고 조금 남은 걸 파는 것"이라며 "대용량을 다루는 업자라면 당연히 (신고를) 해야겠지만 개인적으로 하는 거라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아몬드, 코코넛 등을 넣어 만든 쿠키를 팔던 C 씨는 재료 원산지를 묻는 질문엔 착착 답변을 해줬으나 영업신고 여부를 묻자 돌연 연락을 끊어버리기도 했다.
현행 식품위생법에 따르면, 직접 제조하거나 가공한 식품 등을 최종소비자에게 판매하기 위해서는 즉석판매제조‧가공업 영업신고가 필수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식품을 판매하기 위해선 식품위생법에 따라 적절한 작업장, 판매시설 등을 갖춰야한다"며 "인터넷 판매에도 동일한 기준이 적용되기 때문에 아무리 소량이라도 시‧군‧구청에 영업신고를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실제 SNS나 인터넷상에선 미신고 식품판매가 판을 치고 있다. 중고매매 사이트, 지역 커뮤니티 등에는 이렇게 '수제품'임을 강조하며 잼, 청, 쿠키 등을 판매하는 게시물을 흔히 볼 수 있다.
서울의 한 구청 관계자는 "적은 양이다보니 '가내수공업'으로 여겨 신고를 하지 않아도 되는 줄 아는 사람들이 많다"며 "그러나 직접 섭취하는 식품인 만큼 위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피해 발생하면 보상 힘들지만 단속도 없어
전영준 행정사는 "정식으로 등록이나 신고가 된 판매 행위를 할 땐 식품에 '공정거래위원회 고시에 따라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표기하게 돼 있다"며 "그러나 미신고 판매 행위는 이 같은 보장이 없어 피해가 생길 경우 민사적 방법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공정거래위원회 소비자상담센터에서는 "미신고 판매는 사업체와 개인 사이의 거래가 아닌 개인과 개인의 거래로 취급된다"고 밝혔다. 문제는 피해가 발생했을 때다. 센터 측은 "센터 차원의 피해 보상 권고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소비자원에 피해구제신청이 접수된다"며 "그러나 사업자와 개인이 아닌 개인과 개인 간의 문제인 경우는 피해구제신청 접수 자체가 불가능해 민사소송으로 해결해야 할 것"고 설명했다.
그나마도 이는 판매자의 신원을 확보해놨을 때의 얘기다. 센터 측은 "사업자 등록도 되지 않은 판매자가 사라져버리면 찾기 힘들다"며 보상의 어려움을 설명했다. 실제 판매 게시글들은 수시로 올라왔다 사라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런 위험성에도 적극적인 단속은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다.
영업신고 접수를 도맡는 지방자치단체는 '현실적인 한계'를 지적했다. 한 구청 관계자는 "매일 모니터링을 하고 있을 수도 없는 실정"이라며 "소비자나 동종업계 관계자들의 신고에 의존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경찰 역시 "따로 단속을 벌이진 않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