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난제가 내치 문제로?…사드 국면전환 가능성

전문가들 "한미동맹 바탕 위에 국내 민주적 절차 검증해야"

주한미군을 통해 한국에 반입되고 있는 THAAD (사진=미 육군)
문재인 대통령이 국방부의 사드(THAAD) '보고 누락'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 지시를 계기로 난제 중의 난제였던 사드 문제가 의외의 실마리를 찾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사드 논란이 본질적으로 미국과 중국의 거대한 힘겨루기임을 감안할 때 섣불리 국내 배치를 결정한 우리로서는 풀어나갈 방도가 막막했다.

새 정부 출범 후 특사외교를 통해 미중 양측으로부터 나름대로 이해를 구하긴 했으나 시간만 벌었을 뿐 어떻게든 힘든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점은 달라지지 않은 상태였다.

그러던 차에 불거진 '보고 누락' 파문은 문 대통령의 표현처럼 "매우 충격적"이지만 대응 여하에 따라서는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을 수도 있다.

'보고 누락'이 사드 배치 절차에 문제가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됐기 때문이다.


청와대에 따르면 국방부는 지난 25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인수위) 업무보고 때 사드 발사대 4기를 추가 반입한 사실에 대해서는 보고하지 않았다.

이는 명백한 절차적인 문제가 드러난 것으로서 국회의 비준동의 여부와 더불어 사드 도입·배치 결정의 정당성을 흔드는 사안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국방부 수뇌부가 한국 대통령의 지시를 받는 조직인지 미군 사령부 예하 조직인지 의심케하지 않을 수 없는 행동”이라면서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만약 조사 결과 중대한 절차상의 문제점이 발견된다면 사드는 외교 문제 이전에 국내 정치적 사안으로 순식간에 전환될 수밖에 없다.

미국이나 중국을 상대로 아쉬운 소리를 하거나 설득 노력을 하기 이전에 내부로부터 해법을 찾아나갈 명분을 쥐는 셈이다.

이와 관련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국민 여론 수렴 과정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또 사드 배치의 절차적 부당성을 계속해서 지적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 교수는 "이번 사안을 계기로 우리가 한미동맹을 인정하는, 그 바탕 위에서 더 중요한 민주주의의 원칙을 지켜나가겠다는 의지를 확실히 보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 주한미국대사관 앞에서 4.30장미혁명페스티벌 추진위 관계자들이 ‘트럼프 1조 3천억원 사드비용 청구 규탄’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자료사진)
또 "절차적 문제를 검증하는데 동의하는 국민들이 늘어날 것"이라며 "정책 감사 등으로 번질 가능성도 충분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물론 이런 과정에서 전반적으로 사드 반대 기류가 강해지고 한미관계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거론된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사드 배치의 절차적 문제를 지적해 왔고 특사 파견으로 우리 입장에 대한 이해를 어느 정도 구해놓은 상태여서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한국 정부가 취임 전부터 계속해서 국회에서 비준동의안을 올려 결정하겠다는 등 이야기를 해왔고 이번 특사 파견에서도 이러한 부분을 설명했다. 미국 측도 이해한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한 외교부 관계자는 "절차적 정당성을 짚는 부분이 '사드 배치 반대'가 아니란 점을 여러 외교 채널로 설명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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