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해전 유공자도 '여기' 웅크리고 삽니다"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심규동 ('고시텔' 사진 작가)

여러분 상상해 보십시오. 1.5평짜리 보기만 해도 답답한 공간에 마치 새우처럼 몸을 구기고 한 남자가 누워 있습니다. 남자의 멍한 시선은 작은 텔레비전에 머물러 있는데요. 주위에는 몇 개 안 되는 살림살이들이 널브러져 있고…. 공중에는 허름한 옷가지들이 매달려 있습니다. 바로 신림동 고시텔, 월세 22만 원짜리 방의 풍경입니다. 한 무명 사진작가가 이 고시텔 사람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겨서 화제예요. 도대체 이 작가는 무슨 얘기를 하고 싶었던 걸까요. 사진작가 심규동 씨 연결을 해 보겠습니다. 심 작가님, 안녕하세요?



◆ 심규동> 안녕하세요.

◇ 김현정> 고시텔. 그러니까 이 고시텔에 사신 거예요, 아니면 사진을 찍기 위해서 일부러 방문을 하신 거예요?

심규동 작가의 사진전 '고시텔' 사진 중 (사진=심규동 작가 제공)
◆ 심규동> 원래 살면서 사진을 찍은 거죠.

◇ 김현정> 얼마 동안?

◆ 심규동> 거의 1년 정도 있었어요. 다른 데는 다 보증금이 필요했는데 고시원은 보증금 없이 그냥 월에 20, 30만 원만 있으면 살 수 있어서 고향에서 서울에 갈 때마다 그렇게 살았던 것 같아요.

◇ 김현정> 그렇게 된 거군요. 그런데 그렇게 고시텔에 그러니까 고시원에 살게 됐는데 어떻게 거기서 사진을 찍기 시작하셨어요?

◆ 심규동> 처음에는 제가 고시텔이라고 하면 제가 학생들이 공부하는 곳이라는 인식만 있었는데요.

◇ 김현정> 우리가 흔히 생각하면 고시원 하면 고시공부 하러 들어가서 공부하는 곳 이런 거잖아요.

◆ 심규동> 그렇죠, 그렇죠. 그런데 막상 살다 보니까 거기 나이 든 아저씨들이 있더라고요. 아예 주거공간이 된 거예요. 그래서 이런 것들을 좀 알려야겠다, 어떤 사회 현상이다, 이렇게 생각하게 돼서 사진을 찍게 됐어요.

◇ 김현정> 그런데 이분들 사진을 좀 찍어서 남겨야겠다. 세상에 알려야겠다 하지만 이분들이 선뜻 본인을 피사체로 카메라에 담는 걸 허락하지 않으셨을 것 같은데요?

◆ 심규동> 네, 맞아요. 그래서 처음에는 제가 카메라를 들이댈 엄두조차 안 나는 거예요. 그 자체가 상처라는 것을 제가 거기 살면서 바로 느껴지니까요. 그래서 한 6개월 정도 걸렸던 것 같아요. 얘기도 하고 하면서 모델이 되어달라 이렇게 얘기도, 설득도 하면서 결국에는 친해져서 찍을 수 있게 된 거죠.

◇ 김현정> 정말 애환이 다 묻어 있더라고요. 그러면서 도대체 이 사진의 주인공은 어떤 사연을 가지고 있을까 궁금해지던데 예를 들어서 침대 가득, 그 조그마한 방에 가득히 시집이며 책이 막 쌓여 있어요. 거기서 그림을 그리는 분이 계시더라고요?

◆ 심규동> 그거는 사실 저예요. (웃음)

심규동 작가의 사진전 '고시텔' 사진 중 (사진=심규동 작가 제공)
◇ 김현정> 아니, 본인이 본인을 어떻게 찍어요? 셀프로?

◆ 심규동> 타이머 맞추고 찍은 거예요.

◇ 김현정> 아, 그렇게 해서.

◆ 심규동> 그 계기가 있는데요. 거기 무슨 싸움이 나가지고 경찰이 왔는데 경찰이 보는 시선이 그냥 고시원에 사는 그냥 그런 사람으로 보길래, 내가 여기 있는 사람들과 다르지 않구나라는 걸 느껴서 찍었던 거고 한 번 그 모습은 연출 해 본 거죠.

◇ 김현정> 그렇군요. 그러니까 나는 카메라를 들이대고 이 이웃들의 모습을 담는 사람. 나는 좀 다른 사람이라는 생각을 그때까지는 가지고 계셨던 거예요?

◆ 심규동> 네, 맞아요.


◇ 김현정> 그런데 생각해 보니까 내가 뭐가 다른데, 이분들과? 이러면서 나도 담아보자 이렇게?

◆ 심규동> 네.

◇ 김현정> 너무 좁잖아요. 보면 침대 웬만큼 키가 큰 남자는 발을 뻗고 잘 수도 없을 정도로 좁은데요.

◆ 심규동> 보시기에도 너무 좁잖아요.

◇ 김현정> 너무 좁아요.

◆ 심규동> 1평 조금 넘는데. 발은 옷장 밑으로 하면 다 뻗을 수 있기는 해요. 한 2m 정도 되니까 뻗을 수는 있긴한데 너무 폭이 좁아서 잘 때 뒤척일 수조차 없는 거예요. 잠 자기도 힘든 그런 안타까움이 있었죠.

◇ 김현정> 자고 나면 온몸이 오히려 뻐근할 것 같은데요.

◆ 심규동> 네, 맞아요. 피로가 안 풀리죠.

◇ 김현정> 다양한 사연들을 가지고 모인 그분들과 여러 가지 이야기들도 나눠보셨을 텐데 제일 기억에 남는 분이 있다면?

◆ 심규동> 연평해전 유공자분이 계셨어요. 그런데 그때 다쳐가지고 아직도 그 후유증으로 가슴팍에 호스를 꽂고 병원에 왔다 갔다 하셨는데, 그런 분이 혼자서 고시원에서 살고 있다는 그 자체에 좀 놀랐고요.

◇ 김현정> 그 사진 저도 봤어요. 그분이 그런 사연이 있는 분이군요.

◆ 심규동> 네네.

심규동 작가의 사진전 '고시텔' 사진 중 (사진=심규동 작가 제공)
◇ 김현정> 그리고 심 작가님 국회를 전시관으로 택한 이유도 있을 것 같은데요?

◆ 심규동> 정치인들은 오히려 권력과 돈이 좀 있는 사람들이 많잖아요. 그런 분들은 아예 이런 곳들을 생각조차 못했을 거라는 생각을 제가 했어요. 그래서 아마 모를 거다, 알려줘야겠다 이런 생각이었던 거예요.

◇ 김현정> 그분들도 거기서 더도 말고 딱 일주일만 살아보면 우리 시대의 한켠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볼 수 있을 텐데, 체험할 수 있을 텐데 이런 생각 드시겠어요?

◆ 심규동> 네, 저도 약간 살면서 바뀌었던 생각이 있어서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 김현정> 그래요, 그래요. 알겠습니다. 2015년 기준으로 전국에 고시원이 1만 1784곳이랍니다. 그 한 곳에 수십 개의 방이 있다고치면 도대체 고시원에 거주하는 인생이 얼마나 많은가 이런 생각이 들어요. 소외된 곳까지 아우를 줄 아는 그런 지도자가 지금 마침 대선기간인데 좀 뽑혔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까지 하면서 심규동 작가님 앞으로도 좋은 활동 부탁드리고요. 오늘 고맙습니다.

◆ 심규동>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사진전 '고시텔'을 곧 엽니다. 사진작가 심규동 작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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