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
① "촛불민심 어디가고…" 구태 선거범죄 판치는 장미대선 ② 급증하는 '가짜뉴스'…"고모 카톡도 차단했죠" <계속> |
19대 대선 투표를 일주일 앞두고, 지금까지 적발된 '가짜뉴스'가 지난 대선과 비교했을 때 5배 이상 늘었다. 여기에 세대를 불문하고 스마트폰 이용이 활발해지면서 가짜뉴스는 이제 가족 내 건전한 정치 토론마저 방해하고 있다.
◇ 가짜뉴스, 세대갈등 '촉매제'
고모가 보낸 '가짜 5·18 유공자들에게 국민혈세가 줄줄 새고 있다', '우리사회에서 청년빨갱이들을 쓸어내야 한다', '이번 대선에서 꼭 OOO를 뽑아라' 등의 가짜뉴스가 화근이었다.
이 씨가 고모와 나눈 카톡 대화방에는 이미 고모의 '보수정당 지지 글'로 도배가 된 상태다.
이 씨는 "대선이 다가오면서 고모가 보내는 가짜뉴스가 부쩍 늘어 싸우는 일이 잦아졌다"면서 "꼭 '틀딱('틀니'와 '딱딱거리다'의 합성어로 노인 비하 발언)'처럼 말해 차단해버렸다"고 말했다.
서울여대에 다니는 조 모(23) 씨도 최근 문자메시지를 통해 모 야당 후보의 '정신건강 이상설'이 사실이라는 뉴스를 접했다.
메시지를 보낸 사람은 다름 아닌 평소 가족들 앞에서 무조건 보수 후보를 찍으라고 외치던 외할아버지였다.
해당 가짜뉴스는 해당 후보가 토론회에서 특정인의 이름을 잘못 불렀다는 사실을 근거로 들었다.
조 씨는 외할아버지에게 반박 답장을 보낼까 고심했지만 이내 침묵하기로 했다. 평소 고집이 센 외할아버지를 대화로 설득할 자신이 없어서다.
조 씨는 외할아버지와 정치얘기는 물론 당분간 대화 자체를 나눌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이처럼 허위사실을 마치 실제 발생한 일인 것처럼 그대로 전달하거나, 이를 뉴스 형태로 가공한 이른바 '가짜뉴스'가 19대 대선을 앞두고 기승을 부리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 사이버선거범죄대응센터는 지난달 30일까지 모두 2만2181건의 가짜뉴스를 적발했다. 지난 18대 대선 때 4043건과 비교했을 때 약 5.5배 늘어난 수치다.
지난 3월 29일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표한 '일반국민의 가짜뉴스에 관한 인식' 보고서에서는 20~50대 성인 1084명 중 32.3%인 350명이 가짜뉴스를 접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특히 가짜뉴스는 스마트폰이 대중화 되면서 카카오톡과 같은 SNS 등을 통해 빠른 속도로 퍼지고 있다.
지난 3월에는 한 시민이 대통령 선거 입후보예정자 2명을 '간첩'과 '빨갱이 출신'으로 몰아세우는 내용의 글을 2500여 명이 가입한 네이버밴드에 올렸다가 선관위에 고발되기도 했다.
부모 세대는 이런 가짜뉴스를 믿으면서까지 특정 후보에게 투표를 강권하는 이유를 자녀세대에 대한 불안함과 걱정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보수후보를 지지하는 김 모(73) 씨는 "6·25와 같은 난리를 겪은 어른들이 보기에 아직 부모에게 의존하는 아이들이 투표하는 것이 불안하다"고 밝혔다.
대학생 자녀를 둔 이 모(44) 씨는 "아직 아들이 투표 경험이 없고 부모만큼 세상을 보는 시야도 넓지 않아 과연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가짜뉴스를 소비하는 습관이 편향된 사고(思考)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 미디어학부 이재경 교수는 "가짜뉴스를 소비하다보면 팩트(사실)보다는 독자 자신이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것들만 믿게 된다"면서 "일종의 집단사고가 확산돼 합리적인 토론을 어렵게 한다"고 말했다.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김형준 교수는 "과거 정치 의제는 기성세대들의 독점인 것처럼 여겨졌지만 이제는 상호 교류하는 시대로 변했다"면서 "서로를 설득하고 의견을 교류하는 정치적 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