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사하구의 한 아파트 단지. 전체 주민 56%의 찬성을 얻어 사하구가 지난달 27일 '금연아파트'로 지정한 곳이다.
금연아파트에서 흡연을 하다 적발될 경우 10만원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하지만 지난 25일, 금연 현수막을 버젓이 등에 지고 담배를 피우는 주민들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 아파트는 금연 구역으로 복도와 계단, 엘리베이터, 지하주차장만 지정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이동이 잦은 1층 실외 조경공간은 금연구역에서 빠져있어, 금연아파트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바닥 아래 담배꽁초가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다.
◇ 관리당국 조차 "금연아파트, 이웃 간의 고발 부추길까 봐 염려"
지난해 11월 금정구의 한 아파트를 시작으로 금정구와 동래·사하가 각각 1곳, 서구 2곳, 부산진구가 3곳을 금연아파트로 지정했다.
아파트 간접흡연 피해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실내 베란다와 화장실, 외부 조경공간은 아예 금연구역에서 빠져있는 게 가장 큰 문제이다.
이 때문에 구청 담당자마저 지금의 금연아파트 지정 효과에 의문을 드러내고 있다.
모 구청 담당자는 "지난해 만들어진 국민건강증진법 자체가 복도와 계단, 엘리베이터, 지하주차장만 금영구역으로 지정하고 있다"면서 "실질적으로 흡연자들이 담배를 자주 피우는 장소가 금연 구역에 빠져 있어 과연 효과가 있을지 미지수다"고 밝혔다.
또 다른 구청 담당자는 "지자체의 단속인력이 1~2명에밖에 없고, 결국 같은 아파트 입주민이 사진을 찍어 신고해야 하는데 자칫 사이가 안좋은 이웃 간의 앙갚음 수단으로 사용될까 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웃 간의 간접흡연 피해를 줄이고, 흡연율을 낮추기 위해 도입한 제도가 오히려 입주민 간의 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관계 기관의 현실적인 계도와 주민들의 참여가 없는 한 이름뿐인 금연아파트가 양산될 것이라 우려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