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의 뇌물죄 함수관계에 법조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3일 법원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박 전 대통령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다음달 2일 오전 열기로 했다.
박 전 대통령의 재판 일정이 조기 대선이 치러지는 5월 9일 이후에 잡힐 것이라는 당초 예측과 달리, 사안의 중대성과 박 전 대통령의 1심 기한이 6개월인 점 등이 두루 고려돼 대선 전으로 준비기일이 정해진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대통령 측이 혐의를 강하게 부인해, 공판준비기일만 해도 최소 3차례 이상 열린 뒤 본격적인 정식 재판에 돌입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이 부회장의 1심 선고 결과가 박 전 대통령 측의 전략을 결정짓는 '가늠자'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대체적인 법조계 평가다.
당장 법원이 이 부회장의 뇌물 혐의를 큰 틀에서 인정한다면, 박 전 대통령 측도 '혐의 부인' 기조를 유지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이 박 전 대통령의 혐의에 적용한 뇌물수수액 592억원 가운데 이 부회장과 맞닿은 액수만 433억원이다. 형법상 뇌물 액수가 1억원을 넘을 경우 무기징역 또는 10년 이상 중형에 처해지게 된다.
박 전 대통령의 공소사실에 기재된 내용이 이 부회장과 '뇌물공여자-뇌물수수자' 라는 프레임만 다를 뿐 꼭 닮았다는 점도 박 전 대통령 측으로서는 부담이다.
반대로 이 부회장의 뇌물죄를 법원이 인정하지 않는다면, 박 전 대통령 측은 '이기는 게임'을 할 수 있게 된다.
법원이 특검의 이 부회장에 대해 재청구한 구속영장을 발부하기까지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혐의는 삼성의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 승마지원이었다.
법원이 이를 정상적인 후원이라고 결론낸다면, 국정농단 사건의 큰 줄기를 차지하는 주요 혐의들이 무죄로 이어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결국 박 전 대통령 측은 특검과 검찰이 판단한 뇌물 혐의를 이 부회장 1심에서 인정하는지를 지켜보고, 박 전 대통령 측의 변론 내용을 달리할 것으로 보인다.
변수는 이 부회장의 1심 선고일이 예상보다 늦춰질 수 있고, 박 전 대통령 1심과 결론을 같이 내릴 가능성이다.
재판부는 특검법상 3개월 내에 이 부회장의 1심 선고 결과를 내놓아야 한다. 이 부회장의 구속기소일이 2월 28일인 점을 감안하면 다음달 말이 원칙적인 1심 선고일이다.
하지만 특검법이 재판기간을 강제규정이 아닌 가급적 따르라는 취지의 훈시규정으로 두고 있어 이 부회장의 재판이 늘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의 경우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김세윤 부장판사)가 박 전 대통령과 공무상비밀누설 혐의가 같다는 점을 고려해 함께 선고를 하기로 20일 결정했다.
정 전 비서관은 석방된 상태로 다음 재판 기일을 기다리게 됐다.
기본적으로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은 공소제기 6개월까지인 구속기간이 서로 달라 1심 선고를 함께 할 수 없다. 그러나 재판부 판단에 따라 이 부회장의 구속기간이 연장되면 같이 결론날 수는 있다.
한 판사는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에 기재된 범죄사실 외에 공소장에 추가 범죄사실이 있다면, 다른 범죄사실로 별도의 구속영장을 발부할 수 있다"며 "한 공소장에 담긴 내용을 쪼개 별도의 구속영장을 발부하는 것이 재판부에 부담이 될 수는 있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