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사드 보복 외교적 줄다리기 불가피, 장기전 각오해야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우호적 분위기 증가에도 중국 정부 집요한 외교 공세 계속될듯

이해찬 중국특사가 19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베이징 공동취재단)
한국에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한국 배치 문제로 얼어붙었던 한·중 관계에 해빙 조짐이 보이자 중국의 일방적인 사드 보복 조치가 해제될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

실제로 문 대통령 당선 소식이 전해지면서 중국 문화·예술계와 여행업계를 중심으로 한국에 대한 제재 완화 조짐이 눈에 띄게 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마이 버킷 리스트', '빨래' 등 한국의 창작 뮤지컬들의 중국 공연이 잇따라 확정되는가 하면 한류 스타 이종석이 출연한 한·중 합작 드라마 '비취연인'(翡翠戀人)의 방영 일정이 확정됐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環球時報)는 알리바바 여행사이트 '페이주(飛猪)'에서 한국 내 테마파크나 호텔 등을 예약하는 중국 관광객들이 최근 늘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런 변화는 이달 초만 하더라도 상상하기 어려웠던 일로 중국 내부의 반한감정이 상당 부분 누그러지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문재인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중국을 방문한 이해찬 전 총리가 중국 고위급 인사들에게 한·중 관계 발전을 위해 사드 보복 조치는 조속히 해제되야 한다고 말하자 양제츠(楊潔篪) 외교담당 국무위원이 "거기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지자 기대감은 한층 높아졌다.

◇ 중국의 사드 보복조치 달라진게 없다

중국 내부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해서 중국 측 태도에 달라진 점이 있느냐를 살펴보면 실질적인 변화는 여전히 없는 상황이다.


베이징 외교가의 한 소식통은 사드 보복 조치와 관련해 "사실상 바뀐 것이 하나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중국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간여한 중국 롯데마트 영업정지·한국 단체관광상품 판매 중단· 유쿠(youku), 아이치이(iQiyi) 등 동영상 사이트의 한국 컨텐츠 업데이트 중단 조치 모두 이전과 동일하다는 설명이다.

베이징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 롯데마트가 불통이 됐던 홈페이지를 복구해 지난 5월부터 재가동한 것은 맞지만 영업중단 조치를 해제하기 위한 실사단의 재방문 일정 등은 여전히 감감 무소식이다.

중국 국가여유국의 한국 단체관광 상품 판매 중단 조치 역시 해제될 것이라는 설만 무성할 뿐 실제 급감한 한국행 비자 건수는 여전히 지난해에 비해 절반 수준에 머물고 있다.

베이징 총영사관 집계에 따르면 지난 해 하루 평균 800~1000여건에 이르던 비자 신청 건수는 국가여유국의 한국 단체여행상품 판매 금지 조치 이후 하루 200여건 수준으로 급감했다 5월 들어 400여건 수준으로 여전히 지난 해의 절반에 못미치는 수준이다.

최근 중국 여행사 두 곳에서 단체관광 비자 신청을 했다는 소문도 있었지만 유의미한 신청이 아니었었고, 지난 20일 국가여유국이 회의를 소집해 한국 여행상품 판매 금지 조치를 해제할 것이라는 소문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 中지도부와 이해찬 특사단 미묘한 신경전, 관영매체들 사드 용납 불가능 주장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하고 재빠르게 이해찬 전 총리를 특사로 임명해 중국과 대화에 나선 것이 사드 문제를 둘러싼 대화의 물꼬를 튼 것만큼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정권 교체가 곧바로 한·중 관계 복원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순진한 기대감은 지난 18일 방중한 특사단을 맞이하는 중국정부의 태도에서부터 깨졌다.

중국정부는 표면적으로 한국 새 정부의 특사단을 환영하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사이사이에는 묘한 긴장감과 텃새를 동반한 신경전이 자리잡고 있었다.

18일 이해찬 특사 일행을 접견한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시종일관 딱딱한 표정으로 사드를 “양국 관계 발전의 걸림돌”로 묘사하며 "한국의 새 정부가 중국의 우려사항을 존중해 조치를 취해주기를 기대한다"고 사드 문제를 직접 언급했다.

다음 날인 19일 시진핑(習近平) 주석과의 면담에서는 통상 특사와 국가 원수가 각기 마주보고 1대1로 앉는 좌석배치와는 달리 시 주석이 상석에 앉고 이 전 총리 일행은 업무회의 같이 테이블 옆에 앉으면서 외교적 결례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사드 문제와 관련해서도 특사단은 "시 주석이 사드 배치와 관련해 직접적 언급을 하지 않았다"고 이날 밝혔지만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후 정례 브리핑에서 "이 특사가 중국에 와서 소통하는 기간에 왕이 외교부장은 물론 양제츠 외교담당 국무위원, 시진핑 주석 등 모두가 중국 측의 사드 문제에 대한 원칙과 입장을 피력했다"고 밝히며 특사단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관영매체들은 일제히 "한국 정부가 바뀌엇다 해서 중국이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용납할 것이라는 기대는 버리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국의 사드 배치를 앞장 서 반대했던 환구시보(環求時報)는 18일 사설에서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중국의 입장은 확고하며 한국 신정부의 우호적 태도가 사드에 대한 기존의 입장을 바꿀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모든 것이 향후 있을 한국과의 사드 협상을 앞두고 기선 제압을 위한 기싸움이라는 해석도 제기되고 있다.

설혹 이미 한국에 배치된 사드를 철수 시키지는 못하더라도 그에 준하는 외교적 성과를 얻어내기 위한 중국 측의 집요한 외교 공세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도 한국 정부가 사드에 대한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기 전까지 실질적 협상 카드로 활용할 수 있는 보복조치를 중국 정부가 먼저 포기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본격적인 실무협상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한국측의 조각이 마무리되고 미국과의 의견 조율 등이 이뤄져야 하는 상황이지만 이 과정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여 양국이 본격적인 협상에 착수하는 데만 오랜 기다림이 불가피하다.

한·중 간의 첨예한 사드 갈등은 막 대화의 물꼬를 텄을 뿐 해결까지는 더욱 치열하고 지난한 외교적 협상과정을 감수해야만 하며 장기전을 각오해야 한다는 것이 다수 외교 전문가들의 냉정한 상황 인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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