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디 최의 작품 '생각하는 사람'은 로댕의 조각 작품 '생각하는 사람'과 같은 모양의 형상이 등장한다. 그 형상 아래는 옆구리에 좌변기 형태의 구멍이 뚫린 사각 나무 받침대가 놓여져 있다. 이 작품의 '생각하는 사람' 형상은 두루마리 화장지들과 분홍색 소화제 3만병을 버무려 만든 것이다. 작가가 이민 갔을 때 차별과 배제로 인해 정체성 혼란을 겪으면서 소화불량을 심하게 앓았다고 한다. 결국 먹은 것들이 소화가 되지 않은 채 똥이 되어 배설되었다. 이것은 몸에서 겪은 현상이지만, 이 작품은 문화적 식민성으로 인해 작가 자신이 겪은 정체성 혼란을 은유한다. 이성이 지배하는 서양 철학, 사상, 문화가 과연 절대적으로 우월한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결국 "소화되지 않은 것을 먹고 남의 똥을 싸느니, 주체적 정신과 사고로 내 똥을 싸자"는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코디 최의 작품 '자화상' 역시 이민자로서, 생긴 게 다르다는 이유로 미국 백인사회에서 무시받고 인종 차별을 받은 자신의 경험을 반영한다. 크고 작은 사각 나무통들이 여러 개 쌓여 있는데 이는 각 신체 기관의 에너지가 담겨진 그릇을 은유한다. 작가는 이 에너지가 쌓인 것을 내공이라 하고, 이 내공은 동양적 특징으로 서양의 육체관과 대별시킨다. 서양은 육체를 욕망을 충족시키는 기관으로 보는 반면, 동양은 육체를 통해 기운을 모으고 있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코디 최의 이번 출품작들은 권위가 부여된 예술 작품, 강대국의 우월주의, 여성 미인의 기준 등 고정 관념의 바위들을 망치로 두들겨 깨며 전복적 사유를 제시한다. 그의 작품 '컬러 헤이즈'는 커튼이 드리워진 방 안에 빈 유리잔들을 겹겹히 쌓아두고, 안개를 분사하며 신나는 노래를 들려준다. 반전이다. 그가 강조한 대로 이성보다는 감성을, 위장된 진지함 보다는 가벼운 즐거움을 이 작품은 보여준다. 작가는 말하다 "우리는 투명한 빈 잔"이라고. 이 말이 켜켜이 쌓인 고정관념의 지층들을 하나 하나 벗겨내 투명한 상태가 되라는 주문으로 읽힌다.
이 완 작가의 '더 밝은 내일을 위하여'는 제복을 입고 모자를 쓴 부부가 어린이를 안고 있는 조각상이다. 부인은 왼쪽 팔을 뻗쳐 손가락으로 어딘가를 가리키고 있다. 과거에 근면, 저축을 구호 삼아 희망찬 미래를 약속하던 포스터를 보는 느낌이다. 작가는 그 때의 미래가 오늘의 지금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이 조각상에 등장하는 부부 뿐만 아니라 어린 아이까지도 얼굴이 텅 비어 있다. 작가는 지금 일그러진, 텅 빈, 꺼져 들어간 이들의 표정에서 오늘의 현실을 본다. 그리고 이 조각상의 받침대는 대리석을 흉내낸 다른 재질이다. 이는 대리석 표면으로 그 안의 콘크리트 치장을 가리듯이, 실제 중요한 가치보다 허례 허식을 중시하는 현실을 풍자한다. '고유시' 작품 앞에 놓인 '더 밝은 내일을 위하여'는 절망의 나락에 빠진 사회 현실을 직시하고, 어린이의 얼굴에 생기를 돌려줘야 한다는 외침으로 들린다.
이번 한국관 전시를 주관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김혜선 비상임위원은 "한국관 전시를 통해 기울어진 세계 속에서 균형을 찾아가는 치유의 움직임이 주는 예술의 감동을 함께 느껴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한국관이 한국 미술의 해외진출 교두보로서의 역할을 더욱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끊임없이 고민하고 노력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