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에서 사라졌다가 이번에 되살린 정책실장(장관급)은 산하에 일자리·경제·사회 수석비서관과 경제보좌관, 과학기술보좌관을 두고 문재인 정부 임기 전반의 경제정책을 설계하게 된다.
문 대통령은 "장 교수는 한국사회의 경제적 불평등을 지속적으로 연구한 경제학 석학이자 실천 운동가"라며 "과거 재벌 대기업 중심에서 벗어나 사람 중심, 중소기업 중심으로 변화하는 경제민주화와 소득 주도 성장을 함께 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또 "한국경제에 대한 해박한 이론을 바탕으로 경제력 집중을 완화하고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그동안 역대 정부와 정치권의 요청에 고사하다가 이번에 처음으로 공직을 맡게 됐다. 경제·사회적 양극화 완화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부터 줄곧 강조해온 재벌체제의 기득권 타파와 공공 일자리 창출 등을 통한 양극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치켜세운 셈이다.
특히 문 대통령은 지난 17일 공정거래위원장에 '재벌 저격수' 김상조 한성대 교수를 내정하면서 재벌체제 해체와 중소기업 중심의 경제생태계 조성 등을 예고한 바 있어, 장 교수의 이날 정책실장 임명은 문재인 정부 임기 초반의 경제정책 운용 방향을 엿볼 수 있다.
임기 초반 진보적 인사들이 경제정책 컨트롤타워로 대거 기용된 점을 감안한 듯,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에는 '박근혜 가정교사' 김광두 서강대 석좌교수를 임명해 균형을 맞추려 했다.
김 신임 부의장은 개혁적 보수성향 경제학자로 2012년 대선에서 박 전 대통령의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는 세운다) 공약 등 기본 경제정책 틀을 만든 인물이다.
장 신임 정책실장은 이날 문 대통령의 인선 발표 뒤 기자들과 만나 "정말 계획도 없었고 합의하지도 않았는데 이 자리에 서게 됐다"며 "한국 경제가 방향을 잃고 있는 상황에서 새롭게 출범하는 정부가 '사람 중심'의 정의로운 경제 틀을 만드는 것을 현실에서 실천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 "구체적으로 경제정책을 실행할 부처와 (아직) 얘기를 나누지는 않았지만, 우선 정부가 할 수 있는 부분은 공공 일자리"라며 "절대 다수 일자리는 민간에서 만들어져야 하지만 공공부분에서 왜곡된 고용형태를 (먼저)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안철수 캠프에 참여해 경제정책을 자문했던 장 신임 정책실장은 그동안 어떤 공직에도 발을 담그지 않으면서 학자의 외길만 걸어왔다.
특히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달라던 정치권 제의도 단호하게 뿌리쳤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지난 19일 오후 직접 전화를 걸어 중요 직책을 맡아달라고 요청하면서 고심 끝에 수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 실장은 "최근 새 정부 인사를 보면서 개인적으로 큰 감동을 했다. 이 정부가 정말 무엇인가 변화를 일으키고 국민 눈높이에 맞추려는 의지가 있다고 생각했다"며 "그런 것들이 제 마음을 흔들었고, 또 대통령이 직접 요청하는 데 뭐라 말하지 못하고 응답했다"고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