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인사 부작용?…노골적 성희롱에도 "증거 없다"는 인권위

사실상 면죄부인 '의견표명'…인권 경력 없는 법조계 인권위 포진이 배경

(사진=국가인권위원회 제공)
강원테크노파크 이철수 원장이 직원들을 성희롱 했다는 진정 사건을 국가인권위원회가 기각, 각하 처리하면서 인권위의 감수성 부족이 도마 위에 올랐다. 노골적인 성희롱에도 인권위가 '증거가 없다'고 판단한 배경에는 촛불집회 당시 기습 임명된 최혜리 상임위원을 포함, 인권위원들의 자질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법인권사회연구소와 새사회연대, 한국여성의전화 등 30개 인권단체는 23일 "국가인권위 인권위원들이 인권 감수성 부족과 기관장 눈치 보기로 사실상 성희롱에 면죄부를 줬다"고 비판했다.

앞서 인권위는 지난 달 17일 강원테크노파크 직원들이 제기한 성희롱 진정에 대해 "회식문화를 개선하라"는 의견표명과 함께 각하와 기각 결정을 내렸다. 피해자가 원치 않고 해당 성희롱이 1년이 지났다는 게 그 이유였다.


권고 결정이 내려지면, 해당 기관이 이를 수용할지 말지를 결정해 통보해야 하지만 이번 건처럼 '의견표명'을 들은 기관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아도 된다. 결과적으로 강원테크노파크는 성희롱 책임을 회피할 수 있게 됐다.

인권단체들은 성희롱 피해가 지속적이었고 2차 피해까지 우려되는 마당에 인권위의 결정은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해당 인권단체들이 접수한 사례 가운데서는 인권위 결정으로 상급자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지 못해 문제제기를 포기하는 경우가 생기고 있다고 한다.

특히 가해자가 부부 간 성관계에 대해 노골적인 질문을 하고 포옹까지 했지만 "증거가 없다"고 본 인권위 판단이 크게 비판받았다. 인권위는 피해자가 성희롱이 있었던 회식 사진을 기관장 지시에 따라 사내게시판에 올렸다는 것을 들어 증거가 없다고 봤다.

이처럼 '법적으로는 완벽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성희롱을 용인하는' 결정이 인권위에서 나올 수 있는 배경은, 인권 관련 활동과 경험이 없는 법조계 인사들이 인권위원으로 임명됐기 때문이라는 게 인권단체들의 분석이다. 실제로 위원 11명중 법조 출신이 8명이다.

대표적으로 차별시정위원회 위원장인 최혜리 상임위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촛불집회가 한창이던 지난해 11월 국가인권위원회법상의 인선절차를 무시하고 기습적으로 임명된 사례다. 그는 인권 관련 경력이 전혀 없다.

인권단체들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국가인권위는 유명무실한 기구로 전락했다"며 "민주적이고 투명한 위원인선과 관료화된 관행들이 청산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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