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후 학교 실태 집중진단 |
① '결국 다시 학원으로…' 찬밥신세 '방과후 학교' ② '넌 누구니?'…흔들리는 방과후 학교 |
지난 2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의 한 중학교 앞. 이날 취재진이 만난 중학생들은 하나같이 방과후학교 활동에 재미를 붙이지 못하고 있었다.
중학교 1학년생 강 모 군은 "반 친구 25명 중 방과후학교를 신청한 친구는 5명도 채 되지 않는다"면서 "내가 듣고 싶은 과목이 없어 집에 가서 따로 공부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학생은 "선생님들이 주어진 교재만 가지고 수업을 하다 보니 흥미가 떨어진다"면서 "최소한 게임이나 프레젠테이션 형식을 빌려 가르쳤으면 한다"고 전했다.
서울 양천구의 한 중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인 정 모 양은 평소 수학에 자신이 없어 최근 방과후교실을 신청했지만 최소 인원 10명을 채우지 못해 시작도 못하고 있다.
결국 방과후학교를 외면한 학생들이 찾는 곳은 또다시 '학원'이었다. 학생들은 학교보다 사실상 학원을 더 신뢰하고 있었다.
중학교 1학년생 박 모 군은 "방과후교실에는 공부 잘하는 친구와 못하는 친구 사이 격차가 큰 반면, 학원은 수준별로 체계적이고 집중적으로 수업을 해 '쉬엄쉬엄' 수업하는 방과후교실보다 전문적이다"라고 말했다.
중학교 3학년생 문 모 군은 "친구들 모두 학원을 가야해서 방과후학교는 뒷전이다"라면서 "그나마 듣는 친구들은 스포츠 등 예체능 종목을 선택한다"고 말했다.
입시에 보다 민감한 고등학생들도 학원에 의지하고 있었다. 양천구의 한 고등학교 2학년에 다니는 임 모 양은 "방과후학교와 학원은 기본적으로 정보력에서 차이가 난다"면서 "단적으로 학원에서는 다른 학교 시험지도 풀어볼 수 있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러자 교사들 역시 매년 줄어드는 예산 문제를 지적하는 등 방과후학교의 효율성에 의구심을 보이고 있다.
서울의 한 중학교 방과후학교 교사는 "자유학기제가 중점적으로 시행되면서 방과후학교는 이제 '저리가라' 신세가 됐다"면서 "예산도 없고 시설도 없어 이제 학생이 평소의 절반 이하로 줄었다"고 전했다.
자유학기제는 중간·기말고사를 치르는 대신 토론·실습수업이나 직장체험활동과 같은 진로교육을 받는 제도다.
서울의 또 다른 방과후학교 교사는 "미래사회로 가는 과정에서 국영수 과목 말고도 창의적인 공부도 중요하다"면서 "방과후학교에서는 입시학원에서 하기 힘든 예체능수업을 많이 하는데, 예산이 부족해 외부 전문 강사도 부르지 못하는 실정이다"라고 말했다.
공교육 현장에서 방과후학교가 '찬밥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