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반값등록금' 실현될 수 있을까

[쇼미더공약 ⑤] 청년들이 원하는 건 등록금 동결이 아닌 '인하'

대선까지 20일도 채 남지 않았다. 19대 대선은 역대 선거 가운데 20대 청년 투표의지가 가장 높게 나타나는 선거다. 이례적으로 20대 청년 적극 투표층이 90%25에 달하며 청년 표심의 향방도 주목받고 있다. 청년들의 의지만큼 후보들의 공약이 청년민심을 사로잡고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 CBS노컷뉴스 대학생 대선 기자들이 대학가로 나섰다. 각 후보가 발표한 ‘청년공약’을 5개 부문으로 분류해 대학생들이 어떤 공약을 가장 필요로 하는지 현장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편집자 주]

※본 설문조사는 5당 대선후보가 4월 13일까지 발표한 공약 및 후보캠프에 추가 요청한 공약자료를 바탕으로 서울의 연세대학교, 이화여자대학교, 홍익대학교, 명지대학교, 명지전문대학교, 신촌 일대에서 877명의 청년을 대상으로 이뤄졌습니다. 공직선거법 108조에 따라 청년공약 선호도를 각 후보별로 조사했습니다. 조사과정에서 후보명은 밝히지 않았습니다.

글 싣는 순서
① 일자리
② 창업
③ 주거
④ 군복무
⑤ 대학등록금
<끝>


(그래픽=대선기자단 신혜인 인턴기자)
'반값등록금' 공약에 대한 청년들의 기대는 간절했다. CBS노컷뉴스 대선 인턴기자단이 지난 18일 서울 지역의 청년들을 대상으로 대선후보들의 대학등록금 공약에 대한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등록금 인하를 바라는 목소리가 가장 컸다.


조사에는 후보자들이 발표한 대학등록금 관련 공약들이 사용됐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국가 지원을 통해 반값등록금을 단계적으로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서민층 자녀 대상 입학금‧등록금 지원 △학자금 대출 이자를 취업 후 일정 소득수준이 될 때까지 국가가 부담 △졸업유예 비용 0학점 0원 등을 제시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입학금 폐지 △등록금 동결 등을 내놓았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입학금 폐지 △국립대 등록금 무료 및 사립대 등록금 반값 △학자금 대출 금리 1% 이하로 인하 등을 약속했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대학등록금에 관한 공약을 발표한 바 없다.

청년들은 등록금 부담을 덜어주는 공약을 대체로 선호했다. 문 후보의 공약 선호도 조사에 참여한 청년 144명 중 '반값등록금 단계적 실현'을 꼽은 청년은 58%(84명)였다. 심 후보가 제시한 '국립대 등록금 무료 및 사립대 등록금 반값' 공약은 135명의 청년 중 66%(89명)의 지지를 받았다. 홍 후보의 '서민층 자녀 입학금 및 등록금 지원' 공약에 대해선 159명의 청년 중 64%(102명)이 선호한다고 밝혔다.

입학금 폐지는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안 후보의 '입학금 폐지' 공약에 대해선 115명의 청년 중에서 23%(26명)만이 선호한다고 응답했다. 심 후보의 '입학금 폐지' 공약 역시 135명의 청년 중 24%(33명)의 선택만 받았을 뿐이다.

투표권을 가진 청년들 대다수가 이미 입학금을 낸 터라 등록금 인하를 더 원하는 편이었다. 대학 수료생인 서정현(24) 씨는 "등록금은 8학기동안 내지만 입학금은 한번뿐이지 않나"라며 "입학금을 폐지한다고 해서 체감상 크게 와 닿을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반값등록금에서 조금 후퇴한 공약은 인기가 없었다. 안 후보는 '입학금 폐지'와 더불어 '등록금 동결'을 약속했는데 조사에 참여한 청년은 115명으로 가장 적었다. 77%(89명)의 청년들이 '등록금 동결'을 선택했지만, "동결만으로는 부족한 것 같다"는 의견이 뒤따랐다.

다만 등록금 인하 공약에 대한 회의적인 반응도 있었다. 교직이수를 위해 실습 중인 한정훈(25) 씨는 "(반값등록금이 실현된) 서울시립대에 다니는 친구는 등록금을 적게 내는 대신 그만큼 받는 혜택이 줄었다고 말한다"며 "등록금 인하 때문에 강의가 줄어들거나 학생 서비스 질이 하락할 것 같다"고 우려했다.

후보들의 대학등록금 관련 공약이 한쪽에 치우쳐있는 것에 대한 불만도 제기됐다. 졸업을 앞둔 김남희(23)씨는 "등록금 자체도 비싸서 힘들지만 계절학기 수강료나 졸업유예 비용도 만만치 않다"며 "홍 후보 외에는 이점에 관한 공약은 없어서 아쉽다"고 평가했다.

(그래픽=대선기자단 신혜인 인턴기자)
전문가들은 청년들의 염원인 '반값등록금'을 실현하기에 적합한 인물로 문, 심 후보를 꼽았다. 임희성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박근혜정부가 반값등록금을 천명해왔으나 실질적으로 체감하기 어렵다는 여론이 많았다"고 운을 뗐다. 임 연구원은 "실질적으로 손에 쥐는 고지서상의 반값등록금이 필요한 것이다"며 "이점에 부합하는 공약은 문, 심 후보의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청년참여연대 대학분과의 이조은 간사는 "문, 심 후보의 반값등록금 공약은 현 예산으로도 재원조달이 가능한 것이어서 실현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등록금 동결'을 공약으로 내세운 안 후보에 대해선 비판이 따랐다. 임 연구원은 "안 후보는 아직도 대학등록금 문제를 일부 저소득층의 문제로만 바라보는 한계를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간사는 "이미 대부분의 학교가 학교 지원금을 문제로 등록금을 동결 중이다"고 꼬집었다.

또 전문가들은 실질적인 등록금 인하를 위해선 정부의 재정 지원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임 연구원은 "이미 대선 후보들이 정부의 고등교육 재정지출비율을 OECD 평균 수준까지 높이겠다는 데 동의한 것으로 안다"며 '반값등록금 실현을 위해선 대학의 책임성 강화를 조건으로 정부가 재정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간사 역시 "등록금이 인하될 경우 학생들의 실질적인 복지나 실험비 등의 예산이 삭감될 수 있다"며 "이에 대한 정부의 재정 지원 등 보완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