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패배의 아픔을 추스르고 '강한 야당'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야 하는 과제가 주어졌다. 하지만 대선 직전 단행된 친박 징계 해제와 바른정당 탈당파의 복당으로 내홍이 불거질 가능성도 있어 당이 격랑 속으로 빠져들 조짐이 감지된다.
9일 저녁 지상파 방송 3사 출구조사가 발표된 뒤 당사 2층 종합상황실을 찾은 홍준표 후보는 "출구조사가 사실이라면 자유한국당을 복원하는 데 만족한 걸로 하겠다"고 대선 패배를 선언했다.
야권으로 기울어진 대선 판도에서 20% 이상의 지지율을 얻은 데 의미를 부여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야권에 유리한 조기대선 속에서 자유한국당은 선거 운동 초반엔 선거 보전 비용 마지노선인 15% 지지율을 걱정할 정도로 고군분투했다.
하지만 홍 후보 특유의 강한 말투와 TK·PK 지역을 집중 공략하며 보수표 결집을 노렸던 선거 운동이 어느 정도 성과를 얻었다는 분석이다.
당 핵심 관계자는 "이번 대선 패배는 어느정도 예상한 결과"라며 "탄핵 국면 속에서 어려운 선거를 치른 만큼 이제는 당이 다 복원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 더블스코어 패배 '외상'만큼 심각한 친박-비박 격돌 '내홍'
하지만 대선 패배의 '외상'만큼이나 자유한국당이 가진 '내상'도 심각한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대선 직전 홍 후보는 당무 우선권을 발동해 보수 결집을 명분 삼아 서청원·최경환 ·윤상현 의원 등 핵심 친박계 3인의 징계를 해제했다. 또 바른정당 탈당파 등 의원들을 일괄 복당시켰다.
대선이라는 큰 정치 이벤트를 앞두고 있던 상황이라 현재까지 당내 의원들의 반발은 감지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정우택 당 대표 권한대행은 "대통령 후보 한 마디에 복당이 되고, 안 되는 것이 아니다"며 "복당과 징계 해제는 정치적 선언"이라고 선을 그어 홍 후보의 결정에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혔다.
친박 의원들 역시 탈당파의 일괄 복당에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고 있어, 보수 정당 사상 초유의 분당 사태를 초래했던 친박-비박 갈등이 대선 이후에 다시 재점화될 가능성도 있다.
자유한국당 관계자는 "현재로선 탈당파 의원들의 복당 절차가 완료됐다"면서도 "대선 이후 지도부가 새로 꾸려지면 결과가 뒤집힐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며 내홍을 예고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탄핵 사태 이후 분당까지 겪으면서 당이 이제 겨우 안정화 됐는데 대선 이후 내홍이 걱정"이라며 "홍 후보가 추진했던 당무우선권도 해석의 여지가 있어 의견이 분분한 상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