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그와 함께 만나는 것이 적절하다면, 나는 전적으로 '영광스럽게' 그 것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적절한 환경이 조성되면' 대화하겠다는 것이라고 전제를 달았지만 '영광'이란 표현이 논란이 됐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이후 "모든 옵션은 테이블 위에 있다"며 대북 군사적 옵션까지 시사하며 '4월 한반도 위기설'을 한껏 고조시킨 직후에 나온 대북 우호 발언이라 북한과의 관계에서 변화를 시사하는 것인지 관심이 집중됐다.
하지만 이후 숀 스파이서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영광' 발언을 두고 "김정은은 국가 원수다. 외교적 표현일 것"이라고 진화에 나섰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언론 인터뷰에서 돌발 발언을 한 뒤 대변인이 진위 수습에 나선 모습이 또다시 연출된 것.
한미 공조를 강조하며 대북 강경책을 밀어붙여왔던 우리 정부로서는 적잖이 당황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트럼프 대통령의 '오락가락' 행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취임 당시 '더 예측불가능한 미국'을 천명했던 것이 현실화되고 있다.
북한 문제와 관련한 중국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에서도 이를 엿볼 수 있다. 지난달 6~7일 미중 정상회담 직후 양국 정상은 북핵 문제에 대해 진전된 결과를 내놓지 못했다.
당시 트럼프는 자신의 트위터에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에게 만일 중국이 북한 문제를 해결한다면 미·중 무역 관계가 더 좋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남겼다.
하지만 불과 몇분이 채 지나지 않아 다시 "북한이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만일 중국이 돕는다면 좋겠지만 아니라면 중국없이 독자적으로 해결하겠다"란 글을 올렸다.
트럼프는 다른 국가에 대한 개입주의에서 벗어나겠다고 천명했지만, 화학무기를 사용한 시리아에 공격을 감행하는 등 정반대의 행동을 보이기도 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한국이 사드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주장 역시 외신 인터뷰 중 돌발발언으로 튀어나왔다.
당시 우리 국방부는 "우리 정부는 부지·기반시설을 제공하고 사드 체계의 전개 및 운영유지 비용은 미국 측이 부담한다는 한미 간 합의 내용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고작 하루 뒤 다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똑같은 주장을 했다. 상대국과의 조율이나 입장을 크게 고려하지 않는, 통상의 외교적 흐름에 맞지 않는 행동을 보인 것이다.
이러한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에 대해 전문가들은 사업가 출신인 그의 거침없는 성향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또 사업가로서 외교적 관례보다는 '비지니스'의 관점에서 접근하다보니 이같은 돌발발언이 이어진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느닷없는 시기에 느닷없는 이슈를 꺼내드는 스타일을 계속 보여왔다. 외교 관례를 무시하고 '예측불가능함(unpredictability)'를 협상의 도구로 이용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대북 문제에 있어 강경과 유화 사이를 큰 폭으로 왔다갔다하고 있다"면서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압박을 하다가도 상대방이 타협적으로 나오면 유화적으로 대응하는, 상당히 기폭이 큰 지도자 스타일"이라고 분석했다.
이같은 돌발 발언을 새로운 협상 전략의 하나로 보는 시각도 있다.
정 실장은 "적어도 대북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트럼프 정부가) 잘 대응했다고 본다.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는 국제사회의 제재에만 의존해 온 측면이 큰데, 트럼프는 중국을 압박하고 회유함으로써 더욱 대담하고 강경하게 대북정책에 나서고 있다. 이는 차기 한국 정부가 들어와 대화를 모색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준 것"이라고 말했다.
한 외교부 당국자는 트럼프의 돌발발언에 대해 "동맹국을 당황하게 해서는 안된다는 비판이 미국 내에서도 나오고 있다"면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배운 것이 있다면 트럼프 개인의 '입'만 너무 바라봐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미국 정부의 전체 정책 흐름과 함께 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