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이라는게 현실적 제약이 있어서 100%25 만족할 수 없다"
"최대한 성의를 갖고 최상의 그걸 받아내서 노력한 그것은 인정해주셔야 한다" (2016.1.13 박근혜 전 대통령)
"100%25 일본 정부를 굴복시키는 형태의 타결은 본래부터 불가능하다"
"군의 관여, 정부의 책임통감, 사죄와 반성, 정부 예산에 의한 금전조치 등의 약속을 받아낸 것은 높이 평가할 수 있다"(2017.5.4. 위안부 보고서)
앞의 글은 박근혜 정부가 2015년 12월 28일 일본 정부와 위안부 합의를 졸속 전격 타결한 뒤 후폭풍이 거세게 일자 이듬해 1월 박 전 대통령이 대국민담화에서 밝힌 내용이다.
뒤의 글은 여성가족부가 4일 발표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에 대한 보고서'내용 중 일부다.
피해자들과의 소통 문제에 대해 박 전 대통령은 "충분히 의견을 들었다"고 한 반면 보고서는 "소통과정이 부족했다"는 점이 다르다면 다르다.
여성가족부가 4일자로 발간하고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에 관한 보고서'가 논란이다.
내용도 문제거니와 발간 시기도 문제고, 당초 약속했던 백서가 아닌 민간 보고서 형태로 낸 것도 문제다.
보고서에서 논란을 빚고 있는 것은 위안부 합의에 대한 평가 부분이다.
보고서는 "합의의 핵심은 일본 정부가 군의 관여라는 역사적 사실과 책임을 공식 인정하고 총리 명의로 피해자들에 대한 사죄반성을 표명함과 더불어 정부 예산으로 '사실상'의 배상조치를 실시하겠다고 약속한 데 있다"며 합의의 성실한 이행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특히 일본이 송금한 10억 엔에 대해선 "일본이 정부 예산조치로 내놓은 것임 만큼 '사죄 반성금'이고 '사실상의 배상금'"이라고 강변하고 있다.
그러면서 '법적 배상을 합의문에 명백한 형태로 담지 못했다'는 근본적인 지적에 대해선 "한국 정부가 100% 일본 정부를 굴복시키는 형태의 타결은 본래부터 불가능하다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또 "협상과정에서 공식 사죄와 법적 배상의 개념에 근접한 내용을 담기 위해 최대한 노력을 경주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정부의 노고를 치하했다.
보고서의 평가와 달리 일본 정부는 위안부 합의 이후에도 위안부 강제동원 사실을 부인하고 있고 진정성 있는 사죄도 하지 않고 있다.
지난 달에는 위안부 전범재판자료 등이 공개됐는데도 "위안부 강제동원의 직접적 증거가 아니라"며 오리발을 내밀고 있다.
한국에 송금한 10억 엔에 대해서도 법적 배상이 아닌 '치유금'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내용의 보고서가 왜 나왔는지, 협상에 참여했던 외교부 당국자가 써준 문구를 그대로 반영한 것인지 착각이 들 정도다.
백서도 아닌 민간보고서를 굳이 대선을 코앞에 둔 시점에 발간한 것도 의문이다.
정부는 당초 지난 2014년 8월 위안부 문제의 본질과 대응논리를 정리한다며 백서 발간계획을 발표했었지만 12.28 합의 직후 민간보고서로 대체했다.
백서를 발간할 경우 '최종적 불가역적으로 해결됐다'는 일본 정부의 항의를 의식했기 때문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차기 정부 출범 직전에 보고서를 낸 것은 12.28 합의에 대한 정부 평가를 미리 굳혀 놓으려는 대못박기 차원으로 해석된다.
대선 후보 5명은 예외없이 위안부 합의를 강력 비판하면서 파기와 재협상을 강조하고 있다. 누가 정권을 잡든 협상 과정에 대한 국회 차원의 진상규명과 책임 추궁, 재협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보고서를 서둘러 발간한 것이 행여 이를 모면하려는 차원이었는지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