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논평] '깜깜이 선거' 바꿔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왼쪽부터), 자유한국당 홍준표, 바른정당 유승민, 정의당 심상정,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 (국회사진취재단)
'장미대선', '탄핵대선'으로 불리는 5월 9일 제19대 대통령선거가 꼭 엿새 앞으로 다가왔다.

그런데 선거일이 엿새 남은 날부터 달라지는 게 한 가지 있다. 여론조사 결과를 공표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는 현행 공직선거법 제108조 1항의 규정에 따른 것이다.

즉, 선거일 전 6일부터 선거일 투표마감 시각까지 정당 지지도나 당선인을 예상케 하는 여론조사의 경위와 그 결과를 공표하거나 인용해 보도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위반하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4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때문에 선거일 전 엿새 동안을 '블랙박스 기간'으로 부르고, 이런 선거 관행을 빗대 '깜깜이 선거', '블랙아웃 선거'라고 일컫는다.

하루가 멀다 하고 홍수처럼 쏟아졌던 각종 여론조사 수치가 하루 아침에 사라지게 된 것이다.

더욱이 2일로 대선후보 TV토론도 끝이 나면서 앞으로 유권자들로 하여금 후보들을 비교, 평가, 판단할 수 있는 정보들이 차단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따라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독주체제가 계속될지,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막판 뒤집기가 이뤄질지, 부동층과 보수층 표심은 어떻게 변할지, 그리고 바른정당 의원들의 집단탈당에 따른 파급영향과 막판 후보 단일화 가능성에 따른 선거판세를 유권자들이 가늠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게 됐다.

헌법재판소는 여론조사 결과가 표심을 왜곡할 수 있다는 논리로 여론조사 공표 금지에 합헌 결정을 내렸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결과적으로 여론조사 공표금지 규정은 '국민의 알 권리'를 일정 부분 침해하는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이런 이유로 지난 1999년 헌법소원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헌법재판소는 이른바 '밴드왜건 효과(bandwagon effect)'와 '언더독 효과(underdog effect)'로 선거의 공정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며 합헌 결정을 내렸다.

여론조사 결과가 공표되면 당선 가능성이 큰 후보에게 표가 쏠리거나 열세후보에게 동정표가 몰리는 영향이 나타나 표심이 왜곡될 수 있고, 선거일이 임박해 부정확한 여론조사 결과가 공표되면 이를 반박하거나 시정할 수 있는 물리적 시간이 부족하다는 논리다.

헌재는 따라서 여론조사 공표금지 기간이 지나치게 길지 않는 한 금지 자체를 위헌이라고 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거의 20년 전의 헌재 판결 논리는 인터넷과 SNS를 통한 '가짜뉴스'가 횡행하는 지금의 시대상을 충분히 담아내지는 못한다.

실제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에도 보듯 불의와 거짓의 가면을 쓴 '가짜뉴스'는 건강한 여론 형성에 엄청난 장애물이 되고 있다.

그런가 하면 각 정당과 후보 선거캠프, 언론사들은 결과만 발표하지 않을 뿐 선거 전략을 세우고 판세의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이런 내부 정보들이 '찌라시' 등의 형태로 스마트폰에 무차별 유포되면서 거짓말이 난무하고 결과적으로 유권자들의 올바른 판단을 방해하는 부작용이 반복되는 것이다.

선관위와 관계 당국은 여론조사 공표금지 기간동안 활개치는 '가짜뉴스'의 위법행위에 대한 단속 역량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다만 미국, 독일, 일본 등 선진국은 선거의 주인공인 유권자들의 알 권리 보장 차원에서 선거와 관련한 여론조사에 대해 별도의 제한규정을 두지 않고 있다.

프랑스는 지난 2002년 여론조사 공표금지 기간을 선거 1주일 전에서 2일로 줄였다. 반면 한국의 경우 6일이라는 '블랙박스 기간'은 상대적으로 너무 길다고 본다.

'깜깜이 선거'에 대한 부작용을 면밀히 검토해 개선책을 마련할 때가 됐다.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