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은 2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 '2017 타이어뱅크 KBO 리그' 원정에서 시즌 10호 홈런을 터뜨렸다. 9회 마지막 타석에서 홈런으로 8-3 승리의 쐐기를 박으며 앞선 4번의 타석에서 무안타에 그친 아쉬움을 떨쳤다.
12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이다. 장종훈, 양준혁, 박경완(이상 은퇴), 이승엽(삼성), 김태균(한화)에 이은 역대 6번째 기록이다. 최정은 데뷔 2년차인 19살이던 2006년 12홈런을 시작으로 올해까지 두 자릿수 홈런을 놓친 적이 없었다. 그만큼 꾸준한 파워를 발휘해왔다는 방증이다.
초반이지만 2년 연속 홈런왕에 대한 느낌이 좋다. 홈런 부문 단독 1위다. 최정은 이날 나란히 7회 홈런을 터뜨린 팀 동료 한동민, 롯데 이대호 등 공동 2위와 격차를 3개로 유지했다.
최정은 데뷔 12년째였던 지난해 생애 첫 홈런왕에 올랐다. 141경기에서 40개의 아치를 그려내 2013년 개인 최다였던 28개(120경기)를 훌쩍 넘어 KBO 리그 정상에 올랐다. '소년장사'로 일찌감치 파워를 인정받았던 최정임을 감안하면 다소 늦은 감은 있었다.
이런 가운데 최정은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40호 홈런을 때리면서 테임즈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123경기로 정규리그를 마친 테임즈가 만약 8경기를 더 뛰었다면 40홈런을 넘겼을 가능성이 있었다. 물론 음주 운전은 테임즈의 명백한 잘못으로 단독 홈런왕에 대해 할 말은 없을 테지만 최정의 생애 첫 홈런 타이틀에는 운이 따른 것도 분명했다.
하지만 올해는 온전히 실력으로 홈런왕의 길을 개척하고 있다. 올 시즌 최정의 홈런 레이스는 독보적이다. 지난 8일 NC전에서 KBO 리그 사상 세 번째로 1경기 4홈런을 날린 최정은 올해 21경기 만에 10홈런 고지를 밟았다. 산술적으로 68개 이상을 때려낼 수 있다. 지난해와 같은 141경기라 해도 67홈런이다.
물론 이런 페이스가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슬럼프가 한번은 꼭 오기 마련이다. 지난해도 최정은 6월 한 달 동안 25경기에서 1홈런에 머물렀다. 올해도 2016년의 6월이 찾아올 수 있다.
타율은 2할9푼6리로 높지 않지만 한방만큼은 무서운 최정이다. 지난해 개막 후 4월까지 최정은 25경기에서 5개의 아치를 그렸다. 올해는 벌써 두 배를 날린 것이다.
상대 집중 견제도 헐거워질 가능성이 높다. 올해 SK 타선은 최정뿐 아니라 한동민에 김동엽(6홈런)까지 거포들이 즐비하다. 특히 SK 4번 타자 김동엽이 3번 최정과 타점 공동 2위(21개)에 오를 만큼 클러치 능력이 있다. 그만큼 상대가 최정과 승부해올 확률이 높은 것이다.
올해 홈런에 완전히 눈을 뜬 최정. 과연 메이저리그로 진출한 박병호(미네소타)의 뒤를 이어 진정한 토종 홈런킹의 자존심을 찾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