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사람을 흉내내 학습하고 문제를 해결하도록 만들어졌다. 인간의 실력을 뛰어넘은 바둑 AI 알파고는 인류가 탄생시킨 완벽한 피조물일까. IBM의 인공지능 '왓슨'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현재 바둑 AI를 개발 중인 감동근 아주대 전자공학과 교수는 "알파고도 결코 완벽할 수는 없다"고 진단했다.
AI 분야의 권위자로 꼽히는 감동근 교수는 잘 알려졌듯이 공인 아마 5단의 바둑 애호가이기도 하다. 그는 지난 24일 CBS노컷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커제와 알파고의 첫 대국에 대해 "(알파고가) 굉장히 앞서 있다는 느낌이었다"고 운을 뗐다.
"커제 9단이 초반에 판을 굉장히 잘 짰는데도 (대국 내내) 어느 한 순간 유리했던 적이 없었다. 특별한 패착을 찾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알파고에게 무난하게 밀리며 커제 9단이 졌다."
이세돌에 이어 커제까지, 바둑 최고수를 차례로 격파하며 새로운 경지를 닦고 있는 알파고는 우리네 일상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올까. 감 교수는 "알파고 자체는 범용 인공지능이 아니기 때문에 바둑을 떠나면 무용지물"이라며 "기존 바둑 AI와 구별되는 알파고의 특징은 '딥러닝'(deep learning)을 기본 원리로 한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딥러닝은 인간의 뇌를 모방한 인공 신경망으로 실수와 학습을 반복하면서 정확도를 향상시키는 기술이다.
"일상에서 알파고의 활용도를 고민하는 일은 결국 '딥러닝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라는 문제와 맞닿아 있다. 물론 딥러닝 역시 장단점이 있다. 딥러닝의 특징은 통계적으로는 굉장히 성능이 좋다는 점이다. 100번을 실행하면 98, 99번은 잘 된다는 말이다. 그런데 가끔, 100번에 1번 정도 실수할 가능성을 완벽하게 배제할 수 없다."
◇ "딥러닝 기법만으로는 일상의 AI 활용도 높이기 어렵다"
"특히 이번 (커제와의 첫 대국)에서는 그런 일들이 안 벌어졌는데, 앞서 (알파고가) 이세돌과 둘 때 보면 실수가 여러 차례 나오면서 한 차례 지기도 했지 않나. 딥러닝은 특성상 이러한 실수의 가능성을 완벽하게 배제하기 어렵다. 프로그래머, 개발자가 (알파고에게) '이렇게 바둑을 두면 잘 둘 수 있다'는 원리를 알려주고 시작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알파고의 학습 체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우리는 이해하기 어렵다. 더 나아가서 실수를 미연에 방지하는 것도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감 교수는 "알파고의 딥러닝 기법이 발전할수록 실수할 확률은 줄겠지만, '0'이 될 것이라고는 얘기하지 못한다"며 "따라서 이 프로그램을 바둑에 활용하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지만, 일상에 그대로 갖다 쓸 경우 큰 문제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인간과 알파고가 바둑을 둘 때 몇 차례 실수가 나와 패했다고 해서 큰일이 벌어지지는 않는다. 그런데 바둑 아닌 다른 분야의 경우, 구글이 계획하고 있는 의료, 자율주행 자동차 분야 등에 이 원리를 그대로 갖다 쓴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실수로 사람이 죽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딥러닝은 그 특성상 바둑, 퀴즈, 번역처럼 통계적으로 성공 확률이 높으면 되는, 한두 번 실수해도 큰 문제가 없는 분야에 일단 적용되고 있다."
결국 "1%만 실수해도 큰 문제가 발생하는 분야, 그러니까 앞서 언급한 의료, 자율주행 자동차, 공공안전 분야 등에서는 딥러닝 기법만으로 AI 활용도를 높이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딥러닝은 숫자를 굉장히 잘 다룬다. 바둑에서 능력을 발휘한 이유도 바둑이 숫자로 표현 되기 때문이다. 반면 사람의 언어, 자연어를 처리하는 데는 숫자만큼 탁월하지 못하다. 음성인식 등 사람과 소통해야 하는 분야에서 딥러닝은 활용도가 몹시 떨어진다. 이로 인해 세무 업무 등 주로 숫자를 다루는 분야에 먼저 도입될 수 있을 것이다."
◇ "AI 분야, 정부 주도로 뭔가 하겠다는 생각 버려야 산다"
"구글은 AI 중심을 표방하고 있다. 얼마 전 구글 CEO도 강연을 통해 모든 것을 AI 중심으로 꾸려가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특히 (알파고를 개발한) 산하 연구기관 딥마인드에 대한 구글의 인식은 흥미롭다. 딥마인드는 순전히 연구조직이다. '어떤 분야에 AI를 적용해 돈을 벌까'를 생각하지 않는다. 구성원들이 관심 있는 분야를 공부하고 발전시키는 조직인 것이다."
그 연장선에서 "(우리 정부 역시 4차 산업혁명을 대할 때) 정부 주도로 뭔가를 하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인공지능 기술은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그런데 '어떻게 하면 (AI 기술을 활용해) 돈을 벌 수 있을까'라는 문제는 검증된 것이 거의 없다. 불과 1년 뒤에 어떤 기술이 상업적인 성공을 거둘지 예측하기 어려운 것이 이 분야다. 정부 주도 아래 '이게 뜰 거니까 계획을 잘 세워서 이것 중심으로 진행하자'는 방식이 통하기 어려운 환경인 셈이다. (4차 산업혁명 분야는) 여러 개의 돌연변이가 나올 때 그 가운데 하나가 걸리면 되는 식이다. 각자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하도록 놔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부 R&D 예산 총액이 한정돼 있으니 '탑다운' 방식으로 다른 데 나가던 예산을 긇어 모아 집중적으로 주는 방식은 별로 좋지 않다."
감 교수는 "이 분야는 누가 데이터를 더 많이 갖고 있느냐의 싸움"이라며 "우리나라는 데이터를 많이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프라이버시 문제 등을 해결할 수 있는 법·제도가 준비돼 있지 않아 민간과 공공 부문간에 데이터를 공유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의료 분야 데이터를 쓰려면 연구자들이 개인적으로 환자들의 동의를 일일이 구해야 한다. 영국, 미국의 경우 (정보 접근에 대한) 진입장벽이 낮은 대신 문제가 생겼을 때 처벌이 강하게 들어간다. 반면 우리나라는 그 반대로 진입장벽을 높게 쌓고 문제가 생길 경우 처벌이 약한 형태다. 이를 개선해야 한다. 시대의 흐름에 맞게 정부가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고, 시장에 문제가 생겼을 때 강하게 개입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중요한 때라고 여겨진다."
그는 "다양한 생각을 지닌 전문가들이 '나는 앞으로 이 기술이 중요해질 것 같다'라는 생각 아래, 각기 다양한 프로그램을 많이 내놓을 수 있는 흐름이 만들어지도록 정책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