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
① "촛불민심 어디가고…" 구태 선거범죄 판치는 장미대선 ② 급증하는 '가짜뉴스'…"고모 카톡도 차단했죠" ③ "유세차 시끄러워"…21세기 유권자와 19세기 선거운동 ④ "표가 안되니까…" 선거에서도 차별받는 장애인들 ⑤ 친절한 투표제도, 안 만드나 못 만드나 계속 |
◇ "원하는 데서 하면 안 되나요?"
거주지를 옮기지 않아 지역까지 가야 하거나 대선 당일에 일찍 출근하는 시민, 근처에서 일하다가 잠깐 짬을 내 투표소를 찾은 시민 등 각양각색이었다.
지난 2013년 사전투표제가 도입된 이후, 지정된 투표소를 찾아가는 것보다 비록 사전일지라도 원하는 곳에서 투표하는 방식에 익숙한 시민들이 늘고 있다.
김 모(24) 씨는 "투표는 시민의 당연한 권리인데 굳이 장소를 찾아다녀야 할 필요는 없지 않으냐"며 "사전투표제가 훨씬 더 합리적인 것 같다"고 말했다. 아들을 데리고 투표소에 온 이 모(39) 씨도 "불편하게 어디를 찾아갈 필요 없이 아는 곳에서 투표할 수 있다는 점이 편리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4월 이뤄진 20대 총선 선거에서는 왕십리에 거주하는 한 여성이 투표소를 잘못 찾는 일이 일어났다.
평소에 늘 투표하던 장소로 갔지만 투표소가 변경돼, 한참을 걸어 정확한 투표소를 찾아가야 했다. 그는 "무엇을 기준으로 투표소가 정해지길래 가까운 곳을 놔두고 멀리 가라고 하느냐"며 볼멘소리를 냈다.
사전투표처럼 원하는 곳에서 투표하면 안 되냐는 목소리가 시민들 사이에서 높아지는 이유다.
직장인 박 모(26) 씨는 "본 선거 때도 아무데서나 투표하면 되는 거 아니었냐"며 "대선날 하마터면 헛걸음할 뻔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왜 아직도 꼭 한 곳에서만 투표할 수 있게 하느냐"며 "급작스럽게 출장이라도 가면 투표는 꿈도 못 꾸겠다"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서울에 거주하는 시민 A(63) 씨는 "하다못해 같은 구 안에서만이라도 여러 군데서 투표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며 "주민등록등본을 뗄 때 구청에 가거나 동사무소에 가도 되는 것처럼, 투표도 그렇게 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 기술은 있지만…사회적 논의 없어 아직
이처럼 본 선거에서도 통합선거인 명부를 사용하고 나아가 전자 방식 투표까지 도입되면 유권자에게는 더욱 편리한 투표 환경을 제공할 수 있지만 아직 전면 도입 계획은 없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본 선거에서 사전투표 방식이 도입되지 않는 배경에 대해 개표의 문제를 들었다.
사전투표는 본선거보다 5일 전에 실시돼, 각기 다른 지역에서 한 투표를 해당 지역으로 가져올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지만 본 선거에서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틀간의 사전투표가 마무리되면 본선거 전까지 투표자들의 거주 지역을 분류해 해당 지역 개표소로 보내 선거 당일에 본선거 투표용지와 함께 개표한다.
전문가들은 이미 기술적 토대는 마련됐다는 의견이다. 이미 통합전산망 시스템이 가능하므로 유권자의 투표 편의를 높이기 위해 투표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사전투표를 할 수 있다는 건 전 국민을 상대로 한 통합전산망 시스템이 가능하다는 뜻"이라며 "유권자가 투표에 많이, 더 편리하게 참여하도록 사전투표제를 확대하고 궁극적으로는 전자 투표 시스템으로 바꿔서 직접 투표의 기회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창렬 용인대 정치학과 교수도 "의지만 있으면 기술적으로 가능한 이야기지만 아직 사회적인 논의가 제기되지 않고 있다"며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제도 개선이나 시스템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