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때 패배한 문재인 대통령은 재수에 성공한 사례다. 15~16대 연달아 패배한 이회창 총리는 은퇴했다가, 17대 대선에 다시 출마했다. 김대중, 김영삼 전 대통령 등도 몇 차례 패배한 끝에 집권에 성공했다.
일단 이번에 패배한 4인 후보들은 정계 은퇴의 길에 내몰리진 않았다. 이들은 각자 약간의 휴식기를 거친 뒤 차기 대선을 위한 행보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경남지사는 지난 12일 최근 결혼한 차남 정현 씨 부부를 만나기 위해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출국 길에 기자들과 만나 "그리고 오래 있진 않을 것"이라며 정치권과 긴 시간 멀어져 있지 않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홍 전 지사는 "잠시 생각을 좀 정리하고 돌아오겠다"면서 "다시 보수우파 세력을 재결집해서 이 나라가 친북좌파의 나라가 되도록은 만들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포부를 밝힌 만큼 8~9월쯤 예상되는 전당대회에 출마할 것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
"전당대회 전 돌아오느냐"는 질문에 "우리(보수우파)가 할 일이 많은 것 같다"고 답했다. 문재인 정부에 맞서는 '강한 제1야당'을 강조하기도 했다.
홍 전 지사의 당권 도전 의사에 대해선 계파 간 의견이 엇갈린다. 그가 최근 바른정당에서 탈당한 의원 13명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만큼 친박계의 강한 견제가 예상된다.
한 친박 의원은 13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대선 패배 직후 당 대표 경선에 도전하는 모양새가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범(凡)친박인 정우택 원내대표도 비슷한 취지의 '출마 반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친박계에선 홍문종(4선) 의원이 당권 도전 의사를 밝혔다. 이들은 홍 의원 혹은 김태호‧이인제 전 의원 등 원외인사에게 맡기는 방안을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홍 전 지사 측은 당권 접수로 기반을 다진 뒤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승부수를 띄워 차기에 다시 도전하는 계획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홍 전 지사 중심의 비박계와 친박계의 내홍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국민의당은 일단 안 전 의원을 중심으로 한 자강론을 이어가고 있지만, 정계 개편의 주도권을 쥐려는 움직임도 생겨나고 있다. 주승용 의원이 사견을 전제로 바른정당과의 통합 전당대회 개최 등 연대 방안을 밝혔다.
한 측근 의원은 통화에서 "휴식을 좀 취하더라도 정치권과 단절되는 식이 되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