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양상문 LG 감독은 팀의 장타력 빈곤에 대한 고충을 토로했다. LG는 올 시즌 팀 평균자책점(ERA) 1위(3.22)를 달리지만 홈런 등 장타 생산은 최하위권이다. LG는 올해 팀 홈런 10위(24개)로 1위 SK(70개)와 거의 세 배 차이고, 장타율도 9위(3할7푼7리)다.
야구는 투수 놀음이라지만 투타의 엇박자로 LG는 좀처럼 선두권으로 치고 올라가지 못하고 있다. 양 감독은 "뚜렷한 장타자 없이 시즌을 치르기가 어렵지 않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다 아는 얘기를 또 꺼내느냐"고 에둘러 아쉬움을 드러냈다.
LG의 팀내 홈런 1위는 6개의 루이스 히메네스로, 전체로는 18위다. 그나마 히메네스는 최근 타격감이 부진해 이날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됐다. 양 감독은 "10일 동안 2군에 내려 타격폼 수정 등을 지시하고 싶지만 수비 등 팀 비중이 높아 그럴 수도 없다"고 말했다.
반면 김태형 두산 감독은 최근 살아난 장타력에 대해 미소를 지었다. 전날도 두산은 1-1로 맞선 8회 김재환의 결승 1점 홈런으로 2-1로 이겼다. 특히 지난 19일 KIA전에서는 9회 최주환의 극적인 3점 홈런으로 동점을 만든 뒤 닉 에반스의 결승포로 이겼다. 최근 5연승.
김 감독은 "안타는 3개가 나와도 점수가 나오지 않을 수 있지만 홈런은 1개면 나온다"면서 "그래서 홈런 타자를 포기할 수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재환도 살아날 가능성이 높고, 오재일도 최근 좋은 홈런이 많이 나왔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날 경기도 두 팀 감독들의 우려와 기대처럼 흘렀다. LG는 그래도 소총부대답게 열심히 안타를 날리며 부지런히 점수를 냈다. 그러나 두산은 승부처까지 안타 숫자는 적었지만 홈런 2방으로 단숨에 승부를 뒤집었다.
LG 타선은 1회부터 박치국을 연타로 두들겼다. 이날 1군에 복귀한 이천웅이 1사에서 볼넷으로 출루한 뒤 도루로 흔들었고, 박치국은 볼넷 뒤 양석환의 2루타, 정성훈의 적시타 등으로 3점을 내줬다.
두산이 3-4로 1점 차까지 추격해온 6회 LG는 3점을 더 뽑아 승부를 결정짓는 듯싶었다. 1사 만루에서 박용택의 싹쓸이 우중월 2루타로 7-3으로 앞서갔다. LG의 불펜을 감안하면 전날 패배를 설욕할 만했다. 선발 소사는 6⅓이닝 7탈삼진 4실점(2자책)으로 임무를 다했다.
하지만 두산에는 최근 살아난 일발장타가 있었다. 두산은 7회 1사 만루에서 일단 최주환이 희생타로 1점을 내며 4-7로 추격했다. 이후 에반스가 LG 4번째 투수 최동환의 4구째 시속 144km 직구를 통타, 우중간 담장을 넘기는 통렬한 3점 홈런을 날렸다. 승부를 단숨에 원점으로 돌렸다.
에반스가 날린 동점포의 흥분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잠실구장은 또 한번 달아올랐다. 김재환이 곧바로 역전포를 터뜨린 것. 최동환의 역시 4구째 시속 145km 바깥쪽 직구를 받아쳐 이번엔 좌중간 담장을 넘겼다. 7회 5점 중 홈런으로만 4점을 뽑은 두산이었다.
LG는 7회말 손주인과 채은성이 안타 2개를 때려냈지만 만회점을 뽑지 못했다. 8회까지 두산은 안타 8개로 LG보다 3개가 적었지만 점수는 8-7로 앞섰다. 8개 안타 중 홈런 2개가 포함돼 있었기 때문.
두산은 8회 최주환의 땅볼로 1점을 추가해 쐐기를 박았다. 결국 두산이 9-7로 이겨 최근 6연승을 달렸다. 24승19패1무로 승차 없이 승률에서 앞서 LG(25승20패)를 4위로 밀어내고 3위로 올라섰다. 거부할 수 없는 홈런의 매력이었다.
LG는 9회말 1사에서 히메네스와 이형종의 연속 안타로 마지막 기회를 맞았다. 그러나 정상호가 병살타를 때리며 승부가 마감됐다. LG는 두산보다 안타와 볼넷이 2개 더 많았지만 점수는 2점 뒤졌다.
LG로서는 6회초 우익수 채은성의 실책이 뼈아팠다. 2사 1, 2루에서 채은성이 오재일의 평범한 뜬공을 떨구면서 주자 2명이 모두 홈을 밟은 것. 점수 차를 감안하면 LG로서는 장타 열세와 함께 두고두고 아쉬움을 곱씹을 장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