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논평] 이런 TV토론 왜 해야 하나?

바른정당 유승민(왼쪽부터), 국민의당 안철수, 자유한국당 홍준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정의당 심상정 대선후보가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중앙선관위 대선후보 초청 1차 토론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언제까지 이런 수준 이하의 토론을 지켜봐야 하는지 실망감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때로는 분노가 치쏟기도 했다고 한다. 한마디로 너무 실망했다는 평가다.

23일 밤 진행된 대선 후보 TV토론회를 시청한 국민들이 하는 말들이다. 벌써 세 번째인 23일 TV토론에서 대선 후보들은 정책 검증 보다는 여전히 상대방을 비방하는 네거티브 공세에만 열을 올렸다.

23일 토론 주제는 외교안보·정치였다.


사실 25일 북한 인민군 창건 85주년을 앞두고 북한의 도발 여부가 주목되고 있는 가운데 때마침 미국이 북한을 타격해도 중국이 군사적 개입을 하지 않겠다는 외신보도가 이어지는 등 한반도 정세가 요동을 치는 상황이라 이날 토론회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더 높았다.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본관에서 열린 중앙선관위 주최 대선후보 TV토론회에서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스탠딩 토론을 준비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하지만 이런 기대는 완전히 어긋났고 후보자들은 최소한의 룰도 지키지 않았다.

시작부터 홍준표 후보의 대학시절 성범죄 관련 의혹을 놓고 사퇴 공방이 벌어지다가 이어서 송민순 문건과 가족 불법채용 문제, 말바꾸기 논란 등을 놓고 상대방을 흠집내려는 난타전이 계속됐다.

지난 두 번의 토론회가 '기대한 만큼의 내실이 없었다'는 비판을 받았는데도 이번에는 한발 더 나아가 홍준표 후보와의 토론을 아예 거부하며 한 차례의 질문도 하지 않는 후보가 있는가 하면 토론은 하되 얼굴은 쳐다보지 않는 '왕따 행태'를 보인 후보도 있어 그야말로 '초등학교 수준의 토론회'라는 비난을 야기했다.

현대 선거가 TV선거라고 할 정도로 TV를 활용한 선거 운동이 너무나도 중요한 이 시대에 대선 후보들에게 TV토론은 자신의 국가경영 능력을 국민들에게 알릴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다.

유권자들도 휴일 저녁 귀한 시간을 쪼개 TV 토론을 지켜본 것은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선 후보들의 이러한 국가 경영능력과 비젼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기 위해서다.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본관에서 열린 중앙선관위 주최 대선후보 TV토론회에서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왼쪽부터),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스탠딩 토론을 준비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이로 인해 38%라는 역대 사상 최고의 대선 토론회 시청률을 기록한 금쪽같이 아까운 시간을 네거티브와 언쟁으로만 흘려보낸 것은 후보자나 유권자 모두에게 참으로 안타깝고 답답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이번 토론회에서도 역시 5명이나 되는 후보가 참여함으로 분위기가 너무 산만해 핵심사안에 대한 심층토론을 이끌어 내는 데는 기본적인 한계를 갖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특히 후보들이 정해진 주제와 무관한 발언을 계속하는데도 이를 전혀 제어하지 못한 토론 진행자의 미숙한 운영도 문제점으로 지적됐고 후보자마다 18분씩 주어지는 발언총량제를 활용해 특정후보에만 공격을 가하는 폐단 등도 개선해야 할 과제로 부각됐다.

이러한 여러 문제점의 개선과 보완을 통해 앞으로 남은 세 차례의 TV토론은 달라져야 한다.

사실 대선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후보들에게 정책 선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인지 모른다. 그러나 상대를 깎아내린다고 결코 자신이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

이제부터라도 상대방을 비방하는 네거티브 대신 본인만이 갖고 있는 차별화된 소신과 역량을 널리 알려 유권자들의 평가를 받는 포지티브 방식의 TV토론이 열리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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